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서울 관악을 야권 단일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하다가 울음을 참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연합뉴스

이정희 의원이 결국 통합진보당 관악 을 후보에서 사퇴했다. ‘여론조사 연령조작’ 파문을 넘지 못한 것이다.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 의원은 “야권연대의 승리를 위해 가장 낮은 자리에서 헌신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은 즉각 관악 을 무공천 입장을 밝히며, 이 의원의 ‘희생을 발판 삼아 반드시 야권연대의 승리를 이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의원이 사퇴한 자리에 이상규 전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가 공천되며,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후보의 사퇴가 ‘야권 연대의 유지를 위한 통 큰 결정’이라 칭송하던 트위플의 분위기도 이번 사태를 당사자로 지목된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멤버인 이 전 후보가 등장한 것에는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이정희 사태에서 ‘언론’이 놓친 것들

이정희 여론조사 파문이 전격적인 후보 사퇴로 이어지고 결국, 후보가 교체되는 상황으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이 모든 과정 자체를 한국 정치의 역동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어안이 벙벙한 뭐가 뭔지 모를 일들이 연속해서 벌어진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이정희 의원이 사퇴하기까지, 언론은 팩트 파인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여론조사 의혹이 제기되고 이 의원은 곧 이를 인정했지만, ‘대세에 영향을 미친 일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선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통진당 내 정파그룹인 경기동부가 조직적으로 일을 벌였다고 맞섰다. 이 차이를 좁히기 위해선, 중요한 팩트 파인딩이 필요했지만 대다수의 언론들은 이 책임을 방기한 채, 이정희 사퇴가 야권연대에 유리할 것이냐, 아니면 불리할 것이냐. 혹은 이정희는 사퇴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경마 중계 프레임으로 상황을 우겨넣었다.

그 결과, 이정희 의원이 행한 여론 조작이 구체적으로 누가 했고, 어떤 것이었고, 어떤 양상이었으며 얼마나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공백으로 남은 채, 이 의원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영웅 서사’로만 남았다. 그리고 실제 여론 조작을 기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지목된 이들은 새로운 후보 뒤로 몸을 숨겼다.

진보진영이 보수언론의 취재를 대단히 기피한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이런 문제에 대해 팩트 파인딩을 보다 엄밀하게 해야 할 의무는 진보언론에 있다. 그러나 진보언론들은 이 사건에서 이 영역을 거의 방기하다시피 했다. 그 결과 사태의 성격을 결정할 수 있는 핵심적인 쟁점들에 대해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못했고 공방하는 양측의 주장을 똑같이 ‘의혹’으로 받아쓰며, 정치 공학적 판단에만 몰두했다.

‘여론조사 연령조작’ 의혹과 관련해 해결 되지 않은 쟁점들은 중요한 것만 나열해 봐도 다음과 같다.

첫째로, 문제가 된 연령 조작 문자가 박명희 국장과 조영래 보좌관 두 명이 200여명의 당원에게만 보낸 것이라는 해명이 어느 정도 신뢰가 가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민주통합당 김희철 선본 등도 사실상 ‘연령 조작’을 했다는 의혹제기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정희 선본의 ‘여론조사 연령조작’이 경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평가도 필요하다.

진보언론은 이 모든 부분을 외면하고 야권연대를 위해 이정희의 ‘통 큰 결단’과 민주통합당의 수습만을 주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야권연대는 유지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양당의 열혈 지지자가 아닌 중도층에는 ‘부정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덮고 지나가는’ 세력으로 인지될 부담을 안게 되었다. 그리고 사태를 판단해보지도 않고 야권연대를 위한 사퇴를 요구하니 이정희와 통합진보당 지지자들에게 “노무현을 죽인 것처럼 이정희를 죽이고 있다.”는 반론을 듣게 되었다. 제대로 사태를 정리하는 보도를 하고 그에 수반해야 할 정치적 책임으로 사퇴를 요구했다면 훨씬 더 떳떳했을 일인데 말이다.

"전원 경기동부인 캠프인데 몰랐겠는가"

물론 진보언론보다 훨씬 열악한 ‘작은 미디어스’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진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스 역시 여론을 중개하는 것 이상의 보도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기사를 준비하면서 사태를 정리하게 된 부분도 있다.

