4월 첫째주 인터넷 포털의 인기검색어 순위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을 ‘정청래 통합민주당 의원’. 이번 18대 총선에서 서울 마포을에 출마했던 정 의원은 ‘교감 자른다’는 폭언 관련 문화일보와의 진실게임이 계속된 가운데 결국 낙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8대 총선 이후 가장 할 말이 많을 것 같은 사람인 그를 <미디어스> 신학림 기자가 만나보기로 했다.

예상대로 낙선자 정 의원은 속에 쌓아둔 할 말이 너무도 많았다. 최근 몇 주간 기막힌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그의 이야기는 참으로 길었다. <미디어스>는 4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지면이 허락하는 한 다 싣기로 결정했다. 독자들의 가독성을 고려하여 4차례로 나누어 게재한다. <편집자주>

새로이 시작되는 18대 국회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갔다.

- 18대 원내 국회 들어가서 무엇을 하려고 계획했었는지?

"17대 총선 정책공약 1번은 언론개혁이었습니다. 4년동안 조선 동아와는 인터뷰 한번 한적 없습니다. 아, 동아일보와 한번 엉겹결에 전화했던 것 빼고는요.. 저는 17대 국회 때 문광위에서 내내 했던 것도 언론문제였고 그 과정에서 문화콘텐츠 산업 공부도 하면서 두 가지에 중점을 뒀습니다. 지금은 낙선을 했지만, 선거전부터 다시 하게 되면 문광위를 해야겠다고 맘먹었습니다. 이명박 후보의 대선 당선 이후 가시화된 것이 가장 먼저 언론분야였으니까요."

- 재선거가 열릴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까?

"당선무효가 될 지 재선거로 갈 수 있을지 이거는 두고 봐야하는 문제입니다. 이번에 당선된 한나라당 당선자가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어요. 우리 사무장이 고소를 했는데, 이 분이 예비군 부중대장인데도 대선기간 중에 선거운동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18대 한나라당 압도적 최문순 의원 보좌관이라도 해야할 판

▲ 정청래 의원

- 18대 국회에 들어간 언론인 출신이나 폴리널리스트들의 면면을 보면 9대1 격으로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문광위만 해도 여야간 의석분포가 심각하게 불균형을 이룰 것 같은데, 18대 문광위 전망을 어떻게 하시는지?

"너무나 걱정이 됩니다. 그나마 민주당 의원들 중 문광위 활동을 할 것으로 예측되는 사람이 최문순 전 MBC 사장입니다. 제 심정은 18대 문광위에서 최문순 의원 보좌관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 실제로 최문순 당선자에게 보좌관 제의가 온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18대 문광위 의원들이 정청래의 경험을 필요로 한다면 무급 특별 보좌관이라도 하겠습니다."

- 최문순 전 사장이 임기 후 민주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것을 두고 언론노조 MBC 본부 등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적잖이 비판을 받았는데, 그 비판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또 다른 차원에서 총선결과를 봤을 때 언론개혁진영이 너무 허약하다고 보이는데, 최문순 전 사장이 민주당 의원이 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 현실정치를 해본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지역구 출마도 아니고 비례대표를 간 것에 대해서 MBC 노조가 굳이 그런 비판을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임기를 남겨놓은 상태도 아니고 임기 후인데. 열흘 뒤가 안되면 1년 뒤는 괜찮은 건지도 의문입니다. 더 큰 차원에서 이 마당에 최문순 전 사장마저 문광위에 없는 것을 상상해보십시오. 천만다행이죠. 그래도 최문순이 있다는 것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 MBC 출신 박영선 의원도 당선됐는데, 문광위 갈 의사가 없다고 했나요?

" 실은 제가 박영선 의원 당선되고 나서 전화해서 최문순과 문광위에서 같이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박 의원이 '최문순 사장이 있는데 굳이 할 필요가 있냐'면서 '나는 재경위에서 금산분리 막아야한다'고 하더군요. 박의원은 최문순 사장이 없었으면 자기가 문광위로 갈 마음이었다고 하더라구요. MBC나 경향신문에서 최문순의 비례대표 신청을 비판했는데, 그때 좀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남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고 싶어요. 저는 4년동안 문광위 의원하면서 우리 개혁진영은 사소한 것 가지고 크게 벌이고 상처내서 결국 적에게 이롭게 하는 게 맘 아팠어요."

- 문광위의 어떤 활동에 있어서 그런 평가를 내리는지?

"제가 신문법을 만들었는데, 당시 한 언론단체에서 '정청래 의원이 시민단체가 만든 법을 더러운 손으로 베껴서 난도질했다'는 성명이 나왔습니다. 맘이 아팠죠. 그때 저는 전략전술을 디테일하게 짜서 한 거였거든요. 그래서 한나라당 의원들도 문광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사실상 합의하고 형식상 퇴장한 겁니다. 그런데 저는 한나라당과 조중동 그리고 시민단체로부터도 공격받고 그랬습니다. 저는 그때 집사람 붙들고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론단체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는 정 의원에게 언론단체 활동에 대해서 물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이라는데, 언론시민단체 활동도 계획 중인지?

"조선일보와 문화일보가 내 얼굴에 면도칼을 그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상처를 곳곳에 보이고 다닐 겁니다. 강연이든 뭐든 어디든 가서 나의 얼굴에 깊이 패인 면도칼 자국을 보여주고 고발할 겁니다. 현재 민언련 회원인데요 곧 열리는 정기총회에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혹시 언론개혁시민운동 단체에서 받아준다면 제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4년간 활동하겠습니다."

