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의 독주가 무시무시하네요. 지난 두 주에 이어 3주차에도 <헝거게임>이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비수기인 요즘에 이토록 매서운 흥행을 기록할 줄이야! <헝거게임>이 벌어들인 3,350만 불은 역대 3주차 수입 중에서 일곱 번째로 높은 금액입니다. 또한 단 17일 만에 총 수입이 3억 불을 돌파하면서 역대 여섯 번째로 빠른 속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헝거게임>은 지난주에 국내에도 개봉했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죠? 저 역시도 아주 재미있게 본 편은 아니라 북미에서의 폭발적인 흥행이 조금 의외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헝거게임>은 모든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흥행기록을 사뿐하게 넘어섰습니다. <브레이킹 던 2부>가 이 기록을 넘을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헝거게임>에 이어 미국 박스 오피스 2위를 차지한 영화는 실로 오랜만에 돌아온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의 4편, <아메리칸 리유니언>입니다. 2위로 데뷔했으니 기록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단 며칠 만에 제작비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벌어들이기도 했고요. 다만 전작에 비하면 힘이 많이 빠졌습니다. <아메리칸 리유니언>의 데뷔 성적인 2,150만 불은 3편인 <아메리칸 웨딩>에 1천만 불 이상 뒤진 것이며, <아메리칸 파이 2>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흥행이 부진(?)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박스 오피스 모조'에서 꼽은 것 중 하나는 R 등급 영화가 부활절 주간에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아메리칸 리유니언>은 R 등급 영화로는 2002년에 개봉했던 <패닉 룸>에 이어 역대 2위로 높은 데뷔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시리즈의 여타 영화 세 편은 모두 여름에 개봉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그 기간은 늘 R 등급 영화가 재미를 톡톡히 본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메리칸 리유니언>은 화장실 유머로 가득한 청춘 코미디의 전설이자 대명사이며, 그래서 제가 사랑하는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입니다. (B급 영화로 만들어진 속편이 더 있긴 하지만 정식 시리즈로는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짐을 필두로 한 사고뭉치 친구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여 년 이상이 흘러 고향에서 조우합니다. 그 사이에 짐과 미쉘은 결혼했고 오즈는 NFL 스포츠캐스터로 활동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고향에서 재결합한 이들에게는 예전처럼 또 한번 어마어마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단 짐은 학창시절에 돌봐주던 꼬맹이가 어느새 훌쩍 자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걸 보게 됩니다. 그나저나 스티플러의 어머니는 이번에 다른 사람과 엮이는군요.

<아메리칸 리유니언>의 예고편입니다.

원래 이런 영화는 평점 따위 신경 안 써도 좋은 겁니다!

3위는 3D로 부활한 <타이타닉 3D>입니다. <아바타> 이전에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영화치고는 3D 재개봉의 효과가 다소 미미한 듯합니다. 더욱이 <타이타닉 3D>의 1,735만 불은 지난 8개월 동안 3D로 재개봉했던 네 편의 영화 중에서 최저인 금액입니다. 국내에서는 미진해도 북미에선 꽤 흥행할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인 결과네요. 어쨌든 3D 변환에 들어간 돈이 1,800만 불인 데 반해 총 수입은 이미 2,500만 불을 돌파했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닙니다. 파라마운트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아이맥스로 상영하는 극장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3D 재개봉을 포함하여 <타이타닉>은 약 6억 2,649만 불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아바타>를 넘어서는 건 불가능하겠군요.

<타이탄의 분노>는 흥행에서 실패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 유력합니다. 2주차까지 벌어들인 약 5,900만 불이라는 금액은 <타이탄>이 개봉 첫 주말에 기록했던 6,123만 불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3편이 나올 수 있을까요?

타셈 싱의 <거울아 거울아>도 반응이 저조하네요. 2주차에도 1천만 불을 넘었다고는 하지만 현재까지의 총 수입이 제작비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습니다. 영화를 직접 봐야 알겠지만 타셈 싱이 하락세를 거듭하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6위의 <21 점프 스트리트>는 여전히 흥행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부활절 주간인 덕이기도 하겠지만 개봉 4주차까지 1천만 불을 돌파했습니다. 이것으로 총 수입에서도 1억 불을 달성했으니, 채닝 테이텀은 아주 신이 났겠군요.

<로렉스>는 예상 외로 부활절 주간에 큰 힘을 보이진 못했지만 이제 곧 2억 불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로렉스>는 올해의 영화 중에서는 <헝거게임>에 이어 두 번째로 2억 불에 도달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8위는 지난주에 확대 개봉하면서 미국 박스 오피스 10위권으로 진입했던 <예멘에서의 연어 낚시>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7위와 8위의 격차가 꽤 크군요. 바로 위인 <로렉스>는 5백만 불인데 이 영화는 1백만 불도 벌지 못했습니다.

9위의 <존 카터>는 시쳇말로 보면 볼수록 안습인 영화로 남게 됐습니다. 제작비로 2억 5천만 불을 쏟아붓고도 개봉 5주차까지 채 1억 불을 돌파하지 못했으니 아마도 2편은 영영 보지 못한 채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겠죠?

이건 대체 무슨 일일까요? 미국 박스 오피스 10위권을 벗어났던 <세이프 하우스>가 다시 진입했습니다. 이유가 뭔지 궁금하네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재차 주목하게 된 영화도 아닌데, 일부 영화에 관객이 확 몰려서 그럴까요?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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