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가 돌아왔다>는 일단 스토리부터 간략하게 읊고 들어가야겠습니다. 김택수 회장은 자신의 연구소에서 개발한 인공피부의 자료를 해외에 팔아넘기려고 수작을 부립니다. 이를 막고자 시위에 참여한 현철은 선임 연구원이 회장의 사주로 끔찍한 사고를 당하는 것을 목격합니다. 황급히 달려온 선임 연구원의 딸인 동화와 함께 현철은 복수를 다짐하지만 느닷없이 회장이 죽었다는 뉴스가 보도됩니다. 한편 회장은 자신의 팔에 자료가 담긴 칩을 숨겨서 출국하려고 했는데, 이제 죽어버렸으니 결국 그 칩은 시신에 보관된 꼴이 됐습니다. 이를 모른 채로 그저 시신을 빌미로 돈이나 뜯어내려고 하는 현철과 동화. 그러나 두 사람은 우여곡절을 거쳐 엉뚱한 시신(?)을 빼돌리게 됐고, 이들을 뒤쫓아 회장의 심복과 국정원 요원 그리고 '엉뚱한 시신'으로부터 빚을 받아내려는 사채업자까지 얽히고설킨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스토리부터 읊은 것은 짧은 소감을 이 말로 시작하고 싶어서입니다. <시체가 돌아왔다>가 갖고 있는 극의 구조는 이제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나지 않았나요? 그러니까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 사람이 뒤죽박죽 엉켜서 이중, 삼중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것 말입니다. 세기말에 가이 리치가 정점을 찍었고 그 이전에도 이런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게다가 사태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커지는 건 코엔 형제의 주특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마 위에 적은 스토리를 미리 알았다면 <시체가 돌아왔다>를 보지 않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21세기부터는 흥미가 뚝 떨어졌거든요.

어쨌든 언제나 그렇듯이 중요한 건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느냐 입니다. 소재를 보면 흥미를 자극하는 구석이 분명 있습니다. 예고편에서 류승범의 목소리로 들리는 대사(이거 정말 기가 막힌 스토리에요)처럼, 시체를 가지고 동분서주한다는 설정은 연출에 따라 액션 스릴러가 될 수도 있고 코미디가 될 수도 있습니다. 후자에 가까운 <시체가 돌아왔다>는 나름 기본에 충실하고 간간이 유머도 잘 살리고 있습니다. 특히 류승범은 이 영화에서 수훈갑입니다. 그의 능청스럽고 엽기적인 연기는 정말이지 매력적입니다. 이마저도 없었다면 <시체가 돌아왔다>는 대체 어떤 영화가 됐을지 궁금합니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기본에 충실한데 그 이상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연출의 리듬도 지나치게 빨라서 쉽게 몰입할 여지를 주지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선 각본이 참 허술합니다. 캐릭터 구축에 서툴러서 류승범을 제외한 이범수와 김옥빈의 그것은 마냥 달리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야기는 있는데 캐릭터가 없어요. 이런 영화에서 관객이 뭘 얻을 수 있을까요? 게다가 왜 진작에 결말부에서 시체를 탈취하는 방법을 쓰지 않는 것인지 보는 내내 답답할 지경이었습니다. 마치 관객이 연출에 휩쓸려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할 거라고 여기고 각본을 대충 얼버무린 것만 같습니다.

★★☆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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