우리는 세 가지 쟁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문제가 된 연령조작 문자가 이정희 선본의 두 사람이 단지 200명에게 보냈다는 이정희 선본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 근거는 없다. 둘째, 민주통합당 김희철 선본도 ‘여론조사 연령 조작’을 했다는 주장엔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사실상 ‘물타기’에 불과하다. 셋째, 드러난 모든 정황을 조합해 보건대 만약 이정희 선본이 조직적으로 ‘연령조작’을 했다면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부터 각 문제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 정황 근거들을 제시하겠다. 먼저 “두 명의 선본원이 200여명의 당원에게 보냈을 뿐”이라는 이정희 측의 해명은 그저 부정을 저지른 측의 일방적인 해명일 뿐이다. 유권자나 시민사회나 진보언론이 이 사실을 검증도 안 하고 믿거나 받아 써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나 이 해명은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졌고, 심지어는 일부 연령 조작이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는 근거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미디어스의 취재 결과 나온 관악에서 오랫동안 진보정당 소속으로 활동하고 선거에도 출마한 바 있는 복수의 관계자들의 증언은 달랐다.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된 조영래와 박명희 모두 경기동부 소속이다. 게다가 박명희 국장은 2008년도 민주노동당 총선후보로 나왔을 만큼 비중있는 인물이다. 그 두 명만 했다고 해명하는데, 결코 믿을 수 없다. 제작년에서 작년 사이에 이정희 의원실에서 경기동부 소속이 아닌 사람은 모두 나가고 지금은 전원 경기동부 소속이라고 들었다. 그 사람들이 모두 아는 사람들인데 그 중 두 명만 200명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선거 직전 이정희 선본 측이 확보한 지지자의 전화번호는 3,500개였다. 그렇다면 이정희 선본에서 연령조작 대응이 있었다면 거기에 참여한 인원의 숫자는 스스로 시인한 200명에서부터 최대 3,500명까지 가능할 것이다.

물론 설령 조작이 캠프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이정희 측이 연령조작에 동원한 숫자는 3,500명 전원은 아니었을 거라는 추정이 합리적이다. 전화 대기했던 지지자 중에서도 트위터에서 실망감을 표명하고 사퇴를 요구하는 이들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숫자가 200명에 불과하다는 것 역시 사실과 거리가 면 숫자일 거란 게 지역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지역엔 2008년도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 이후 평등파(PD) 학생당원들이 대거 빠진 후에도 최소 400여명 정도의 자주파(NL) 계열 당원이 남아 있었고 지역 특성상 이중 상당수가 젊은 층이었다. 또한 통합진보당이 창당되면서 결합한 국민참여당 지지자들 숫자도 제법 되고 이정희 의원의 인기와 상징성 때문에 지역 시민활동가들도 이번 선거운동에 상당수 결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단순 지지자들보다는 더 강하게 이정희 선거운동에 결합해 있다. 한 관계자는 아예 “문자는 당원들에게만 보낸 것이 아닌 것으로 안다”라고 확언했다.

