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불법 경영권 승계, 정관계 로비 등의 의혹을 수사해 온 조준웅 삼성특별검이 17일 이건희 삼성 회장을 배임과 조세포탈 등 3개 혐의로 기소하는 등 의혹 관련자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정관계 전방위 불법로비에 대해서는 완벽한 '면죄부'를 줬다.

3대 의혹 중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의 경우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ㆍ김인주ㆍ최광해씨 등 4명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고, 비자금 의혹의 경우 이들 4명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4월 11일 삼성특검에 재소환돼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에 출두했다. 2008.04.11 (민중의소리 전문수기자) press@voiceofpeople.org
기소 대상은 이건희 회장과 현명관(66) 전 비서실장, 이학수(61) 전략기획실장, 유석렬(57) 삼성카드 대표, 김인주(49) 전략기획실 사장, 김홍기(61) 전 삼성SDS 대표, 박주원(54) 삼성SDS 미국법인장, 최광해(52) 전략기획실 부사장, 황태선(60) 삼성화재 대표, 김승언(50) 삼성화재 전무 등 10명이다.

이 회장과 이학수ㆍ김인주ㆍ최광해씨에게는 특경가법상 배임과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가, 유석렬ㆍ김홍기ㆍ박주원씨에게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가, 황태선씨에게 특가법상 횡령 혐의가, 김승언씨에게 특검법 위반(증거인멸)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특검팀은 17일 오후 2시 서울 한남동 특검 건물 6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회장과 그의 차명재산을 관리한 전략기획실 핵심 임원들인 이학수ㆍ김인주ㆍ최광해씨에 대해서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을 승인하고 그룹 비서실이 계열사에 사채 발행과 인수를 지시하도록 해 최소한 969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가 적용됐다.

이들 4명은 또 삼성생명 2조3천억원을 포함해 4조5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1천199개의 차명계좌를 이용, 계열사 주식을 매매해 남긴 차익 5천643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1천128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회장의 경우 주식소유변동 상황을 증권감독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도 추가됐다.

특검팀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 지배권을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전무에게 넘긴 '에버랜드 사건'에서 이 회장이 비서실의 보고를 받고 승인했으며, 그룹 비서실 재무팀의 주도로 불법적인 전환사채 발행 및 제3자(이재용씨 등) 배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비자금 의혹에 대해 특검팀은 삼성생명 지분 16%가 이건희 회장의 차명 지분임을 확인했고, 전략기획실이 삼성 임원들의 이름으로 관리하는 자금 대부분이 이 회장의 자금이며, 전체 규모는 삼성생명 2조3천억원을 포함해 4조5천억원 규모라고 발표했다.

불법로비 의혹의 경우 로비를 담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삼성그룹 관계자 모두와 로비 대상자로 지목된 전현직 검찰 간부들이 로비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에서도 조직적인 로비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이밖에 특검팀은 삼성 비자금이 2002년 대선자금과 최고 권력층에 제공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삼성화재의 비자금 조성과 증거인멸 사건의 경우 삼성화재 재무책임자가 차명계좌를 이용해 미지급보험금을 활용해 9억8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마음대로 사용한 사실을 적발했다.

조준웅 특검은 "오늘 기소한 범죄사실은 배임 이득액이나 포탈세액이 모두 천문학적인 거액으로서 법정형이 무거운 중죄"라며 기소 이유를 밝혔다.

조 특검은 "그러나 이 사건은 재벌 그룹의 경영 및 지배구조를 유지.관리하는 과정에 장기간 내재돼 있던 불법행위를 현 시점에서 엄격한 법의 잣대로 재단해 범죄로 처단하는 것으로 전형적인 배임·조세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불구속 기소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이번 특검 수사가 삼성의 환부를 털어내고 명실상부한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 태어나고 우리나라 기업 전체의 선진화를 이뤄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성특검 수사결과 발표문 전문 요약

삼성 특검은 작년 12월 10일 특별검사가 임명된 이래 국민 여러분들께서 예의 주시하시는 가운데 120여일에 걸쳐 수사를 진행하여 이제 그 수사 결과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수사하는 기간 동안 각계 각층으로부터 혹은 정치적 신조에 따라, 혹은 사적인 이해 관계에 따라 그 내용을 달리하는 수많은 충고와 비판이 있었습니다.

