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 당선인이 다들 예상한 대로 한덕수 전 총리를 새 정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언론의 평가를 보면 크게 세 가지 점이 고려된 듯하다. 첫째, 과거 이력을 볼 때 경제와 외교안보 양쪽 모두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이다. 둘째, 정권의 성향에 관계없이 이명박 정권 때까지 요직을 거친 인사라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셋째,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경제수석, 총리 등을 지냈으므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임명동의안 처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의도대로,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고민스러운 점이 있을 수 있다. 한덕수 전 총리의 정책적 지향과 능력을 문제삼는 전략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 이력 때문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한덕수 전 총리는 자녀도 없고 육군 병장 출신이라 도덕성 문제에 있어서도 별다른 쟁점이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공직을 사실상 그만둔 이후 재산형성 과정 등은 논란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논란거리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 별로 문제삼을 만한 건이 없는데도 국회 의석의 우위를 바탕으로 무리한 반대에 나서면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넘어갈 수는 없는 것도 현실이다. 당장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새 정부의 첫 인사부터 논란이 될 만한 상황을 만들고 싶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역대 정권의 몰락은 대개 임기 초 인사 실패라는 형태로 그 씨앗이 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협력의 필요가 있는 것에는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정말로 반대할 필요가 있는 것에 대해 반대할 때 힘이 실린다. 더군다나 지방선거다.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대선 지더니 그래도 정신차렸다’는 평가를 받는 게 중요하다. 대선의 연장전이라는 개념만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직접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찬가지로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도 과거 정권과는 현안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한덕수 전 총리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며 경륜이니 통합이니 말하는 것도 실제 합리적이고 국민통합적인 통치 방식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믿을 만한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논란은 이 점에서 과거와는 다를 거라는 믿음을 갖기 어렵게 만든다. 김정숙 여사의 옷값 문제와 더불어 이 문제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친인척 문제라는 맥락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보수언론의 의도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인수위가 논란이 없는 인사를 무리하게 ‘알박기’로 규정하며 ‘직권남용’까지 거론한 것은 다른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즉, 인수위가 실제 겨냥하고 있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며 그중에서도 이동걸 회장이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눈독’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강경대응하자 인수위는 한 발 물러서서 톤조절에 들어갔다. 짚을 것을 짚고 드라이하게 반론하면 될 일을 ‘역습’을 하듯 한 청와대의 태도도 물론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대통령 동생과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대목만 가지고 구체적 정황도 없이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결국 신구권력의 인사권 갈등 끝에 ‘블랙리스트 사건’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를 예감하게 한다는 평가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는 행태이다.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직책의 임기가 대통령의 임기와 같이 하지 않는 것, 그리고 법원이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문제로 판단한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전 정권들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인정하지 않았던 ‘그럴만한 이유’를 새 정부에선 인정하겠다는 태도를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가 실천적으로 보여준다면 한덕수 전 총리의 총리 후보자 지명도 국민통합을 위한 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가 과거 정권이 빠졌던 함정에 똑같이 걸어들어가는 모습으로 일관한다면 한덕수 총리 후보자 지명은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평가로만 남을 것이다. 국민이 5년만에 정권을 다시 보수정치에게 넘겨준 것은 기성정치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변화를 요구받을 때는 먼저 변하는 쪽이 승자가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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