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 YTN 사장을 “현 정부에 충성심 돋보이는 인물”로 평가한 사찰 문건에 이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YTN 해직사태 등 노사 갈등이 극심했던 2008년에도 YTN을 집중 사찰했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이 추가로 공개됐다.

“해직사태 때에도 YTN 집중 사찰”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김종욱)가 6일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1팀이 2008년 11월12일에 작성한 ‘1팀 현재 추진 중인 업무현황’ 보고서에는 “YTN 노조 불법행위 내사”라는 항목이 명시돼 있고, 그 옆에 “조사 진행 중”이라는 추진 상황이 명시 돼 있다.

▲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1팀이 2008년 11월12일에 작성한 ‘1팀 현재 추진 중인 업무현황’ 보고서 ⓒYTN노조
앞서 노조가 공개한 ‘BH 하명, 임원진 교체방향’ 문건은 배석규 사장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 문건으로 2009년 7월부터 9월, 즉 YTN 사장 교체 시기에 사찰이 이뤄졌다는 정황을 담고 있다면, 이번에 추가로 공개된 문건은 YTN 대량 해직사태가 발생한 2008년 10월을 전후해 YTN에 대한 사찰이 집중적으로 이뤄졌음을 입증하고 있다.

실제 2008년 10월6일, YTN 인사위원회는 노종면 당시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기자 6명을 해직하는 등 33명에 대한 대규모 징계를 내렸으며, 노조원 징계로 인해 YTN의 대표 콘텐츠인 <돌발영상>이 불방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특히, 이 시점에는 노종면 당시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 12명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YTN노조는 이에 대해 “문건이 말하는 ‘불법행위 내사’는 사찰 조직 차원의 은밀한 뒷조사임이 분명하다”며 “당시는 대량 해직사태가 발생한 직후여서 YTN 사태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정권과 사측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상황이었으므로 이를 반전시키고자 뒷조사를 벌인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YTN 대량 해고는 미션 종결?

이 뿐 아니다. YTN 기자 6명에 대한 대량 해고를 ‘미션 명’으로 이름 붙이며, 이를 ‘종결’로 표현한 문건도 공개됐다.

2009년 1월14일 작성된 ‘2008년도 미션처리 내역(종결사건)’ 문건은 ‘미션 명’이라는 항목 아래 “YTN 사장선임 반대 노사분규”라는 사건을 언급하고 있으며, 2008년 12월 “종결” 처리되었음을 명시하고 있다. 즉, YTN노조원들의 해고, 정직, 감봉 등 극심했던 노사 갈등 상황을 ‘미션이 종결됐다’고 표현한 셈이다.

▲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9년 1월14일 작성한 ‘2008년도 미션처리 내역(종결사건)’ 문건 ⓒYTN노조
당시 YTN노조는 ‘구본홍 반대 투쟁’을 했다는 이유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6명 기자 해고를 포함해 33명의 노조원이 정직, 감봉 등 대량 징계를 받았으며, 노조원들이 대량 징계에 항의하는 의미로 검은 옷을 입고 방송에 출연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부터 ‘시청자 사과’ 결정이라는 큰 제재를 받기도 했다. 또, YTN은 당시 노조에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YTN 역사 상 처음으로 경찰이 YTN사옥에 출동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울러, 당시 YTN은 노종면 노조위원장 등을 고소하면서 “이들을 구속 수사해 주기 바랍니다”라고 밝힌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YTN노조는 이에 대해 “결국 이 문건들은 정권 출범직후부터 청와대가 YTN을 먹잇감으로 삼아 구본홍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고 그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을 혹독하게 짓밟고, 구본홍이 보도를 장악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자 다시 ‘충성스러운’ 배석규를 사장에 앉히면서 YTN과 그 구성원들을 유린한 것”이라고 밝혔다.

YTN노조의 ‘불법 사찰’ 정황 추가 문건 공개에 대해 YTN 회사 쪽은 “아직 공식 입장이 나온 게 없다. 이 문건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하는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YTN에 대한 ‘불법 사찰’ 정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11월 <서울신문>의 단독 보도로 존재가 드러난 원충연 수첩에도 YTN 사찰 정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원충연 전 사무관의 ‘수첩’에는 YTN 내부 상황에 대한 상세한 내용들이 7쪽에 넘게 적혀 있다. 사내 간부들과 사원들의 실명이 인적사항과 성향이 자세히 기록돼 있고, 회사가 노조에게 했던 조치 등도 낱낱이 적혀 있는 등 YTN간부와 YTN노조의 활동을 집중 사찰한 정황들이 포함돼 있다. 수첩에는 ‘YTN 감찰 보고’라는 표현도 있다.

YTN 간부 급 사원들 “해직자 문제 먼저 해결해야”

한편, YTN에서 처음으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간부 급 사원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YTN 정상화의 첫 걸음은 해직자 문제 해결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김상우, 김태현, 김호성, 류제웅, 임수근 등 부장급 사원 5명은 5일 ‘YTN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우리의 호소’ 성명을 내어 “해직자 문제 해결은 YTN 사우 모두가 하루 속히 덜어내야 할 가슴속 응어리이며 미래로 가는 첫 걸음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YTN 사태 해결과 노사 협력을 위해 더 이상의 징계는 없어야 한다”며 “이런 요청에도 불구하고 징계 상황이 온다면 그 짐은 그동안 이 갈등 구조를 극복해 내지 못한 우리 선배들에게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문건을 통해 나타난 YTN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그동안 어렵게 지켜온 YTN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받게 된 현 상황에 심각한 우려감마저 감출 수 없다”며 “회사 쪽은 특히 사찰 과정상에 외부와 유착한 사내 세력이 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서, 독립성이 생명인 언론사의 기본을 부정한 세력이 만약 있다면 엄정히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