우리 특검 수사진 모두는 이번 사건 수사가 갖는 역사적 중대성을 깊이 인식하고 다음과 같은 수사 원칙과 소신 아래 오로지 진실을 파헤친다는 신념과 각오로 최선을 다하여 수사하였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수사결과
1. 에버랜드 사건
에버랜드 사건은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가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현저하게 싼 가격에 발행하여 이재용 등 자녀들에게 인수하게 함으로써 삼성 그룹의 지배권을 이전하였다는 내용으로 8년전인 2000년 6월 30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이 접수된 것이 발단이 되어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검찰은 약 3년간에 걸친 수사를 통해 에버랜드의 대표이사인 허태학 등 2명을 기소하여, 1심, 2심 유죄가 선고되었음에도 이건희 회장 등 피고발인들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던 사건으로 이번 삼성 특검의 주요한 수사대상이 된 사건입니다.

삼성 특검은 그룹 회장의 승인과 그룹 비서실 재무팀의 조직적인 개입 없이는 이와 같은 일이 이루어 질 수 없었던 것으로 보고, 철저하게 기록을 검토하고, 관련 자료의 분석과 회장 이건희를 비롯한 관련자 전원을 소환 조사한 끝에, 회장 비서실의 조직적인 개입에 의한 전환사채 발행, 전환 사채의 실권 및 이재용 남매의 사채 인수절차가 진행되었고,전환사채의 발행은 불법적인 제3자 배정방식을 사용함과 동시에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불법적인 전환사채 발행과정은 당시 그룹 비서실 재무팀 소속의 이사 김인주와 재무팀장 유석렬 등이 주도하여 차장 이학수, 비서실장 현명관에게 보고를 하고, 그 내용이 회장 이건희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이에 특검은 이건희, 현명관, 이학수, 유석렬, 김인주를 이미 기소된 에버랜드의 대표이사 허태학 등 2명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의 배임죄로 기소하였습니다. 특히, 이학수, 김인주는 피고발인에 포함되지 않아 특검은 이들을 직접 인지하여 기소를 한 것입니다.

중앙일보 대표이사 홍석현,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홍라희 등 에버랜드 법인 주주의 대표이사들에 대하여는 이들이 전환사채 발행경위를 몰랐고, 전환사채의 발행 가격의 적정 여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실권한 것으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소시효 10년이 2006년 12월 2일자로 완성되어 불기소처분하였습니다.

2.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사건
이 사건은 1999년 11월 17일 이후 2차례 검찰에 고소되었음에도 모두 무혐의처분되었고, 헌법소원청구도 기각된 사건입니다.

특검은 당시 구조본 재무팀장인 김인주와 관재담당자인 박재중이 비상장법인인 삼성 SDS의 재무상태와 향후 전망을 분석한 결과,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싼 가격에 발행하여 이를 이재용 등이 인수하면 시세차익이나 상장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의도적으로 싼 값으로 발행하였고, 이를 당시 구조본부장 이학수와, 이건희에게도 보고하고, 이건희로부터 이재용 남매뿐만 아니라 이학수, 김인주도 인수에 동참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까지 밝혀내었습니다.

이에 이건희, 이학수, 김인주 및 삼성 SDS 대표이사 김홍기, 경영지원실장 박주원을 역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의 배임죄로 기소하였습니다.

3.e-삼성 및 서울통신기술 사건
이미 발표한 바와 같이 e-삼성은 배임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을 하였고, 서울통신기술은 검찰이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한 사건으로서 검찰의 처분이 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별도 처분을 하지 않았습니다.

