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한 ‘법 밖의 노동자’들이 3월 3일을 ‘가짜 3.3 노동자의 날’로 제정하고 노동자성 회복 투쟁을 시작했다.

‘가짜 3.3 노동자’란 4대보험 대신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3.3%)하는 노무관리에 의해 사업소득자로 위장된 노동자를 일컫는다. 플랫폼노동, 특수고용, 프리랜서 외에도 음식점·서비스·사무직·제조업 등 직업 종류 상관없이 퍼져있다.

권리찾기유니온과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은 이날 전태일기념관에서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이들은 1월 2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가짜 5인미만 사업장 공동고발'을 진행했으며 지난달 23일 광주MBC 앞에서 성토 기자회견을 열었다. (▶관련기사 : "공영방송이라도 가짜 3.3 비정규직 노동실태 개선해야")

3일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날' 기념식 (사진=미디어스)

김동우 광주MBC 아나운서(가명)는 이날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에서 “공개채용 절차를 통해 입사해 6년 동안 회사에 주 5일 출근해 주말 당직까지 서는 노동자가 정말 프리랜서인지 묻고 싶다”며 “광주MBC는 인력을 쉽게 채용하고 쉽게 해고하고 싶어 프리랜서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토로했다.

김 아나운서는 지난해 12월 23일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와 함께 서울고용노동청에 근로자지위 확인 공동진정을 접수했다. 김 아나운서는 2016년 5차례 걸친 프리랜서 아나운서 공개채용절차를 통과한 뒤 6년간 광주MBC 아나운서로 일했다.

김 아나운서는 “광주MBC는 지난해부터 개편을 이유로 제가 맡던 프로그램을 하나씩 없애거나 진행에서 하차시키고 있다”며 “지금은 단 3개의 코너만 맡아 월 보수가 100만원 대로 급감했고 사실상 나가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아나운서 외에도 부산아이파크 유소년 감독, 미용실 스태프, 영어학원 강사 등이 권리를 찾기 위해 근로자 지위확인 공동진정을 접수했다. 이들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서 이렇게 큰 피해를 받을지 몰랐다”며 “모든 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인정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우 광주MBC 아나운서가 기자회견에 영상으로 참여했다. (사진=미디어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은 “앞서 광주MBC 앞에서 발표했던 것처럼 첫 번째 집중심화조사 업종이 방송산업이다 보니 취재하는 곳이 없을까 고민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는 YTN을 포함한 10여명의 기자들이 자리했다.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은 “전태일 열사가 살아있다면 노동자가 모이고 연대하는 날이 노동절인데 가짜 3.3 노동자의 날은 도대체 무슨 날이냐고 물을 것 같다”며 “프리랜서란 이름으로, 플랫폼 노동자란 이름으로, 작은 사업장이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기본적 권리인 4대보험 대신 가짜 사업자라는 꼼수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근로기준법은 왜 5인 미만 사업장에게 권리부여를 안하고 멀쩡한 노동자임을 속일 수 있게 하는지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노동법 밖의 노동자 대변이 진보정치의 핵심 과제로, 정의당은 정의당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은 발표문을 통해 “3월 3일 제56회 납세자의 날을 맞아 헌법과 법률로 정한 납세의 기준과 세금에 관한 기본적 상식이 전면적으로 부정당하는 현실을 고발한다”며 “가짜 3.3 노동자의 날을 제정하며 세금의 종류와 계약의 형식으로 부정할 수 없는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전국적인 권리찾기 네트워크와 사회적 협력을 통해 가짜 3.3 노동실태 연구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사업소득세 납부방식의 노무관리 확산 현황을 최초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노동자성 회복의 가능성을 확대할 수 있는 사회적 과제를 도출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함께 열린 ‘제1회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상’ 시상식에는 법률지원부문에 김유경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가, 노동조합부문에 대구MBC비정규직다온분회 등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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