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평가받은 20대 대선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당선으로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언론은 정책 검증보다 상대 후보 네거티브 중계에 주력했다는 평가가 많다. 거기에 각종 유튜브 채널과 1인 미디어 등이 경쟁적으로 특정 정당 대변 역할에 나서며 대선 정국이 혼탁해졌다.

윤창현 전국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번 대선 보도를 어떻게 봤을까. 이에 대한 답과 함께 문재인 정부 언론정책에 대한 평가, 그리고 윤석열 정부와 언론노조의 관계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기 위해 지난 16일 윤 위원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윤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언론중재법 관련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 Ⓒ연합뉴스

20대 대선이 끝났습니다. 대선 언론 보도를 어떻게 평가하세요?

“미디어 환경이 너무 많이 바뀌었어요. 지난 대선 때와 또 다르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언론이라 규정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지점이 발생했습니다. 과거에는 신문 방송 정도를 언론이라고 보고 거기에 대한 선거 관련 보도들을 평가해왔어요. 그런데 이번 선거부터는 초반 <삼프로TV> 같은 것도 화제가 됐지만, 기존 레거시 미디어를 통한 선거 정보의 취득보다 유튜브라든지 1인 미디어 통해서 관련 정보가 확산됐죠.

그러면서 소위 언론사 내부 시스템에 의해 일정하게 걸러진 정보들보다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보도, 또 정책 분석 보도보다는 후보자나 후보자 배우자에 대한 무분별한 폭로성 보도 등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며 선거 보도가 대단히 혼탁해졌고 저널리즘의 품질이 낮아졌습니다. 거기에는 양쪽 진영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대변하는 편향된 유튜버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쏟아내는 정보들이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지요. 그 과정에서 반인권적이고 또 여성 혐오에 가까운 정보들이 너무 많이 유통됐어요. 이런 것들을 앞으로 어떻게 걸러내느냐 하는, 굉장히 큰 숙제를 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언론과 유튜브 등이 영향을 주고받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영향을 주고받은 측면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그렇죠. 그러니까 포털 클릭 수에 매달린 중소규모 언론사들 포함해 다수 언론이 유튜버들이 생산해내는 지라시성 정보 내지 근거 없는 폭로를 ‘따옴표 저널리즘’ 속에서 퍼 나르면서 저널리즘 전반의 질이 떨어진 측면이 있어요. 또 하나,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상대 진영 후보 배우자에 대해 성상납이니 성매매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용어를 동원해 여성 혐오 발언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것들을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은 그나마 많은 부분에서 걸러낸 측면도 있거든요.

그런데 언론 불신이 확산되는 와중에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1인 매체나 독립 매체들 상당수가 일종의 확증편향에 빠진 ‘정치 고관여층’ 대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더 자극적인 정보를 반복적으로 생산하잖아요. 문제는 그런 매체까지 언론으로 인식되고 있단 점입니다. 중요한 건 유권자들이 시스템에 의해 거를 것들을 걸러내는 미디어와, 그렇지 못한 무분별한 유튜버들이나 인플루언서들과 구분해서 보고 있느냐죠. 그렇지 않기 때문에 선거 과정을 통해서 언론 혐오가 더 증폭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그런데 유튜브가 없던 시절에도 선거 보도는 호평받진 못한 걸로 기억해요.

“물론 예전에 수구적인 족벌 언론이 특정 진영 후보에 대해 노골적으로 훈수 두고 정치적 중립성을 파기해왔죠. 그런 부분은 여전히 시정되지 않았어요. 그 부분과는 별개로, 유권자의 판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후보자 관련 검증이라든지 선거 관련 정보 유통에 있어서 검증과 네거티브 사이의 구분을 어렵게 하는 정보의 유통량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났다는 거예요. 앞으로 그런 조건이 더 강화될 텐데,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란 숙제가 남겨진 거죠.”

극복이 가능할까요?

“쉽지 않은 문제인데, 앞으로 언론 운동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언론 운동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족벌 언론의 폐해를 바로잡는 데 주로 맞춰져 왔죠. 하지만 이제는 미디어 재벌 또 외국 자본에 의해 하청기지화 되다시피 한 대한민국 ‘미디어 자본시장’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리고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한 1인 미디어 공간에서 벌어지는 부작용, 거기에서 순도 높은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할 사회교육 시스템이 반드시 마련돼야 합니다.

