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뉴스타파가 '김만배 음성파일'을 보도하자 조선일보가 김만배 씨 대화 상대방인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에 대해 '뉴스타파 돈받는 용역직이었다'고 보도했다. 신 전 위원장은 뉴스타파 기사 본문과 바이라인에 '뉴스타파 전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조선일보는 돈을 받고 '취재 용역'을 수주한 사람을 제보자처럼 다뤘다고 문제삼았다.

그런데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조선NS(News Service)'라는 자회사 소속이다. 조선NS는 조선일보의 온라인 대응 자회사로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지 않아 법적으로 언론사가 아니다. 조선일보의 논리대로라면 조선NS 기자들은 조선일보로부터 자회사 외주 용역을 받아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뉴스타파 3월 8일 <[현장에서] 김만배와 조선일보, 화천대유로 간 전직 조선 기자> 썸네일

법적 '언론사' 아닌 조선NS, 조선일보 외주업체

조선일보는 지난해 6월 속보 대응팀인 '디지털 724팀'을 해체하고 별도의 법인 조선NS를 설립했다. 장상진 조선일보 기자가 조선NS 대표를 맡았으며 여러 주요 언론사에서 온라인 대응 기사에 두각을 나타내는 기자들을 영입했다.

조선NS의 온라인 홈페이지는 없다. 또한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 등록관리시스템에 조선미디어그룹이 운영하는 각종 매체가 등록되어 있지만 조선NS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신문법상 '인터넷신문'이란 전자간행물로서 독자적 기사 생산과 지속적인 발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조선NS는 조선일보의 디지털 기사를 작성하는 외주업체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조선NS 기자들의 기사는 조선일보를 통해 홈페이지와 포털에 송출되고, 일부가 지면에 실린다. 조선NS 기자들은 네이버에서 '기자 페이지'를 제공받는 등 '조선일보 기자' 대우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조선NS' 경력·인턴 기자 모집 공고 갈무리

또한 조선NS는 법적으로 언론사가 아니기 때문에 소속 기자들은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이 아니며 언론중재위원회에 회부되지 않는다. 조선NS 기사에 대한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이 접수되면 조선일보가 조정 대상이 된다.

포털 환경에서도 이점을 본다.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제휴매체가 자회사인 미제휴매체의 기사를 우회송고하는 행위를 제재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2018년 자회사 '더스타' 기사를 조선일보 이름으로 송출한 사실이 적발돼 뉴스제휴평가위로부터 '48시간 노출 중단' 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우회송고 금지 규정은 법적 언론사에 한정하는 규정으로 조선NS는 대상이 아니다.

뉴스타파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 이후 조선닷컴에 실린 관련 기사 상당수를 조선NS 기자들이 작성했다.

<"김만배, 박영수·윤석열 통해 사건해결" 보도에 원희룡 "풉">(3월 7일)
<원희룡 예상대로 '김만배 녹취록' 언급한 김어준… 심각한 표정으로 한 말>(3월 7일)
<드루킹 시즌2? 엠팍 "김만배 녹취, 추천수 기계적 조작 확인…고발조치">(3월 7일)
<"대장동 대출 브로커, 부산저축銀 수사때 尹 본 적 없다고 진술">(3월 7일)
<'김만배 녹음' 속 대화자 뉴스타파 돈받는 용역직이었다>(3월 7일)
<김만배 녹취록 논란… 與 “尹 몸통의 증거” 野 “저급한 정치공작”>(3월 7일)
<진중권 "김만배 녹취록은 쉰떡밥… 공작 가능성 커">(3월 8일)
<권영세 "김만배 녹취록, 저급한 마타도어… 드루킹 시즌2">(3월 8일)
<대장동 처음 알린 기자 "이재명 몸통, 민주당에서 제보해 보도한 것">(3월 8일)
<원희룡 "김만배 음성파일, 총 5곳 짜깁기 흔적"… 해당 대목 유튜브 소개>(3월 8일)

조선일보 3월 7일 <[단독]‘김만배 녹음’ 속 대화자, 뉴스타파 돈받는 용역직이었다> 갈무리

'김만배 음성파일'을 보도한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8일 해설 기사를 통해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의 정체성에 의문을 표했다. 2020년 4월 퇴임 이후에도 '김대중 칼럼'을 쓰고 있는 김 전 주필을 조선일보의 '용역직' 논리에 따르면 어떻게 정의해야 하냐는 지적이다.