연령조작을 민주당 측도 했다는 주장은 근거없어

둘째 문제로 넘어가서, 민주통합당 김희철 후보 역시 조직적으로 연령조작을 했다는 의혹도 실체가 전혀 없다. 이정희 선본 측 및 그 지지자들은 거듭해서 김희철 선본 측도 같은 행동을 했다 주장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정희 선본이 3,500명의 지지자 전화번호를 확보했다지만 김희철 측도 그에 준하는 지지자를 확보했을 것이다. 따라서 양측이 비슷한 행동을 했다면 그것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상쇄될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이 경우 이정희 후보는 상호 부정행위를 통해서라도 지역민의 선택을 받았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 민주당 이행자 시의원이 교회 청년부 사람들에게 보낸 문자. 민주당 측에서도 '연령조작'을 했다는 증거로 제시되었지만 연령조작이 구체적으로 명기되어 있지 않다. 더구나 받은 사람이 청년들이라면 별로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관악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해본 적이 있었던 복수의 관계자들의 증언은 달랐다. 한 사람은 “집전화 여론조사라는 특성상 2~30대 표본이 모자라게 될 거라는 추정은 누구나 하고 있고, 2~30대 참여 및 지지를 독려하는 정도는 누구나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60대부터 먼저 차기 때문에 일단은 60대 이상으로 먼저 입력하고 그 후 아래 연령대로 내려간다는 전략은 금시초문이다. 이건 이번에 새로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람도 “지금까지 이정희 지지자들이 일종의 ‘물타기’로 제시한 다른 후보의 문자들을 보면, 연령조작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을뿐더러 그저 2~30대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었다. 이정희 보좌관 측 문자내역처럼 60대 이상부터 먼저 채우고 그 다음에 아래로 내려간다는 식의 대응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과거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했던 진보신당 당직자들에게도 이 일을 문의해 보았다. 그들은 민주노동당 시절 경험한 자주파(NL)와의 경쟁과는 맥락이 다르다고 했다. 한 당직자는 "당시 민주노동당은 진성당원제 정당이었기 때문에 여론조사 후보 단일화 같은 걸 할 이유가 없었다. 위장전입해서 지구당 점거하고 이런 식이었으니 이 상황과는 다르다. 근데 60대부터 채우고 아래로 내려가는 이런 대응은 정말로 처음 듣고 내가 보기엔 민주통합당 측도 몰랐을 것 같다. 물론 이번에 효력을 봤으니 다음에 또 이런 식으로 선거를 한다면 민주통합당 측도 문자증거는 안 남기는 선에서 조직적 대응을 하지 않겠나. 하여간 이걸 만일 진짜 했다면 이건 이번에 새로 나온 전략인 거지 서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정희 후보 측이 '이털남'에서의 발언 등으로 은근히 강조하는 "민주당이 먼저 했기 때문에 우리 측에서도 분개하여 일부 했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는 얘기다.

'3만개의 전화번호' 사이에서 부리는 마법

마지막으로 이런 정황들을 검토해 볼 때, 이정희 선본은 연령조작 대응을 통해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그들이 어느 정도 행동했는지를 증명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선본에서 적어도 200명 정도에 대해선 연령조작을 지시한 증거가 나왔고, 200명보다 훨씬 더 많은, 가령 1천명 정도의 사람이 조직적으로 대응했다면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본다면, 당연히 이정희 측은 즉각 사퇴하고 제3자의 진상조사를 받았어야 마땅하다. 진상조사 끝에 그러한 대응을 한 이들은 정계에서 도려내어져야 옳았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정희 대표는, 조직적 대응이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전면 부정한다.

이정희 대표는, 관악을 지역에 2009년 KT 전화번호 명부가 3만 3백개이기 때문에 수백명의 조작으로 상황이 뒤바뀔 수 없다고 주장한다. 확실히 이정희 대표는 어려운 싸움에서 승리했다. 여론조사 직전까지 몇 퍼센트 뒤지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경선 이틀 전 만난 이정희 캠프 사람이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승리를 이정희 선본 측은 온전히 자신들의 노력의 결과로 돌리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그 주된 근거가 3만개의 전화번호 사이에서 수백명을 동원해 봤자 무슨 결과가 달라지겠냐는 항변이다.