또한 언론운동 측면에서 언론 전체를 혐오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언론을 망가뜨리려는 시도와 올바른 언론 개혁 운동은 완전히 구분돼야 해요.”

어디까지 언론으로 판단해야 할지도 중요하지 않나요?

“그건 계속해서 논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요. 사회적 영향력을 일정하게 가진 스피커는 언론의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선거방송 토론 같은 경우, 방송 시청률보다 때로는 유튜브 라이브의 동시 접속자가 훨씬 많을 때도 있어요. 그렇게 미디어 환경이 바뀌었죠.

또 하나 오른쪽 끝 조선일보부터 왼쪽 끝 <열린공감 TV>까지 다 다른 스펙트럼을 가진 매체들인데 이걸 하나의 언론으로 묶어서 언론개혁해야 된다고 하면 뭘 개혁하자는 건지 불분명해지잖아요. 그런 개혁은 가능하지 않다고 봐요. 언론 문제를 아주 디테일하게 지적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십만씩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노골적으로 진영의 이익 대변하면서 허위정보 유통시키는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 이상, 공론장에서 퇴출시키는 작업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진영을 대변하는 게 어떤 면에서 문제가 될까요?

“저는 그 문제가 민주주의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봐요. 이전 상황을 복기해보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권력에 의해 공론장이 다 장악당하고 망가졌잖아요. 그때 시민들이 이른바 ‘나꼼수’로 대표되는 대안 스피커들을 찾기 시작했단 말이에요. 그리고 언로가 막혔던 그 당시에는 상당한 순기능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문재인 정부 들어 언로가 다시 열리며 그런 유튜버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이른바 ‘어용 지식인’ 등의 말을 하면서 언론의 역할보다는 특정 진영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대변하며 언론 시스템을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언론의 신뢰도를 과도하게 훼손했죠.

문제는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플레이어들의 영향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란 점이죠. 수십만 구독자들과 다수 시민이 정당의 권리당원으로 들어간다거나, 아니면 어떤 시민단체에 수천 명씩 가입해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 집단이 패거리처럼 활동하면서 정당 내의 건강한 비판이라든가 또 공론장에서의 활발한 토론을 막는 부작용들이 너무 커진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이 사회 전체의 역동성이나 다양성 민주주의의 발현을 방해하고, 다른 구성원들에게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져 왔어요. 이게 결국 민주당 선거 패인 중 중요한 요인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언론개혁 입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은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당 지지자들은 기계적 중립을 악이라고 하는데요.

“그것도 시시때때로 입장이 바뀌고 있잖아요. 지난번 이재명 후보 배우자 법인카드 문제가 터졌을 때 왜 기계적 중립을 안 지키냐고 비판했단 말이에요. 김건희 의혹 보도는 안 하고 왜 법인카드만 보도하느냐, 이런 식으로 기계적 중립을 지키라고 요구했어요. 원칙 없는 이런 주장들이 민주주의를 황폐화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기계적 중립에 기반해 심층 보도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어떤 특정 진영이나 특정 인사의 문제가 드러났을 때는 기계적 중립에 매달릴 이유가 없는 거죠.”

대선 끝나고 진보 종편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현재 미디어 시장 변화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생각해요. 진보 종편 만들어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거예요. 과거에 그런 시도가 있었는데 다 실패했죠. 이명박 정권 때 보수 족벌언론사에 종편 선물을 안겨주면서 미디어 지형이 크게 왜곡됐고, 특히 TV를 기반으로 한 레거시 미디어 같은 경우에 OTT로 시장이 급격히 넘어가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특히 종편은 케이블 영역이잖아요. 종편의 경우, 이른바 미국에서 일어났던 코드 커팅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게 뭐냐면 안 본다는 거예요. 광고시장 자체가 점점 쪼그라드는 상황이고, 거기다 진보 종편을 넣는다고 해서 시장 전망이 뻔한데 어느 자본이 투자를 할까요. 또 진보 종편이라고 하면 한겨레 종편을 만들 건가요, 경향 종편을 만들 건가요. 아니면 소위 자칭 진보라고 주장하면서 극단적 주장을 유포하는 유튜버들 모아서 만들 건가요. 지금 유튜브 수준의 저질 방송을 확산하는 게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진보에 정말 도움이 되는 건지에 대해 저는 대단히 회의적이고요. 성공할 가능성이 제로라고 생각해요.”