4.삼성그룹 전ㆍ현직 임직원 명의 차명의심 계좌 추적 및 조세 포탈
삼성 특검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삼성증권 전직 직원의 협박 메일 등을 단서로 하여, 전략기획실이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명의를 빌려 별도의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자료를 확보하고, 그 자금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삼성생명의 지분 16%가 이건희의 차명지분임이 밝혀지면서, 전략기획실이 삼성 임원들의 이름으로 관리하는 자금이 대부분 이건희의 차명자금이고, 그 전체 규모는 삼성생명 2조 3,000억원 상당을 포함한 4조 5,000억원 정도임을 밝혀내었습니다.

특검은 이건희의 차명 재산을 관리하던 전략기획실 재무라인 임원들이 그 관리 과정에서, 1천199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계열사 주식을 사고 팔아 남긴 차익 5천643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1천128억원을 포탈한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에 회장 이건희, 차명재산을 관리한 전략기획실 핵심간부인 실장 이학수, 사장 김인주, 전략지원팀장 최광해 등 4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의 조세포탈죄로 기소하였습니다.

5. 삼성화재의 비자금 조성과 증거인멸 사건
1999년부터 2002년 사이 삼성화재 재무책임자가 부하들을 시켜 미지급보험금을 지점에 내려준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하고, 실제로는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9억 8,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마음대로 사용한 사실을 적발하였습니다.

또한 특검이 법원의 영장을 받아 삼성화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중일 때, 전산책임자인 전무가 압수의 대상이 된 회계자료를 전산에서 삭제한 사실을 밝혀내었습니다.

특검은 비자금 조성의 책임을 물어 당시 재무책임자였던 황태선 현 삼성화재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의 횡령죄로 기소하였고, 경영혁신실장인 김승언 전무를 증거인멸과 특검법상의 직무수행방해죄로 기소하였습니다.

6. 삼성비자금의 2002년 대선자금 등 제공 의혹
2002년 삼성그룹이 정치권에 제공하였던 대선자금이 삼성그룹의 비자금에서 제공되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삼성그룹이 당시 매입한 채권 중 보관하고 있다고 하는 443억원 상당은 아직도 여전히 보관 중에 있고 유통 흔적이 없어 그 일부채권이 최고권력층에 제공되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한편 한나라당에 제공된 채권 330억상당중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았던 채권 80억원 상당에 대해 그 사용처를 추적해본 결과 약 13억원 상당이 당시 한나라당 고위간부에 의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으나 이미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바 있어 다시 처벌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7.정관계 로비
삼성특검이 출발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수회에 걸쳐, 삼성 구조본의 재무팀 상무와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그룹이 비자금으로 검찰의 주요간부들 수십명에게 매년 명절과 여름휴가 때 수백 내지 수천만원의 뇌물을 정기적으로 제공하였고,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 등에는‘0’이 하나 더 붙는 거액을 정기적으로 제공하였으며, 정계, 언론, 시민단체, 학계 등 사회전반에 걸쳐 금품을 제공하는 등으로 광범위한 로비망을 구축하여 인맥을 관리하여 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특검은 수사초기부터 김용철에게 삼성그룹이 관리하였다는 검찰 간부 명단의 제출과 그 구체적인 로비내용에 대하여 진술해줄 것을 요구해왔으나, 명단은 제출하지 아니하고, 명단을 공개한 전현직 검찰간부와 명단작성 과정 등에 대하여 일부를 진술하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명단이 공개된 전현직 검찰간부 5명과 비공개로 언급한 검찰간부 십수명에 대하여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로비담당자로 지목된 삼성 임원들 30여명을 모두 조사하고, 필요한 계좌추적과 비행기탑승기록, 골프장 기록을 확인하였고, 관련 사무실 직원들을 거의 모두 조사하는 등으로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수사결과 청와대 전 법무비서관을 지냈던 이용철 변호사의 진술이나, 회장 지시사항 문건에 등장하는 추미애 의원의 진술, 회장 지시사항 문건의 내용 등에 비추어 삼성그룹내에 조직적 인맥관리체제가 구축되어 로비가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습니다.

