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봄임에도 마치 여름처럼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18일. 우리는 서울에서 한 시간 반 남짓 버스를 타고 경기도 양주시의 MBC문화동산에 도착했다.

신문법 폐지, MBC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의 '시장주의' 미디어정책에 대항해 지난 1월 29일 출범한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 행동'(이하 미디어행동)의 제1차 워크숍이 열렸기 때문이다.

답답한 서울이 아닌 탁 트인 곳에 도착해 여유롭게 대장금 세트장을 거니는 우리의 심정은 '평온' '즐거움' 그 자체였다. MBC문화동산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목구멍을 턱턱 막히게 하는 서울의 탁한 공기보다는 백배(!) 나았다.

▲ 18일 경기도 양주시 MBC문화동산에서 '미디어행동'의 첫번째 워크숍이 열렸다. ⓒ곽상아
하지만 이날 4시부터 진행된 각종 토론회는 우리의 마음 상태를 '평온'에서 '심란'으로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토론 주제인 '대안 미디어운동의 중요성과 역할' '미디어 행동의 전망과 과제'에 대한 '미디어행동'의 자기 반성과 향후 활동 모색은 <미디어스>의 구성원인 우리에게도 많은 고민과 함께 숙제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이번 워크숍에서 우리에게 가장 '따끔하게' 다가온 것은 <미디어스>를 포함한 '대안 언론'의 총선 보도에 대한 지적이었다.

'대안미디어운동의 내용과 전망'을 주제로 한 첫 번째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철관 바른지역언론연대 연대사업위원장은 "대안언론은 총선보도에서 기자회견, 집회, 성명서, 선거유세 현장 등을 다룬 '단순한' 기사를 주로 내보냈다"며 "이번 총선의 큰 쟁점이었던 대운하, 뉴타운 개발 등에 대한 분석과 대안 제시에도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대안 언론 전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이러한 지적은 <미디어스>의 구성원인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미디어스>를 비롯한 매체비평지들은 이번 총선 때 정책 검증에 소홀하고 후보자들의 동정 따라가기에만 바쁜 언론들의 행태를 '꾸준히' 비판해왔다. 하지만 이들을 비판해왔던 매체비평지 역시 정책 분석과 검증 면에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미디어의 공공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치열한 고민과 진지한 자세가 매우 인상적이었던 이날 워크숍에서는 미디어행동의 '자기 비판'도 제기됐다. '공공성'이란 일부에서 주장하는 '소수'의 이야기가 아닌 시민들의 일상 생활과 직결돼있는 것임에도 전투적 언어를 사용함으로 인해 국민들의 공감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미디어 공공성'을 외치는 언론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일반 시민들에게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미디어 전문지 종사자로서 늘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신문방송겸영이 허용되고, 대통령과 '형님 아우' 한다는 최시중씨가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되는 것이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듯 '먼나라 이야기'에 불과한가. 공공적 가치가 최우선이 돼야 할 '미디어'가 사유화되면, 이로 인한 폐해는 시민들이 고스란히 겪는다. '미디어 공공성'에 대한 대다수 시민들의 무관심이 실로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다.

동시에 이는 언론종사자의 책임감을 더욱 두텁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미디어 공공성'에 무관심한 대다수 일반 시민들에게 그 중요성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리라.

이날 워크숍은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등 총 54개 단체로 구성된 '미디어행동'의 출범 후 첫 번째 공식 만남이었다. 최근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의 신문고시 폐지 방침 등 이명박 정부의 본격적인 '시장주의적' 행보는 이들의 발걸음을 더욱 바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한 이들의 진지한 고민과 과제가 논의된 이번 워크숍은 미디어 전문지 종사자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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