한 기자는 "(김 전 주필은)글쓰는 노동을 제공하고 있으니 조선일보에서 당연히 돈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속 기자도 아니고 직원도 아니면서 이 매체에 글을 쓰는 김 전 주필의 정체성은 뭘까"라며 "신 전 위원장에 대한 조선일보 시각을 적용하면 김 전 주필도 조선일보 돈을 받고 글쓰기 용역을 수주한 사람쯤 되겠다"고 했다. 김 전 주필은 퇴임 후 <윤석열을 주목한다>(2020년 12월 21일), <尹, 이제 비로소 '정치인' 되는가>(2022년 1월 3일) 등의 칼럼을 썼다.

또 한 기자는 이 기사에서 화천대유와 고문 계약을 맺은 인사들 명단을 확인한 결과 언론인 출신이 4명 포함됐으며, 이 중 1명이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 이모 씨라고 보도했다. 검찰의 대장동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씨는 조선일보에서 퇴직한 직후인 지난해 6월 화천대유와 연봉 1억 2천만 원에 고문 계약을 맺었다.

'메신저 공격', '선정적 기사' 통한 PV 늘리기

조선NS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의혹과 관련해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기보다 '메신저 공격'에 치중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9월 조선NS는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를 겨냥한 단독 기사 <조성은, 직원 2명 임금 1500만원 체불로 검찰 넘겨지고도 벤츠 자랑, 집 자랑>, <조성은에 돈 떼인 公기관 “조씨 돈 없더라”> 등을 작성했다. 조선일보는 사보에서 이 같은 기사에 대해 '조성은·민노총…연휴 달군 디지털 특종', '조선NS는 연일 디지털 특종과 화제성 기사로 온라인 이슈를 주도'라고 평가했다.

이 무렵 TV조선은 <조성은, 2월 국정원장 공관 방문… 野 "출입기록 제출하라>(2020년 9월 12일)를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국민의힘의 '메신저 공격'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미디어스 취재결과 조성은 씨 박지원 국정원장 관저 방문에 전직 국회의원 A 씨, 조선일보 칼럼니스트 B 씨가 동석한 것으로 확인됐다.(관련기사▶박지원이 조선일보 칼럼니스트와 제보 사주 논의?)

네이버 언론사별 랭킹뉴스 PV 상위 10개 기사

한편, 조선일보 사보에 따르면 조선NS 출범 일주일 만에 조선닷컴 전체 기사에서 조선NS 기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건수 기준으로 50% 이상이었다. 페이지뷰(PV) 기준으로는 55%를 넘어섰다. 조선일보는 지난 2월 사보에서 조선닷컴 일 평균 트래픽이 지난해 설 연휴에 비해 39.8% 증가했고, 네이버 PV도 50% 가까이 증가했다며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조선NS의 속보와 화제성 기사 '쏟아내기'를 꼽았다.

기자협회보와 한겨레 미디어전략실이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네이버 콘텐츠제휴 언론사의 랭킹뉴스 PV를 분석한 결과, PV 상위 50개 기사 대다수는 연예인·유명인 사건사고 보도, 온라인 커뮤니티 발 보도, 선정적 보도 등이었다. PV 상위 10개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는 조선일보(3개), 중앙일보(3개), 한국경제(3개), 뉴스1(1개)였다. 조선일보는 조선NS를, 중앙일보는 디지털 대응부서인 EYE24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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