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파업하는 기자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수 확보로 끝난 4·11 총선 이후, 파업 중인 언론사 구성원들의 안부를 걱정하는 누리꾼들의 우려가 부쩍 잦아지고 있다. “<무한도전>을 보고 싶다면 투표에 참여하라”는 말로 선거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던 누리꾼들은 더 나아가 “이제 무도는 계속 못 보는 거냐”는 말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누리꾼들의 이러한 목소리 그 이면에는 그 동안 낙하산 사장 등 언론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구성원들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선언했던 KBS, MBC, YTN 등 회사 쪽의 조치가 더 강경해 질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있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이러한 우려와는 달리, 현재 파업 중인 KBS, MBC, YTN 언론사 노조는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계속 투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전국언론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언론 현안에 대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장 발표를 촉구하는 동시에 ‘언론장악 청문회’를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왼쪽부터 김인규 KBS 사장, 김재철 MBC 사장, 배석규 YTN 사장

KBS·MBC·YTN 노조 “투쟁 이어간다”

먼저, KBS 새노조는 이번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김인규 퇴진 투쟁’에 더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2일 오전 중앙위원회를 열어 사장 출근 저지, 김인규 사장 집 앞 1인 시위 등을 통해 ‘김인규 퇴진 투쟁’에 더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당장 13일 아침, 김인규 사장 출근 시간에 맞춰 전 노조원이 참여하는 ‘김인규 퇴진 촉구’ 시위를 열기로 했다.

남철우 KBS노조 홍보국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총선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면서도 “19대 국회가 6월에 구성되는데, 그래도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이 과거보다 많은 의석수를 차지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언론장악 청문회 개최, 박근혜 위원장의 입장 발표 등을 지속적으로 촉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파업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결국 이기는 길이라고 본다”며 “투쟁대오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장, 이번 선거 결과의 기세를 몰아 구성원을 향해 “불법파업을 중단하라”며 현업 복귀를 촉구하는 경영진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인규 사장은 12일 오전 KBS 사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공영방송 KBS는 사장의 것도 아니고 노조의 것도 아니며 정치권력의 소유는 더더구나 아니다”라며 “노조의 이번 파업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억지파업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하루 속히 업무에 복귀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MBC본부, YTN지부가 2월7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MBC본사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방송 복원, 낙하산 사장 퇴출, 해고자 복직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출범을 알리고 있다. ⓒ이승욱

MBC노조도 “파업 중단없이 그대로 간다”는 입장이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노조의 입장은 그대로다. 파업 중단없이 그대로 간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한 총파업 투쟁 방향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선거 결과는 당초 ‘여소야대’를 기대했던 노조원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준 게 사실이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투쟁에 참여하는 노조원들의 동력은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한 노조원은 12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MBC본사 1층에서 열린 집회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석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MBC노조 집행부는 구성원들을 향해 “계속 간다”며 ‘종결(할때까지)투쟁’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YTN노조 또한 예정대로 오는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 동안 제 6차 파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김종욱 YTN노조 지부장은 “물론 정치권의 움직임이 참고 사항이 될 수 있지만 투쟁에 본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투쟁 방향을 좌지우지 하지 않을 것이다. 투쟁 방향의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YTN노조는 더 나아가, 최근 잇따라 드러난 YTN에 대한 불법사찰 정황과 관련해 “불법사찰 문건과 언론장악 과정에서 드러난 관련 당사자들, 책임자들을 문책하고 해직자들을 복귀시켜라”는 입장을 추후 정치권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치권을 향해 ‘언론장악 청문회’ 실시를 촉구하는 언론인들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거세질 전망이다.

언론노조는 이번 선거 결과에 아랑곳없이 계속 “공정언론 쟁취를 위한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당장 오는 16일 오후 3시 광화문에서 노조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언론장악 청문회 실시! 낙하산 사장 퇴출’ 언론 노동자 결의대회 개최한다. 언론노조는 또, 13일 오후 2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추후 투쟁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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