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무차별 사찰 정황이 담긴 문건의 파장을 축소하기 위해 청와대 뿐 아니라 KBS, MBC, SBS 방송사와 조중동 등 보수신문이 일제히 나섰다. 언론들은 KBS 새노조가 공개한 문건의 핵심 ‘민간인, 언론사 등에 대한 무차별 사찰’을 짚기 보다는 “문건 80%가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것”이라는 청와대의 해명만을 힘을 실어 보도하는 등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주장에 힘 실어준 공영방송 KBS

▲ 2012년 4월1일치 KBS <뉴스9> 화면 캡처
KBS는 1일 <뉴스9>를 통해 청와대의 해명을 가장 먼저 보도했다. KBS는 “참여정부 때도 정치인과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청와대의 주장을 전하며,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인 지난 2006년 넉 달 동안 국정원 직원에게 불법사찰을 받았다는 등 청와대가 밝힌 구체적인 사례도 언급했다.

KBS는 더 나아가 “문건을 공개한 측이 2008년에서 2010년 작성된 문건만 주로 제공했고, 대부분의 언론은 문건 전체가 현 정부의 사찰 문건인 양 오보를 쏟아냈다”며 KBS 새노조 쪽에 책임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KBS 보도 가운데 청와대의 주장을 반박하는 입장은 “야권은 2,200여건은 합법적인 감찰 자료일 뿐이라며 본질은 현 정부의 민간인 사찰이라고 반박한다”는 문장이 전부였다.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의 파장을 축소하기는 MBC도 마찬가지였다. MBC <뉴스데스크>는 아예 “현 정부와 전 정부의 대결양상으로 치닫고 있다”고 밝힌 뒤 청와대와 민주통합당 쪽의 주장을 각각 전하는 데 그쳤다.

SBS 또한 <8뉴스>를 통해 “사찰 문건의 80% 이상이 지난 정부 때 작성된 것”이라고 밝힌 청와대의 ‘반격’을 소개함과 동시에 “무책임한 책임 떠넘기기”라고 반박하고 나선 야당 쪽의 입장을 전했다. 청와대와 야당의 입장을 각각 전하기만 했다.

KBS새노조 헐뜯기에 나선 보수신문들

보수신문은 이에 한 발 더 나아가 청와대의 해명을 전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KBS 새노조를 헐뜯기에 나섰다. 이들은 MB정부 들어 자행됐던 민간인 및 언론사 사찰의 문제를 짚기 보다는, KBS노조의 혼선으로 인해 사찰 정국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 2012년 4월2일치 조선일보
먼저, <조선일보>는 KBS 새노조의 폭로, 청와대의 반격, 문재인의 반격, 청와대의 재반격을 차례대로 정리한 뒤 “청와대, 구라 격조있게 까라”던 KBS 새노조가 5시간 후 오류를 사과했다며 KBS새노조의 행태를 우회적으로 문제 삼았다.

조선은 또, 이번 사안과 관련해 “민간인 사찰은 기존에 기소한 2건(김종익, 남경필) 외에 문제 없다”는 검찰 주장, “BH 하명은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때도 쓴 표현”이라는 총리실 주장을 각각 전하면서 ‘문제 없음’에 힘을 실어줬다.

<동아일보>도 KBS 새노조 쪽에 책임을 돌렸다. 동아는 공개된 2619건의 문서를 직접 분석한 결과를 보도하면서도 “KBS 새노조는 잘못된 발표로 나라를 들쑤셔놓고 뒤늦게 유감이라고 밝혔다. 혼선이 빚어진 전말을 남의 탓으로 돌렸다”며 새노조를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의 해명을 주요하게 전한 뒤, 사찰 공방으로 전·현 정권이 충돌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영묵 교수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

이 같은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전형적인 물타기”라며 “언론이 완전히 수구 쪽에 장악되다보니 사실 관계 확인을 하지 않고 청와대 주장을 내보내 물타기를 넘어 오히려 발뺌하고 떠넘기는 양상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더 나아가 언론을 향해 “언론이 구체적으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건수별로 유형별로 사찰 내용을 공개하고, 노무현 정부 했던 것과 MB정부가 했던 것을 구분해서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심층 보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KBS 새노조 쪽을 향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새노조가 섬세하게 발표했어야 하는 면이 있었다”며 “노무현 정권 때 있었던 정상적인 정보 보고와 MB 정부 때 있었던 명백한 민간인 사찰 등 전혀 다른 두 가지를 섞어놓고 ‘사찰’이라고 했기 때문에 ‘물타기’의 여지를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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