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최고 슈퍼매치라 하면 바로 어제 열린 FC 서울-수원 블루윙즈 경기를 꼽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한 달 앞서 두 팀이 맞대결을 펼쳤던 사실을 아시나요? 성인팀은 아니고, 바로 이 두 팀의 산하 고등학교 팀인 동북고(FC 서울)와 매탄고(수원 블루윙즈)가 맞대결을 펼친 것입니다. 맞대결을 가진 무대는 바로 K리그 산하 고등학교 팀끼리 대결을 펼치는 2012 아디다스 올인 챌린지리그였습니다.

스타 등용문의 새로운 산실, 챌린지리그

챌린지리그는 프로 구단들의 유소년 클럽 시스템 운영을 활성화하고, 주말 경기를 통해 공부하는 축구선수를 양성하는 취지로 2008년부터 운영된 리그입니다. 국내 최초 고교 연중리그로,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 리그는 올해 아디다스가 공식 후원하면서 '아디다스 올인 챌린지리그'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강원 FC, 상주 상무 산하 팀도 생겨 K리그 16개 팀 모두 산하 팀을 보유하고 리그를 치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성인 축구만큼이나, 아니 오히려 그 이상으로 축구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점에서 챌린지리그는 큰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선수들의 꾸준한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클 텐데요. 챌린지리그에서 활약한 선수 중에서 스타로 뜨는 선수들도 많았습니다. 2009년 챌린지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광양제철고 출신 지동원은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한 뒤 부쩍 성장하며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에까지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 신인왕 후보였던 포항 고무열, 올림픽 축구대표팀에서 주전급 공격수로 떠오른 서울 김현성 역시 챌린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입니다. 현재도 각 팀마다 주축 선수들이 U-20, U-17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챌린지리그는 스타의 등용문이요, 장기적으로는 프랜차이즈 스타 등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그리고 챌린지리그 자체가 한국축구의 뿌리, 줄기를 탄탄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리그로 성장할 것입니다.

▲ 지난달 열린 아디다스 올인 챌린지리그 매탄고-동북고 경기 모습 (사진: 김지한)
높아지는 K리그 구단들의 관심, 지원

이렇게 유망주들을 위한 무대에 대한 관심, 지원이 늘어나면서 K리그 각 구단들의 노력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전남, 포항은 일찍부터 '유소년클럽과 프로팀간 연계 시스템'을 통해 어린 선수 육성에 오랜 관심을 보였고, 그에 따른 가시적인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청용, 기성용을 길러낸 FC 서울은 아예 올해부터 '미래기획단'이라는 조직을 신설, 보다 체계적이고 선진적인 유스 시스템 발전에 앞장설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선수 스카우트 뿐 아니라 초등학교 팀부터 성인 2군 팀까지 더욱 다양하고 세분화된 연령별 팀을 구성해 체계적인 관리와 교육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프로 구단의 미래기획단 신설은 다른 선진 축구 리그에 비해서 늦은 것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한국 축구의 미래를 키우고, 유무형적인 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로운 효과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망주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한국 축구를 살린다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축구 인프라 발전이 진일보했다고 하지만 그동안 유스 시스템, 유망주 육성 등에 대한 부분에서는 큰 발전이 없었다고 하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우수 인재들이 조기에 해외로 나가고, 특히 금전적인 문제 등을 이유로 일본 J리그에서 성인 선수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선수 개인의 문제일 수 있지만 시스템적으로 이러한 우수 선수들을 우리 내부에서 키우지 못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챌린지리그가 매년 성장하고, 각 팀들이 유망주 육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고, 또 기대되는 일인 것이 사실입니다.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사비 에르난데스, 푸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같이 유스팀부터 시작해 한 팀에서만 오래 활약하는 지역 프랜차이즈 스타 선수들이 우리 K리그에서도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이제 머지않았습니다. 질적인 성장과 여러 자산을 기대하게 하는 우리 축구계의 변화, 앞으로도 계속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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