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 노조(위원장 김현석)가 '공정방송 쟁취'와 '김인규 사장 퇴진'을 내걸고 총파업을 진행한 지 29일째인 3일, KBS 보직간부 25명이 사실상 김인규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보직 간부들이 집단 성명을 통해 김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총파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 김인규 KBS 사장 ⓒ연합뉴스
KBS 드라마국, 다큐 교양국 등에서 팀장 보직을 맡고 있는 간부 25명은 3일 성명을 내어 "KBS의 선배로서, 직장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현명한 결단을 바란다"며 사실상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김인규 현 사장이 2008년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장공모 신청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저를 둘러싸고 혼란한 KBS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어제 결심했다"고 말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몇 년 전의 결단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파업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CP들이 버텨온 것은 경영진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다"라며 "프로그램의 틀거지만이라도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파행만이라도 막고 있으면 혹시 후배들에게 갈 불이익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또다시 수십 명의 후배들이 징계 절차에 회부됐다는 참담한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들의 기대가 너무도 안일했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징계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경영진의 통 큰 결단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앞서, 입사 10년차 이하의 KBS 기자 146명은 2일 기명 성명을 통해 "기자 사회가 곪아터지고 문드러져도 여전히 사무실 안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선배의 모습은 저희를 더욱 슬프게 한다"며 선배 기자들의 총파업 동참을 호소한 바 있다.

한편, KBS 새 노조는 KBS에 대한 총리실 사찰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2일 'MB정부 KBS 장악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했다.

2일 새 노조는 2009년 총리실이 작성했던 'KBS 동향보고' 문건 가운데 "(김인규 퇴진 총파업 투표가) KBS노조 집행부의 조직표 동원 등으로 부결됐다" "김인규가 사장에 취임하니 KBS노조 집행부도 친 김인규로 선회했다" 등의 대목과 관련해 최재훈 KBS노조 위원장을 향해 공개해명을 촉구했다.

새 노조는 "(해당 대목이 사실이라면) 공영방송 KBS노조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다.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법적 조치를 취해달라"며 "문건에서도 밝혀졌듯이 정권에서 내려보낸 낙하산 김인규 사장 퇴진 투쟁에 반드시 함께 하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 최재훈 KBS노조 위원장
그러나, 최재훈 KBS노조 위원장은 3일 "현 국면에서 지배구조개선 투쟁만이 모든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깃발"이라며 김인규 퇴진 투쟁 동참을 거부했다.

KBS 사찰 문건 가운데 'KBS노조 집행부가 조직표 동원 등을 통해 파업을 부결시켰다'는 대목에 대해 "대응할 가치도 없는 코미디다. 명예훼손을 거론할 가치도 없는 내용"이라고 일축하며 "저에게 '과거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정권에 집중돼야 할 본부 노조 투쟁의 화살을 제게 돌리는 것으로 노조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고 다소 의욕이 지나쳤다"고 말했다.

최재훈 위원장은 "'국무총리실 사찰 문건'에 대해 조금만 더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정권의 부도덕성을 비판했으면 한다"며 "의도한 바는 당연히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본부 노조의 파업 투쟁이 현재의 보수 야당을 돕는다는 인상을 심어줄 소지가 크다"고 응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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