▲ 이정희 선본 측 보좌관이 발송한 문자내용. 연령조작이 분명하게 지시되어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관계자들의 증언은 또 다르다. 실제로 전화기는 3만개라도, 여론조사 전화에 대한 응답률이 저조하기 때문에 영향을 계산할 때 분모를 3만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여론조사 전화에 대한 응답률은 5~8%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선거가 관심을 끌어 응답률을 최대한 높게 잡아 10~15% 사이였다고 가정해도 답변을 하는 전화번호의 수는 3천개~5천개 사이라는 것이다. 관악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한 경험이 있는 관계자도 “수백명이 참여했다면 여론조사 결과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희철 선본 측 역시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문의한 여론조사 전문가들 역시 연령조작으로 5~10% 정도는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른 여론조사 관계자는 "ARS를 할 때 한 번 전화를 받지 않을 경우 포기하고 다른 번호로 가느냐 아니면 그 번호에 한 번 혹은 두 번 더 걸어보느냐에 따라 영향력을 측정하는 수식이 달라진다. 근데 이번 경선은 이틀 동안 급하게 이루어져 전화를 몇 번 걸었을 것 같진 않다. 만일 한 번 걸었다고 가정한다면 700개만 확보해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연령 조작’이 여론조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정황은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의 차이다. 언론에 정확한 수치가 공개된 이 지역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RDD 결과는 김희철 50.04%, 이정희 49.96%으로 김희철의 박빙 우세였던 반면, ARS 결과는 이정희 53.51%, 김희철 46.49%로 7% 가량이 변동했다. RDD 방식은 사람이 직접 전화를 걸어 설문을 하는 방식이고 ARS 방식은 자동응답기에 전화받은 사람이 입력하는 방식이다. 나이가 들수록 목소리가 낮아지고 탁해지는 경향이 있기에, 사람이 전화를 걸어 물을 경우 연령을 조작하기가 심리적으로 힘들다. 실제로 김희철 선본 측은 "ARS 조사가 조작의 여지가 많았고 그게 결과에도 나타났다"고 말하고 있다. 담당자는 전화통화에서 "같은 지역에서 같은 기간에 한 조사이고 두번 받았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인데 오차범위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상황이 그렇다면 ARS 방식과 RDD 방식의 지지율 차이가 ‘연령조작’의 정황을 가리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가령 백혜련 선본 측이 거세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안산 단원갑의 경우도 RDD 방식과 ARS 방식의 차이가 무려 20%나 된다고 한다. 이는 관악 을의 상황보다도 훨씬 더 비정상적이라, 충분히 합리적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벌떼처럼 일어난 민주통합당 후보들의 ‘조작’ 의혹 제기가 설득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구별할 수 있는 잣대가 바로 ARS 방식과 RDD 방식의 지지율 차이일 수 있다. 지금 노원 병에서 노회찬에게 세 배 이상 차이로 패배했다고 알려진 이동섭 후보 등 민주통합당 후보 다수가 통합진보당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구별할 수 있는 잣대가 바로 ARS 방식과 RDD 방식의 지지율 차이일 수 있다. 경선에서 패배한 민주통합당 후보들은 이 기회를 틈타 상대방이 무조건 조작했다 몰아부치기 전에 몇 퍼센트 차로 졌고 각 여론조사 별로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는지부터 말해야 한다.

'팩트 파인더'를 요구하는 이유

물론 미디어스가 내린 세 가지 쟁점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은 정황증거와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한 추론일 뿐이며, 다른 증거가 나온다면 뒤집힐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에서만 의혹 제기를 했어도 이정희 후보가 사퇴했어야 했는지를 두고 정치적 논란이나 공학적 판단이 득세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선본의 연령조작 대응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이정희 후보가 사퇴한 자리에 선본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는 경기동부 출신 후보가 다시 나오는 상황이 얼마나 또 그로테스크한 지도 알 수 있다. 진보언론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이와 같은 비판을 발견할 수 있다.

한겨레의 한 내부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미디어스에서 언급하는 정도의 팩트들은) 언론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사건기자들이 조건반사적으로 팩트 확인에 나서 이미 충분히 파악해 보도했을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진보 언론들은 기본적으로 야권연대가 가장 중요하다는 태도와 인식으로 정작 언론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팩트 파인더’로서의 역할을 방기한채 정치 공학에 골몰하고 있단 지적이다.

언론학자인 원용진 서강대 교수도 "저널리즘이 '주창'을 부르짖기 위해선 반드시 팩트 확인이 절실한데 이 과정 없는 '주창 저널리즘'은 프로파간다가 된다"며 "보수 언론에서 익히 보아왔던 정치 보도의 행태가 이번엔 진보 언론에서 보였다"고 평가했다. 원 교수는 이어 "이 의원이 정확히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언론 보도가 빈약했던 반면 이 의원의 거취가 야권연대에 미칠 영향에 대한 보도는 차고 넘쳤던 상황"이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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