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자금 및 비리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17일 오후 2시 99일간의 삼성 특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팀은 불법적 경영권 승계 과정에 이건희 회장이 개입하고, 4조 5천억 원의 차명자산을 보유하면서 세금 1128억 원을 포탈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들의 불법 행위를 적발하고도 이를 불구속 기소하고 불법 비자금 조성과 불법 로비 의혹, 삼성전자 성과급 횡령자금 의혹 등도 모두 내사 종결, 무혐의 처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방송 3사는 일제히 삼성 특검 수사 결과를 전하며 이번 특검이 지닌 한계점과 특검 수사가 가리지 못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무게중심은 조금씩 달랐다.

SBS MBC '삼성 특검 수사결과' 문제점과 의혹 제기

먼저 SBS는 <8뉴스>에서 모두 7개의 리포트로 삼성 특검 수사 결과를 보도했다.

▲ 4월 17일 SBS <8뉴스>.
SBS는 특검 수사가 차명 비자금과 관련해 삼성의 주장을 뒤집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특검팀은 비자금을 찾기 위해 할 만큼은 다 했다고 강조했지만, 특검 수사가 오히려 숨겨져 있던 이 회장 재산을 양성화해준 셈이 됐다"고 꼬집었다.

SBS는 ‘수사 미흡 논란’ 리포트에서 분식회계나 비자금 의혹, 정·관계 로비 의혹 모두 무혐의 처리됐고 떡값 로비 수사에서도 돈을 받았다는 사람들을 단 한 명도 소환하지 않고 내사 단계에서 종결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특검 무용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MBC도 SBS와 마찬가지로 특검 수사 논란과 남겨진 의혹을 집중적으로 짚었다.

▲ 4월17일 MBC <뉴스데스크>.
모두 9개의 리포트로 삼성 특검 수사 결과를 보도한 MBC는 ‘비자금 끝내 미궁’ 리포트에서 앵커 멘트를 통해 "특검은 끝났지만 마무리가 개운하지 않습니다. 조사해야 될 사람을 부르지 않았고 수사에서는 삼성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고 특히 처벌 수위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MBC는 "처벌 수위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2천억 원대의 계열사 손실, 천억 원대의 탈세는 중범죄라면서도, 전례에 없이 불구속하는 예외를 남겼다"고 보도했다.

MBC는 이에 덧붙여 "특검은 이건희 회장 부자의 경영 지배권을 든든하게 해준 셈이 됐고 이 회장은 차명재산을 실명으로 전환할 수 있게 돼, 특검 수사의 최대 수혜자는 지배권을 인정받고 무혐의 처분까지 받은 이재용 씨라는 분석이 나온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검 수사 결과가 삼성에 미치는 영향에 '방점' 찍은 KBS

SBS와 MBC가 특검 수사의 한계를 지적하며 수사 결과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과는 달리 KBS는 특검 수사 발표 내용을 세부적으로 보도했고 논란과 의혹을 지적하기 보단 특검 수사 결과가 추후 삼성에 주는 영향을 언급했다.

▲ 4월17일 KBS <뉴스9>.
KBS는 이날 ‘면죄부 수사 반발’ 리포트에서 삼성 특검 수사 결과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생각을 담았다. 특검 수사 결과에 반발하는 시민단체와 특검 수사 결과를 수용하는 시민단체의 입장에서부터 특검 결과를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함께 보도했다.

삼성 특검 수사와 관련해 모두 8개 리포트를 보도한 <뉴스9>는 방송3사 중 유일하게 특검 수사 결과를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보도했고 이는 수동적, 일방적으로 뉴스를 받아들이기 쉬운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는 점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날 KBS는 특검의 수사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한 것과는 달리 특검 수사 결과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을 보도하는 것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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