- 언론에 피해당한 분들은 싸울 때 경우에 따라서는 뻔뻔스러울 정도의 집요함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족벌신문사들의 보도행태는 집요한데도 말이지요. 사주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을 동일시하는 특징 때문이겠죠.

"비록 한나라당 의원한테 2006년 국정감사 때 들었던 얘기지만, 저한테 '당신같이 집요한 사람 처음 봤다'고 하더군요. 김학원 한나라당 의원인데, 이병기 문화일보 사장이랑 친구래요. 자기 친구한테 가서 '정청래 의원 건들지 마라'고 얘기를 하겠대요. 진돗개랑 풍산개랑 싸우면 풍산개가 이긴다면서 풍산개는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국정감사 때 문화일보를 물고 늘어지는 걸 보니 정청래 의원은 풍산개라는 거죠.(웃음) "

조선일보와 싸운 선배, 노무현 전 대통령 조언 구할 것

▲ 정청래 의원

물면 안 놓는 동물이 풍산개와 시라소니인데, 문득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시라소니상이라고 보는 역학자들의 말이 떠올랐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조만간 봉화마을도 한번 가아죠. 인사도 드려야하고 조언을 구할 겁니다"

이어 '과거에 조중동과 싸워온 사람들을 만나서 사례 공부를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뭐라고 조언할지 미리 예측해보라고 주문해 보았다.

" 말리지 않을 것 같고 격려를 해주실 것 같아요. '내가 노무현 대통령의 어떤 면을 좋아했을까' 생각해 봤을때 '조선일보와 싸운 노무현을 좋아하지 않았는가'라고 생각돼요."

그는 가장 무섭고 공포스러운 존재가 조선일보가 아니겠냐고 반문하면서 "학교 다닐때 밤길에 조폭이 나타나면 도망가거나 비는데, 맞서 싸우는 건 보통 용기가 아니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는 선배죠. 결국 그것 때문에 대통령 된 거니까요. 국회의원 이상 한 분들 중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선일보와 싸운 유일한 선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 심정을 여쭤보고 싶어요. 그리고는 그 다음에는 여의도통신의 정지환 기자, 오한흥 대표, 김주언 전 한국일보 기자 등을 만나서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KBS의 한 기자는 정청래 의원을 두고 '언론이 총선에 직접 개입해서 노골적으로 낙선 시킨 첫 번째 사례'라 평가했다고 한다. 정 의원은 자신을 '백주대낮에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는 가운데 강간당한 것과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당이 나를 버렸다' 정의로운 시민단체가 압박해야

문화일보와 조선일보 사장 및 한나라당 관계자 등을 상대로 '줄소송'을 낸 정 의원은 재판 결과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 흔히들 언론사주가 관련된 사건에서 재판부는 조정을 많이 권고합니다. 어찌보면 정치권력보다 우위에 있는 언론권력이라는 최강자가 피소된 사건인데, 재판부가 조정을 권고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이기 목적이기 때문에 '모든 악의적 보도를 인정한다'는 전제 그 자체를 상대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정치적인 명운이 걸린 일입니다. 아니, 언론과 싸운 사람을 누가 공천주겠습니까. 정청래가 억울하게 당했다는 것이 만 천하에 밝혀져야 합니다."

- 이 사건과 관련해서 당에 불만은 없습니까? 손 대표의 사과가 의혹을 확산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했다고 보는데, 항의는 했는지?

"불만 많죠. 그렇지만 손 대표에게는 항의 안했습니다. 당에서 이 문제 가지고 먼저 전화해 온 사람은 이미경 의원밖에 없습니다. 다들 부담스러워 합니다. 당도 이 문제를 가지고 조선일보 문화일보와 싸우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 그렇다면 당내에서 더욱 더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구조상 당부터 할 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미안하지만 외부의 정의로운 시민사회단체가 당을 압박해줘야 합니다. '왜 당이 두손 두발 놓고 있냐'고 밖에서 압박해야 당이 움직일 겁니다. 솔직히 당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당은 대응을 안 하고, 어떻게 손 대표가 사과할 수 있습니까."

- 손 대표 입장에서는 다른 지역구에 악영향을 끼칠까봐 정청래 사건은 무마시키고 전체적인 표심을 얻어 다같이 살자는 인식 아니었을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런 영향도 못 미쳤습니다. 손 대표는 언론의 악랄함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정동영 의원 계보라 할만한 의원들이 철저하게 배제됐다는 평가도 있는데, 이번 손 대표의 사과 관련 행보도 이와 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인지?

"그렇게까지 단언하고 싶진 않습니다."

- 개인 블로그에도 정 의원의 이런 활동과 의견에 대해서 내용을 올리고 있나요?

" 그럼요. 다음 블로그에도 가입을 했는데요."

- 블로그도 1인 매체인데, 이번에 전통적인 의미의 언론사를 설립할 생각은 없는지. 오보문제나 악의적인 왜곡보도만 다루는 인터넷신문을 창간한다거나 하는 계획도 가능할 것 같은데, 스스로 언론사 발행인이 될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지?

"가능하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볼 생각입니다." (인터뷰 이어집니다)

대담 = 신학림 기자 / 정리 = 정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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