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에서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는 간부들이 민간인 사찰 뿐 아니라 지난 2008년부터 YTN에 대한 사찰을 주도하던 원충연 전 국무총리실 조사관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간부들은 사찰 연루 가능성에 대해 “얼토당토않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이들은 노조원들에 대한 소송, 고소, 고발 등을 지휘했을 뿐 아니라 사원들의 인사상황, 성향 등 민감한 사안들까지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입수한 민간인 사찰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민간인 사찰’ 사건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직후이자 사건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증거 인멸을 논의했던 때에 YTN 법무팀장과 감사팀장, 당시 보도국장이 원충연 전 조사관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이 2010년 6월29일부터 7월 9일까지 단 열흘 동안만을 특정한 원 전 조사관의 통과기록 내역이었지만, 이 짧은 시기 동안 YTN 감사팀장은 13차례, 법무팀장은 4차례, 보도국장은 1차례 각각 원 전 조사관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 <뉴스타파> 11회 화면 캡처
특히, 총리실이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내부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컴퓨터 관련 자료를 삭제했던 7월5일 밤에는 원충연 전 조사관과 감사팀장이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저녁 8시39분, 밤 9시16분, 9시24분, 9시39분, 9시49분, 10시1분 등 이들은 전화를 주고 받았다.

또, 불법사찰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던 이른바 ‘일원동 대책회의’ 다음날인 7월6일에는 감사팀장, 법무팀장 모두 동작구 사당에서 사당 인근에 있던 원충연 전 조사관과 통화를 시도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이들이 함께 모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노조는 판단하고 있다.

원충연과 알고 지냈던 감사팀장

원충연 전 조사관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된 감사팀장과 법무팀장은 YTN 내에서 구본홍 사장에서 배석규 사장으로 이어지는 3년 반 동안 유일하게 한 번도 보직이 변경되지 않았다.

감사팀장의 경우, 10년전부터 원충연 전 조사관과 알고 지낸 사이로 확인됐다. YTN은 6명의 기자를 해직한 직후인 2008년 10월24일 감사팀을 신설했으며, 이 자리에 감사 업무와는 무관한 카메라기자였던 감사팀장을 발령했다. 노조는 갑자기 감사팀이 신설되고, 업무 분야와는 상관없는 이가 감사팀장으로 발령되고, 현재까지 줄곧 보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찰 필요에 의해 인사가 이뤄진 게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원충연 전 조사관과 이틀에 걸쳐 4차례 통화를 한 법무팀장은 감사팀장 인사 발령 후인 2008년 11월29일 신설된 법무팀의 팀장으로 영입돼왔으며, 당시 YTN은 노사 간 징계무효소송, 노조원 고소 등 법적공방이 치열했던 시기였다.

이와는 달리, 당시 보도국장은 단 한 차례만 원충연 전 조사관의 전화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노조는 이에 대해 “먼저 원충연이 전화를 걸어 긴밀한 접촉이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2008년 원충연이 YTN을 사찰하던 시기에 인사팀장을 했었다"며 "징계 실무를 주관하고, 노조원들에 대한 인사상의 내용을 정리하는 인사팀장이 5분간 통화를 한 것이 사찰과 무관했던 것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 YTN노조가 9일 오전 10시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15층 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디어스

이와 관련해, YTN노조는 9일 오전 10시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15층 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찰 대상이 아닌 언론사 간부들이 전혀 상관이 없는 불법사찰 당사자와 집중적으로 통화했다는 것 자체로 잘못된 것”이라며 “드러난 의혹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하는 게 당연하고, 회사 또한 책임 회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어리석음 범치 않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YTN노조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변호사 자문을 마치는 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해당 간부들 “언론사, 기자들, 노조 간부 상대로 즉시 법적 조치 착수할 것”

그러나 이 같은 노조 주장에 대해 해당 간부들은 입장을 내어 “단지 몇 번의 통화 내역이 발견되었다는 것만 가지고 ‘불법 사찰과 증거인멸에 공모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얼토당토 않다”며 “이러한 주장을 보도한 언론사들과 그 기자들, 또 억지 주장을 유포한 노동조합 간부들을 상대로 즉시 민·형사 상 법적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원충연 전 조사관과 통화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원충연은 2010년 6월 경 민간인 사찰 파문이 불거지자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감사팀장에게 문의했고, 감사팀장은 계속해 도움을 요청하길래 ‘우리 회사에 변호사가 있으니 법무팀장과 상의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법무팀장과 연락할 수 있게 해 줬다”며 “법무팀장은 원충연과 통화하면서 법률상 반론보도를 청구하는 방법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일반적인 내용에 관하여 조언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면서 “그때가 이미 2년 여 전이므로 당시 보도국장은 원충연과 통화한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통화를 했다면 민간인 사찰 파문에 관하여 보도 내용을 완화해 주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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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찰에 연루" YTN 간부들 '혐의 없음'으로 밝혀져[감사팀장 추가]

본지는 2012년 4월 8일자 <YTN노조 "YTN 주요 간부들, 불법 사찰에 연루">, 4월 9일자 <원충연과 통화했던 YTN 간부들은 누구??, 4월 10일자 <원충연 사찰 연루 의혹, 석연치 않은 YTN 간부들의 해명>, 4월 17일자 <YTN노조, '불법사찰' 관련 배석규 등 간부 4명 고소>, 5월 30일자 <통진당에 '서슬퍼런 검찰, 방송사 '사측' 사건엔 '꼬랑지'>, 10월 2일자 <"MB정권 불법 사찰 장물 취한 배석규, 석고대죄도 모자라"> 및 2013년 4월 22일자 <"불법사찰 핵심인물을? YTN 기자들 분노>, 7월 3일자 <YTN 해직사태 악화 기여 법무팀장, 이제와 '고통 이해>, 2015년 3월 19일 <대행에서 사장까지...배석규 6년이 YTN에 남긴 세가지 상처> 제하의 각 보도에서 YTN노조가 YTN 감사팀장, 법무팀장과 보도국장 등 YTN 간부들을 불법사찰 관련 증거인멸 및 부당노동행위 등 혐의로 고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수사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올해 4월 16일, "원충연이 YTN 손재화 법무팀장과 당시 김홍규 보도국장, 염해진 감사팀장으로부터 YTN 관련 정보를 취득하여 노조 동향을 불법사찰하고 이에 대한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은 추론에 불과하고 아무런 증거도 없으며, 사측의 행위는 노조의 불법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모든 혐의에 대해 위 YTN 간부들을 무혐의 처분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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