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에 안 그런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십시오. 동아대만 하더라도 많습니다. 기자님이 그거 다 밝혀낼겁니까”

새누리당 사하갑 후보로 출마한 문대성 교수의 박사 논문을 '대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동아대학교 K교수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었다. 문 후보의 박사 논문은 이른바 '3단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K교수가 2006년 10월에 발표한 논문 '4주간 PNF 운동이 무산소성 능력에 미치는 영향'이 문제가 된 김백수의 논문으로 이어지고(2007년 2월), 이 논문이 최종적으로 문 후보의 박사 학위 논문(2007년 8월)이 됐다는 지적이다.

▲ 동아대학교 K교수의 논문 '4주간 PNF 운동이 무산소성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4개월 뒤 김백수(아래, 좌)의 논문이 되고, 다시 6개월 뒤에는 문대성(아래, 우) 논문이 됐다. 사실상 K교수가 세 논문의 원저자가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실제, K교수의 논문은 '4주간'을 기간으로 설정했지만 본문을 보면 실험이 '8주간'이뤄졌다.(위, 우) 이에 대해 논문을 검토한 체육계 관계자는 "논문을 발췌,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논문은 '표절'한게 아니라 '대필' 가능성"

세 논문의 '유사성'은 이미 더 논증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다. K교수의 논문 중 '서론', '연구방법', '연구결과' '논의'가 김백수의 논문과 같고, 문 후보와의 논문과는 '서론', '연구방법' 논의'의 상당 부분이 동일하다. (문대성 박사논문 2, 13, 14, 26, 61페이지 참조) 세 논문은 오탈자와 띄어쓰기 오류까지 동일해, 그냥 베낀 것이 아니라 아예 '드래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세 논문의 차이는 각각 실험기간이 4주(K교수), 8주(김백수), 12주(문대성)로 갈려 있는 것 밖에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K교수의 논문에선 애초에 설정된 실험기간 4주가 아닌 8주로 명기되어 있는 내용이 눈에 띈다. 두 논문의 작성자가 사실상 같은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논문을 검토한 한 체육계 관계자는 "K교수가 논문 제목에서 실험 기간을 4주간이라 하고, 실제 내용에선 8주간이라고 명기한 것은 김백수의 논문에서 자신의 논문을 발췌,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논문 작성을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아니 컴퓨터로 문서 작업만 해본 사람도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박사 논문 뿐만 아니라 석사 논문도 대필 의혹

K교수와 관련된 의혹은 이 뿐만이 아니다. K교수는 문 후보의 석사 논문도 대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 후보의 석사 논문은 2003년 2월 용인대에서 발표한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의 경쟁상태 불안에 관한 연구'이다. 이 논문은 2005년 6월 '한국스포츠리서치'라는 학술 저널에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의 경쟁상태 불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게재되었다. 이 논문의 대표저자가 바로 K교수다. 문 후보는 공동 저자로 올라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자신의 석사 학위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되는데 문 후보는 자신이 아닌 K교수를 대표 저자로 했다. 왜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답은 물론, 문 후보와 K교수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 후보는 아무런 말이 없고, K교수는 "팩트가 맞지 않는다. 그런 걸 일일이 다 말해줘야 하느냐"며 대답을 거부했다.

K교수는 2000년 용인대에서 석사를 취득했고, 2005년 세종대에서 박사를 취득한 후 2008년 동아대학교에 임용됐다. 김백수 역시 2004년 용인대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문대성은 2003년 용인대에서 석사를 했다. 김백수와 문대성은 용인대에서 함께 석사를 한 사이고, K교수는 이들의 선배다. 김백수와 문대성의 지도 교수는 윤상화 교수로 같고, K교수는 윤상화 교수와 여러 차례 이상 논문을 공저한 ‘각별한’ 사이다. 이들의 관계는 가히 ‘논문 표절단’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커넥션을 보여준다. 서로가 서로의 논문을 베끼거나 계속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며, 개인이 발표한 논문을 공저로 바꿔 학술지에 게재하고, 누군가의 학위 논문을 짜깁기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형식으로 2001년 이후 계속 논문을 함께해왔다.