문재인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세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부 정책을 평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데요. 가장 답답한 부분은 공영방송 포함한 ‘공영언론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입법하겠다는 약속이 끝까지 안 지켜졌단 점입니다. 결국 또 5년 만에 여야 공수가 바뀌어 공영방송을 정치적 전리품처럼 자리 나눠 갖겠다는 식의 싸움이 벌어지고, 그 피해자는 공영방송 구성원들과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재현될 위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어요.

그 이외에 언론 시장을 개혁하기 위한 여러 우선 과제들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을 전체적으로 조율해내지 못하고, 오히려 언론중재법 개정 파동을 통해서 언론 개혁의 본질이 왜곡되고 훼손된 측면이 커요. 언론 개혁의 적기를 허망하게 날려버렸다고 평가합니다.”

방송법 개정을 안 한 걸까요, 못한 걸까요?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던 일이라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공영방송 인사에 과거 정부처럼 개입한 건 아닐지라도, 구조적으로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히 책임이 무겁다고 생각해요.”

언론 현업단체들이 7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윤석열 당선자가 후보 시절 언론노조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잖아요. 때문에 새 정부와 언론노조 관계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오는데?

“저희도 우려하고 있어요. 6일, ‘갑자기 왜 그러지?’ 싶게 뜬금없는 비난이 나왔잖아요. 지금 돌이켜 보면,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 관련 보도의 인터뷰 당사자가 전직 언론노조 위원장이었다는 점을 가지고 언론노조 문제 아니냐는 식의 무리한 주장을 했던 것 같아요. 그 보도 제작과정에 언론노조는 개입한 바가 전혀 없어요. 당연히 그 내용을 알지도 못했는데, 그걸 넘겨짚어 선거 유세현장에서 그렇게 공격한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보수언론과 과거 MB, 박근혜 정부 때 언론계에서 물의를 일으켰던 인사들이 그 발언을 받아 공세를 강화하고 있잖아요. 물론 후보자로 선출된 후 언론검증 대상이 됐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일부 무리한 보도도 있었고요. 그러나, 그것은 공인으로서 윤 당선자가 당연히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비판 보도 내지는 검증 보도의 연속선에서 했던 것까지 다 문제삼아 언론노조를 때려잡겠다 하면, 이건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때로 되돌아가자는 것입니다.

실제 그런 주장을 하는 인사들이 당선자 주변에 많잖아요. 당선자가 그런 인사들의 감언이설에 빠져서 언론정책을 구사하면 윤석열 정부의 성공 가능성은 제로로 수렴한다고 봅니다. 통합을 말하려면, 5년마다 공수 바꿔서 서로 장악하겠다고 난리 치는 ‘공영방송 포함한 공영언론의 독립성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해야 해요. 언론 분야에서 더 이상 소모적인 사회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당선자가 강조하는 ‘국민통합’ 메시지에 부합한다고 봅니다.”

이번에도 언론인들의 정치권 직행 문제가 계속 나왔습니다.

“언론이 아무래도 정치 영역과 밀접하게 연결되다 보니 정치 지망생들의 통로가 돼 버린 것 같은 느낌도 있어요. 이 문제가 바로잡히려면 언론이라는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업적 자존감이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대책들이 마련돼 명예로운 언론인으로서 직업 활동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커진다면 굳이 정치권이나 기업으로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고, 더욱 자율적이며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기존 언론운동 진영이 해왔던 방식, 이른바 ‘민주 대 반민주’ 구도 아래 한쪽은 절대 선이고 한쪽은 절대 악이라는 규정은 이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언론운동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부터는 언론운동의 실질적 진보를 이루고, 새 시대 새로운 언론운동의 주체를 형성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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