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당일인 4월 11일, MBC가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투표방송을 실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노조는 총선 13일 전인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며 "김재철 사장과 방문진이 투표 참여 방해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MBC노조는 2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C가 젊은 층 투표율이 높은 오후4시부터 6시까지 투표방송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음을 밝히며 "김재철 사장과 방문진이 투표참여 방해를 계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욱

MBC노조는 29일 "파업중이지만 총선 당일 오후 4시부터 7시 45분까지는 예정대로 투표방송과 예측조사 발표를 하고, 이후 개표 상황은 하단 상시화면을 통해 방송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회사측에 전달했다"며 "그러나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28일 임원회의에서 선거 투개표 방송을 오후 6시 5분 전이나 10분 전부터 시작하라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방송이 '위험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인 차기환 이사는 28일 방문진 이사회 끝난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층들이 투표를 4시부터 6시까지 많이 하는데, 그 시간 동안에 선거방송을 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MBC노조는 "4시부터 6시까지의 시간대는 출구조사 발표 순간까지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고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시청률 승부처'다. 그래서 방송3사 모두 이 시간대에 수 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유권자들에 대해 투표 독려를 해 왔다"며 "도대체 무엇이 '위험'하다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18대 총선일이었던 2008년 4월 9일 당시 MBC는 오후 3시 50분부터 개표방송을 내보낸 바 있다. SBS 역시 같은 시각에 개표방송을 시작했으며, KBS는 오후 4시 35분부터 총선방송에 돌입했었다.

MBC노조는 “선거의 투표율, 특히 젊은 층의 참여율을 낮추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는 모양”이라며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송을 특정 정파의 선거운동 내지 편파방송으로 규정하고 그 직무를 고의로 방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회사 결정대로 오후 4시부터 2시간의 방송 시간을 들어내면 그 시간대를 위해 투입한 수억원의 제작비를 모두 날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그러나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이에 대해 "손해를 보는 건 아무 상관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경민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위헌적이며 특히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반시대적”이라며 “이런 입장을 취하는 정권과 그에 동조하는 세력은 우리 역사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9일 오전 <미디어스>는 입장 확인을 위해 MBC 사측에 수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