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승팀 전북 현대와 정규리그 2위팀 포항 스틸러스가 시즌 초반 어수선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초반부터 치고 나가면서 순항을 이어가던 지난해와는 완전히 딴 판입니다.

K리그 개막전에서 성남에 승리를 거뒀던 전북 현대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1차전 중국 광저우 에버그랑데 전에서 1-5로 대패하면서 큰 충격을 받은 이후 특유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며 주춤했습니다. 급기야 2주 만에 열린 챔피언스리그 2차전 가시와 레이솔(일본)전에서마저 1-5로 또다시 대패하면서 충격적인 2경기 연속 완패를 맛봤습니다. K리그 2경기를 포함해 1승 1무 2패로 부진에 빠진 전북으로서는 전혀 챔피언에 걸맞지 않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포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포항은 개막전 울산 현대와의 더비 매치 홈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챔피언스리그 1차전 감바 오사카(일본)전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바꾸는 듯 했지만 이후 리그 2경기에서 2무승부, 챔피언스리그 2차전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전에서 0-2로 완패하며 들쭉날쭉한 성적을 이어왔습니다. 포항 역시 개막 이후 1승 2무 2패로 주춤한 결과를 냈습니다.

▲ 전북 현대 (사진: 김지한)
두 팀 모두 예상했던 것보다 좋지 않았던 초반 행보에 갑작스런 전술 변화를 시도하면서 나란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패배의 쓴잔을 맛봤습니다. 전북은 플랫3 수비에 김정우를 원톱으로 내세우는 파격적인 전술을 시도했지만 전혀 손발이 맞지 않았고 상대 공격에 허둥대면서 크게 무너졌습니다. 포항의 경우, 이전에 비해 좀 더 화끈한 공격 축구를 위해 라인을 올리는 시도를 택했지만 결정력 부족으로 상대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얼마든지 만회할 기회는 있다고 하지만 두 팀의 초반 부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게 사실입니다. 리그, AFC 챔피언스리그 병행에 대한 부담이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 우선 가장 큽니다. 여기에 주축 선수들의 전력 이탈 문제도 부진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두 팀 감독들은 모두 올해 목표로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동시 제패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도리어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않은 다른 팀 감독들이 예상했던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이른 시기에 나타난 것일 뿐 어느 정도는 짐작했던 시나리오였다는 얘깁니다. 그런 가운데서 주력 선수들의 전력 이탈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북은 조성환, 임유환, 심우연 등 주축 중앙 수비 자원이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습니다. 포항같은 경우, 김형일, 김재성 등 주축 자원들이 상주 상무로 입대해 새 자원끼리 손발을 맞추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초반에 나타난 변수에 정상적인 전력을 제대로 꾸리지 못했고, 이는 부진한 경기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두 팀 모두 정상 전력이 가동되는 시기부터는 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점점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매우 힘든 시즌을 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스플릿 시스템이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는 하반기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나리오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차분하게 전력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서 빠른 시일에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한 두 팀입니다.

어떻게 보면 두 팀의 위기관리 능력을 이번 기회에 볼 수 있는 계기가 될지 모릅니다. 전북은 이흥실 감독대행 체제에 대한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내야 하는 상황이며, 포항은 새 사장 선임 등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스틸러스 웨이'다운 면모를 보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K리그 명문구단으로 꼽혀 왔던 두 팀의 초반에 닥친 위기를 얼마만큼 잘 극복해낼지 지켜보는 것, K리그의 색다른 볼거리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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