그러나 로비를 담당하였다는 삼성그룹 관계자 모두와 로비대상자로 지목된 전현직 검찰간부들이 한결같이 로비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특검의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에서도 조직적 로비의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오직 김용철의 진술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김용철의 진술마저도 관리대상 검사 숫자가 수십명, 40여명, 혹은 50여명이라고 하는 등 때와 장소에 따라 그 언급하는 내용이 일정하지 않으며, 로비금액에 대해서도 최대 1천만원이라고 하였다가 나중 2천만원으로 올리고, 공소시효가 지났고 증거가 부족하여 로비대상자들의 처벌이 불가능한데도 이를 폭로한 목적은 오직 삼성 비자금과 불법승계 사건의 수사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면서도, 갑자기 구속수사를 요구하고, 검찰에서 수사를 할 때에는 특검 조사를 요구하고, 특검 조사시에는 검찰 수사를 요구하는 등 진술과 태도가 시시때때로 변하고 있습니다.

김용철은 검찰 이외 정관계, 언론, 학계, 시민단체 등에 대한 로비에 관해 수사의 단서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진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고, 김용철이 지목한 삼성의 로비담당자 대부분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하였음에도 아무런 로비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시로 변하는 김용철의 진술만을 근거로, 삼성그룹의 전반적, 조직적 로비체계가 구축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계속 수사해 나가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되어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아니하였습니다.

한편 공개적으로 거명한 고위공직자들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①김성호 국가정보원장
김용철은 김원장이 1999년 봄쯤 창원지검 차장으로 재직할 때 500만원의 헌수표를 직접 전달하였다고 주장하나, 비행기탑승기록상 1999년 1월 15일 김해로 간 일이 한 번 있으나 그때를 봄이라고 보기 어렵고, 반드시 창원으로 갔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관리대상 기간이라는 2000년에서 2002년 사이 대구고검 차장, 춘천검사장 등 지방보직을 역임했는데 매년 3회씩 어떤 방식으로 누가 금품을 전달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하지 못하고 있어 김용철 진술의 신빙성을 믿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이어서 특검으로서는 더 이상 확인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②이종찬 대통령 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2000년 여름경 삼성본관 28층 이학수 실장의 사무실에 찾아와 액수미상의 돈을 받아갔다고 주장합니다. 김용철은 당시 박재중이 돈봉투를 가지고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나, 목격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진술과 건물의 구조상 이를 믿을 수 없습니다. 또한 이미 8년전의 일로 공소시효도 완성되어 형사소추나 징계요구도 불가능하여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③임채진 검찰총장
김용철은, 3차 기자회견 때에는,'2001년 서울지검 2차장 때 김용철이 직접 관리대상에 넣었고, 인사팀장인 이우희가 관리했다'고 하였다가, 특검에서 진술할 때는 '2004년초 이우희가 자신에게 「임채진이 다음 서울지검장이다」고 장담하여, 당시는 임채진이 누구인지 잘 모르다가 2006년 서울지검장으로 부임하여 이우희가 임채진의 관리자라고 확신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김용철 스스로의 진술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데다, 이우희는 2001. 3. 인사팀장에서 에스원의 사장으로 부임하여 2004.초 김용철을 만날 이유가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임채진에 대하여는 김용철의 주장 자체가 전혀 신빙성이 없다고 할 것이어서 더 이상 조사에 나아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 외 김용철이 비공개로 특검에서 진술하였거나 기자회견 등으로 언급한 전현직 검찰간부들 십수명에 대한 로비혐의에 대해서도, 삼성측 임원을 비롯한 관련자 조사ㆍ계좌추적 등으로 심층 수사하였으나, 전제사실이 사실과 다르거나, 관련 혐의점을 전혀 발견하지 못하였고, 김용철 스스로도 '증거부족, 공소시효 도과 등으로 현실적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 더 이상 진술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여 더 이상 내사를 진행할 필요가 없어 위에서 거명된 전현직 검찰간부 전원에 대하여 내사를 종결하였습니다.

