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치인 출신으로 경남 진주에서 발행되는 지역일간지 <경남일보> 사장을 맡아 각종 구설수를 빚어온 황인태씨가 결국 사직했다.

신문사 사장이 지역사회의 압력에 굴복해 회사를 떠나게 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 경남일보 종교 편향 대책위원회 혜일 스님이 16일 진주시 상평동 경남일보사옥 앞에서 황인태 사장의 사직서를 들고 신도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김종현 기자
황인태 경남일보 사장은 지난 15일 그동안 갈등을 빚어온 진주시와 관련단체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며 화해를 요청한 데 이어 16일 불교단체의 항의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직접 사직서를 썼다.

경남불교협의회와 경남불교신도회, 진주사암연합회 등 14개 불교단체로 구성된 '경남일보 종교편향 대책위원회(위원장 혜일 스님·진주사암연합회장)'는 경남일보가 특정종교(기독교)의 방송국 설립을 위한 10만 명 서명운동에 나선 데 반발, 구독거부운동을 시작한 데 이어 16일 경남일보사를 항의방문했다.

200여 명의 불교 신도들은 이날 오후 2시 경남일보 사옥 앞에서 연 규탄집회에서 "경남일보가 종교편향적으로 특정 종교의 교세 확장에 앞장서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진주시와 시민·언론단체와 끊임없이 부딪치면서 자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이전투구형 대응방식으로 지역민 상호 간에 불신을 조장하고 지역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등 언론이 가야 할 정도를 벗어난 행위로 말미암아 비난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규탄집회 후 경남일보 사옥에 진입해 시위를 계속했으며, 대책위원회 대표자 10여 명이 사장실에서 경남일보 경영진과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양 측은 '황인태 경남일보 사장 사직서 제출과 17일 자 신문에 사과문 게재'에 합의했고, 현장에서 황인태 사장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황 사장의 사직은 불교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태였지만, 앞서 진주시와 갈등 과정에서부터 빚어져온 지역사회의 곱지 않은 여론과 함께 진주시 측이 경남일보를 상대로 제출한 고소·고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진주시가 제출한 명예훼손 혐의 형사고발 사건 대한 고소인조사를 마친 후 최근 경남일보 김흥치 회장과 황인태 사장 등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놓은 상태로 알려졌다.

▲ 경남일보 4월17일자 사고.
<경남일보>는 16일 불교단체와 약속한대로 17일자 신문 1면에 '극동방송 유치서명운동 홍보 중단합니다'는 사고를 내고 불교계에 사과했다.

한편 황인태 사장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외곽캠프에서 '인터넷대책반장'으로 활동했고, 2003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사이버특보', 2004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디지털특보' 겸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추진위원장'을 맡았으며, 2004년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24번을 배정받아 한 때 비례대표 승계 2순위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서울디지털대학교 학생들의 등록금 38억3천여만 원을 횡령·유용하고 세금 4억8천만 원을 포탈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고, 지금도 서울디지털대 운영법인인 '디지털 스쿨'이 연대보증을 서도록 해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경남일보 사장 취임 후 '황인태가 만난 사람'이라는 코너를 통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그의 부인 김윤옥씨, 김태호 경남도지사 등 유력 정치인과 관료, 기업가들에 대한 인터뷰를 지면에 실어왔고, 대선 과정에서는 대선 후보들의 인터뷰도 자신이 직접 진행하는 등 취재와 편집 일선에 나서 신문지면을 자신의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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