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최근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정치권 이슈로 떠올랐다. 발단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SNS였다.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를 향해 시민을 볼모, 인질로 삼는다고 비난했다. 시민들은 이 대표 발언에 분노를 표하며 전장연 시위에 연대의 뜻을 담아 후원 릴레이를 시작했다.

전장연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5일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전화 연결해 이준석 대표 글에서 촉발된 논란과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처음 이준석 대표의 전장연 시위 관련 게시글 보셨을 때 어떠셨어요?

“3월 25일 페이스북에 올렸죠. (이준석 대표가) 사실과 굉장히 다른 이야기들을 나름대로 편집해서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전형적인 갈라치기 방식이죠. 더불어민주당에서 못했던 것들을 왜 국민의힘 와서 이야기하냐는 거잖아요. 저희는 장애인 이동권 요구와 관련해서 21년 간 외쳐왔어요. 문제는 지금까지 어느 쪽 권력이든, 장애인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고 약속도 지키지 않았단 점입니다. 이 대표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고, 처음 들었을 때 황당했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연합뉴스

이 대표 글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박원순 시장이 안 지킨 부분을 왜 오세훈 시장에게 요구하냐고 몰아갔거든요. 그런데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약속을 안 지킨 건 이명박 시장 때부터입니다. 이명박 시장이 지금의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이었잖아요. 이명박 시장도 박원순 시장도 약속을 안 지켰습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 전에 오세훈 시장이 재임했는데, 이 대표는 단순히 박원순 시장이 안 지킨 약속에 대해 오세훈 시장을 공격한다는 식으로 비난한 거죠.”

이 대표는 시위를 하더라도 합법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합법이 뭔지부터 정리해야죠. 시위 방식이 합법인지 불법인지를 이준석 대표가 결정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 대표가 판단할 사안도 아닌데, 그런 방식으로 재단해서 비난하는 것은 아주 부적절하죠.”

이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혐오발언이 아니라고 하는데?

“혐오라고 생각했으면 그런 말을 했겠어요? 혐오가 아니라 생각하고 그 경계선에서 애매하게 말장난을 하고 있는 거죠.”

이준석 대표는 자기 말 중 무엇이 장애인 혐오인지 말해보라고 했지만 전장연이 답하지 않았다고도 했어요.

“지금까지 계속 이야기했는데 답이 없다니요. 이준석 대표는 갈라치기를 통해 혐오를 조장했어요. 혐오발언이 현실 법 상에 규정된 건 아니지만 그는 명백하게 혐오를 추동했죠.”

이준석 대표 발언 중에 가장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정치적으로 다르다는 이유로 갈라치는 거죠. 이 대표는 자신을 지지하는 혐오 세력과 함께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잘해볼 건가란 정치적 고려만 하고 있는 듯합니다. 함께 장애인이 이동할 권리를 이야기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사람이죠.”

이런 자극적인 발언을 하는 이유가 선거 때문이다?

“선거 때문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알겠지만, 그는 당 대표로서 선거를 이끌어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앞줄 오른쪽)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3월 28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3호선에서 전장연 및 시민단체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요구 시위인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에 참여한 뒤 승강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8일 무릎을 꿇고 사과했어요.

“장애인 의원으로서 이준석 대표의 공격에 대해 매우 불편해했습니다. 이준석 대표와 같은 당 의원으로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한 거죠. 김 의원 사과는 매우 용감한 행동이었고, 소신 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해요.”

인수위와 지난달 29일 만났는데, 어떠셨어요?

“짧은 시간 만났고, 저희 요구안에 대해 설명했어요. 결론적으로 인수위가 요구안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저희는 말미에 이준석 대표 사과를 요구했죠.”

전장연이 무얼 요구해왔는지 파악했을 거 아닙니까, 그럼 답을 가져왔어야 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답을 가져왔어야 했죠. 인수위에 제출한 ‘장애인 권리예산 요구안’에 대해서 4월 20일(장애인의 날)까지 답을 달라고 했고, 답변 기다리고 있어요.”

시위 목적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잖아요. 장애인 이동권에서 가장 문제는 뭔가요?

“전장연 시위의 목적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만이 아니라 교육권 보장 그리고 일하면서 지역 사회와 함께 살자는 거예요. 장애인 이동권 사안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 등)의 지역 간 차별 문제예요. 그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조속히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장애인 이동권 상황이 어떤가요?

“지역별로 차이가 너무 심합니다. 한 곳을 두고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특별교통수단에 대한 예산을 제대로 편성해서 지역 간 차이를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지금 상황이 어떠냐면 열악한 곳은 너무 열악하고, 서울 등은 상대적으로나마 발전이 돼 있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회원들이 3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인수위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 2차 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열악한 곳은 얼마나 심각한가요?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 등)을 제외하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내버스가 한 대도 없는 데도 있죠. 마을버스는 전혀 운영되지 않고, 지하철도 없는 지역에서 시내버스가 한 대도 없다면 어떻게 이동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특별교통수단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려면 많이 기다려야 한다던데, 어떤가요?

“예약을 해야 하고, 대기시간도 길어 일상적으로 긴밀하게 이동하는 수단으로는 매우 부족한 측면이 많죠. 또 지역 간에, 자기 인접도시 외에는 제대로 이동을 안 시켜요. 그래서 실효성 있게 이용할 수 있도록 광역이동지역센터 설치를 요구하는 거잖아요.”

이준석 대표 발언 이후 전장연에 후원도 이어지고 있지만, 공격도 많이 받는다면서요?

“혐오 발언으로 연결해서 재물을 손괴하거나 욕하거나 하는 공격이 많죠. 음모론 쪽으로도 어마어마하게 공격하고 있죠”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저희 계획은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어요. 먼저, 4월 20일까지 인수위 답을 받겠다는 거고요. 두 번째는 장애인 투쟁에 대해서, 정치적이고 정파적으로 갈라서 음해하는 방식의 언행에 대해 이준석 대표에게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겁니다. 이 대표가 사과할 때까지 저희는 계속 싸워나갈 거예요. 방식을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반드시 사과를 해야 될 것입니다.”

요구가 안 받아들여지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어떻게 대응할지 아직 결정된 건 없어요. 일단 지금은 답을 기다리고 있고,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때 또 같이 논의해서 결정해야겠죠. 지금 우리는 최선을 다해 투쟁하며 원하는 답 받길 기다리고 있는 거고,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아직 논의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해주세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압박과 불법 그리고 출근길 시민의 발목을 잡고 볼모로 잡는다는 어떤 정치인의 프레임에서 한 발 물러서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봐주셨으면 합니다. (시민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 구성원의 일부인 장애인에게 일어나는 차별의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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