따라서 윤상화 교수는 세 논문의 유사성과 표절 여부를 가장 확실하게 그리고 잘 알고 있어야 마땅하다. 지도교수로, 논문심사위원으로 세 논문에 모두 관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절 의혹이 제기된 직후 윤 교수는 "논문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로 문 후보에 대한 방패막이로 나섰다. 문 후보 역시 윤 교수와의 관계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채, '논문 심사위원'이라고만 윤 교수를 소개했다.

결론적으로 문 후보의 박사 학위 논문은 K교수에 의해 대필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석사 학위 논문 역시 K교수에 의해 대필되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들을 잇는 관계의 공통 분모는 학연이고, 문 후보의 지도교수이자 은사였던 윤상화 교수가 계속 연결고리로 등장한다.

문 후보의 논문 대필의혹 대상으로 K교수가 지목받는 또다른 이유

▲ 동아대학교 체육대학 마크 이미지

문 후보는 학위가 없던 시절 이미 '교수' 채용을 보장받고 동아대에 왔다. 당시, 동아대 태권도학과 학장으로 문 교수의 은사이기도 했던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문대성 선수가 동아대 감독으로 옮기고, 박사 학위를 받는 대로 교수직에 임용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과정은 그대로 됐다. 문 후보는 태권도부 감독을 1년만 하고 바로 교수로 '특채'되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문 후보가 교수가 된 이듬해 K교수 역시 동아대의 교수가 됐다는 점이다. K교수는 부산은 물론 동아대와 아무런 인연이 없고, 태권도학과의 주류라고 할 용인대나 한국체육대학이 아닌 다른 사립대에서 학위를 취득한 비주류 인사였다.

이런 인사가 동아대 교수로 바로 올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사건을 추적 중인 한 야당 관계자는 "K교수가 문 후보의 석, 박사 논문을 대필해주곤 그 대가로 동아대 교수로 오게 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체육계 관계자는 이른바 '논문 연고'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우회적으로 상황을 인정했다. '논문 연고'란 별다른 연고가 없는 개인이 누군가의 논문을 대필해주는 인연으로 교수가 되는 상황을 일컫는 체육계 은어라고 한다. 체육계 스타가 교수가 되기 위해선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데, 특히 학문 분야의 업적을 쌓기 위한 '서포트'는 필수적이라고 한다. 이 과정을 도와주고 그 대가로 교수가 된 이들이 꽤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동아대와 전혀 관련이 없던 K교수가 문 후보 박사 취득 후 동아대 조교수로 임용된 점은 불법 거래의 정황을 의심케 한다"며 "만약, 그렇다면 이는 명백한 위법사안으로 문 후보와 K교수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공천장을 받고 있는 문대성 후보의 모습ⓒ오마이뉴스

문대성 후보 표절 문제를 표로 검증받겠다는 것인가?

문 후보의 논문이 단순 '표절'이 아닌 조직적 '대필'이고 이를 통해 대필자가 교수가 됐다는 의혹에 대해 K교수는 "그렇다면 법적으로 조사하라"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부산 정가의 한 관계자는 "문 후보가 심정적으로 상당히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지금 물러설 경우 죽도 밥도 안 되기 때문에 선거에서 이긴 후 '표절 문제에 대해 이미 표로 검증받았다'고 상황을 넘어가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표절과 대필의혹은 문대성 개인이 '표'로 심판받을 수 없는 '사실'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빨리 의혹이 해명되지 않는다면, 당장 동아대 교수들은 어떻게 학생을 지도할 것이며, 또 국민대 출신 박사들이 떠안게 될 심각할 불명예는 어찌할 것인가. 계속 쏟아지고 있는 의혹들 속에서 문대성 후보가 '정치공세'라는 '외마디'의 해명으로 언제까지 학계와 여론의 비판을 외면할 수 있을 것인지, 그와 논문에 대한 관심은 계속 고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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