◇사건의 특성
이번 특검 수사에서 인정된 범죄사실은 대기업 집단, 이른바 재벌의 기업 경영 및 지배 구조를 유지, 관리하는 과정에 장기간 내재되어 있던 위법 내지 불법 행위를 엄격한 법의 잣대로 재단하여 형사상 범죄로 규정하고 처단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범죄는 기업 특히 재벌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둘러싼 현실적 여건과 법적 제도적 장치간의 괴리 또는 부조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와 같은 불법행위는 오래전부터 이루어져 온 것이고, 그 간 장기간의 검찰수사를 거쳐 오는 과정에서 관련자료가 없어지거나 증거 인멸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으며, 상당 부분은 그 불법사항을 밝히고도 이미 공소시효가 도과하여 처벌할 수 없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신병 처리
오늘 공소 제기한 범죄사실은 배임행위로 인한 이득액이나, 포탈한 세액이 모두 천문학적인 거액으로서 법정형이 무거운 중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사건 범죄는 재벌 그룹의 구조조정본부, 현 전략기획실이라는 조직을 통하여 그 소속 기업의 경영 및 지배구조를 유지 관리하는 과정에 장기간 내재되어 있던 불법행위를 현 시점에서 엄격한 법의 잣대로 재단하여 형사상 범죄로 처단하는 것으로 그 조직 구성원의 개인적 탐욕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배임, 조세 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피의자들이 이 사건의 주요한 사실관계를 거의 대부분 시인하고, 공소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확보되어 있으며 피의자들이 대기업 그룹의 회장 또는 최고 경영자 등 중추적인 핵심 임원들로서 신병을 구속하면 기업 경영에 있어 엄청난 공백과 차질을 빚어, 경쟁이 극심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이는 한편 피의자들의 신분 등을 감안할 때 재판과정에 도주의 우려도 없다고 할 것입니다.

법의 적용, 집행은 보편성이 있어야 하며, 불합리한 차별은 용인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법을 적용하여야 하는 것 또한 지극히 당연합니다. 그러나 평등한 법적용이 그 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이 갖고 있는 개별적 특수성이나 시대적 상황 등 다른 요소는 전혀 외면한 채 기계적으로 똑같이 적용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한 특수성을 감안한 평등성의 원칙, 이른바 보편적 특수성의 입장에서 보면 앞서 말씀드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이 사건 피고인들의 범행이 중죄에 해당한다고 하여 본건 피고인들을 반드시 구속하여 재판해야 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결어
삼성 그룹은 창업 이래 우리 나라 경제의 자본 주의적 토대인 물적, 인적 자본의 구축을 선도하여 우리 기업의 선진화, 국제화와 국가 브랜드를 드높이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는 점에 대하여는 누구나 동의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삼성그룹 기업 내부적으로는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기업회계의 불투명성, 법적 근거가 불확실한 전략 기획실 조직을 통한 각 계열사의 직접 통제 등 구조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 또한 사실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번 삼성 특검 수사가 이러한 문제된 환부를 털어내고 정직성(Trust), 신뢰성(Intergrity), 투명성(Openness), 사회연대성(Solidarty)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영체제를 갖추어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 태어나고, 이로써 우리나라 기업 전체의 선진화를 이루어 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 수사팀의 일치된 바람이라 할 것입니다.

미디어스 기사제휴 / 조태근 기자ahatoln@naver.com (민중의 소리)

기사입력 : 2008-04-17 14:33:17
최종편집 : 2008-04-17 15: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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