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점심식사 보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윤 당선자가 먹었던 김치찌개 맛까지 평가한 언론 보도가 등장했다.

매일경제는 17일 기사 <청와대 회동 무산된 날…윤석열, 번개로 찾은 김치찌개집 가보니, 가격이? [르포]>에서 “17일 점심 시간대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김치찌개집.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6일 다녀간 이 식당에는 이날도 직장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전날(16일) 윤 당선자가 국자로 찌개를 뜨는 모습이 전파를 타자 정계 일각에서는 '국자 주도권'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손에서 국자를 놓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고 썼다.

매일경제 17일 기사 '청와대 회동 무산된 날...윤석열, 번개로 찾은 김치찌개집 가보니, 가격이?[르포]'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면서 매일경제는 “음식에 일가견이 있다고 알려진 윤 당선자가 전날(16일) 맛있게 먹었다는 소식을 접한 터라 김치찌개의 맛이 궁금했다”면서 “주문을 하고 10분쯤 지나자 김치찌개가 나왔다. 돼지고기 전문점답게 질기지 않으면서도 두툼한 고기 맛이 일품이었다"고 소개했다. 매일경제는 "윤 당선자가 왜 국자를 쥐려고 했는지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며 "이유는 맛이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는 “밑반찬을 먹어보니 당선자가 반찬 그릇을 싹 비운 이유도 알 수 있었다”며 “1만원으로 점심 한 끼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에 9000원이라는 가격도 매력적이었으며 네이버 평점도 5점 만점에 4.06점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18일 기사 <곰탕→짬뽕→피자→육개장…밥에 진심인 윤석열 '식사정치'>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근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윤석열식 식사 정치'"라며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 처음 출근한 날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점심 약속과 동선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윤 당선인이 이처럼 매일 메뉴와 식사 파트너를 바꿔 가며 식사를 갖고 공개하는 것은 ‘윤석열식 소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며 "'서울대 법대와 검찰총장 출신으로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딱딱한 이미지를 희석하고 탈권위·소탈·친서민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다'(정연아 이미지테크 대표)는 평가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 지점도 될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청와대 참모진들과 식사 후 커피를 들고 경내를 산책하는 등 탈권위 행보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이후부턴 ‘혼밥’ 이미지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식사 메뉴까지 집중하는 동정보도는 자칫 윤 당선자를 우상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합지라면 황색지의 보도행태를 따라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서중 교수는 21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대통령 당선자나 배우자의 사생활 보도는 우리 언론의 잘못된 관행”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당선자의 국정운영 계획 등 쓸 기사는 차고 넘치는데, 윤 당선자의 개인 일상에 대한 보도행태는 취재를 통해 사회적 의제를 시민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보도 방식은 당선자에게 잘 보이려는 ‘윤비어천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우리 사회의 구조, 질서, 구성원들의 주체성 등을 무시하고 특정인의 삶에 주목하는 영웅주의 보도는 우리 사회의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집권 초기 정권의 안정화를 위해 쓸데없는 비판을 피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이렇게 개인을 우상화하는 방식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적어도 종합지나 특정 분야의 전문지를 표방하는 언론사들은 선정성만 좇아 이익 추구에만 목표를 두고 있는 황색지 보도 행태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며 “언론사 스스로가 당선자의 사생활 관련 보도가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해당 보도들은 초점을 너무 벗어났다”며 “당선자는 서민적인 행보를 통해 친숙한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것 같은데 이러한 보도는 당선자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 이사는 “시민들은 당선자가 무엇을 먹었는지보다 식사 과정에서 국정 운영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를 궁금해한다”며 “윤 당선자가 인수위 관계자와의 식사 도중 분명 어떠한 메시지가 오고 갔을 것이다. 기자가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했으면 질문을 해서라도 알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의 동정 보도와 관련해 윤 이사는 “우려대로 윤 당선자가 언론을 이런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잘 먹힐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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