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영화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배우들의 지명도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뛰어난 스토리와 구성으로 커버하는 유형, 스토리보다는 배우들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이끄는 유형이 대표적이라 생각됩니다. 일단 '시체가 돌아왔다'의 주연배우 캐스팅 면면을 살펴보면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대략 예측 가능해집니다.

이범수, 김옥빈, 류승범 등의 배우를 통해 심각한 액션활극이나 진지한 로맨스물을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일단 스토리보다는 배우들의 개성 극대화에 최대한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스토리가 개연성이 형편없이 황당하거나 억지스럽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오히려 흐름이 진행될수록 생각지도 못한 등장인물들로 인해 변수가 발생합니다.

어느 정도 복선이 깔린 스토리를 빛나게 해주는 것은 역시 관록 있는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입니다. 적재적소에 배치한 캐스팅의 성과라고 생각됩니다. 야구로 따지면 이대호를 3루수보다는 1루수에 1번타자보다는 4번타자 자리에 놓는 것이 효과적인 것처럼, 감독은 각각의 주연배우들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적합한 배역을 맡긴 듯한 모습입니다.

영화의 유머코드는 속된 말로 빵 터지는 부분은 없지만,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연속되면서 지루한 틈을 주지 않습니다. 특히 류승범의 원맨쇼는 영화의 재미를 한층 맛깔나게 입혀준 일등공신입니다. 류승범이 아닌 다른 배우가 대신했다면 영화는 상당히 무미건조하게 흐를 뻔 했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재미를 야구의 선발투수에 비유하자면 1~2회에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뻥뻥 뿌려대다가 3회 이후부터는 스피드가 뚝 떨어지는 그런 투수보다는 적당한 빠르기의 공으로 타자들을 맞춰 잡으면서 늘 5이닝 이상은 꾸준히 버텨주는 선발투수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영화 속에서 눈에 뜨이는 또 다른 얼굴은 악당 스티브 정(정만식)의 일당에 몰래 잠입한 국정원 요원으로 등장한 유다인이라는 배우입니다. 참한 듯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풍기는 이미지가 눈길을 끄는데, 영화 속에서 망가지는 것을 불사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재미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주연을 맡은 김옥빈보다 더욱 눈에 뜨이고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정만식, 고창석, 신정근, 오정세 등의 조연들의 감초같은 연기력도 영화의 재미에 양념을 더해줍니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예측하지 못한 돌발변수들이 겹치면서 과연 결말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시체라는 소재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욕심을 챙기려는 무리들이 뒤엉키는 에피소드가 무난하게 잘 엮여졌다는 느낌입니다. 영화 제목을 보면 얼핏 호러물 이나 블랙코미디 장르로 연상되지만 유머코드나 내용전개 방식 등이 시체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보다 훨씬 경쾌하고 유쾌한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였습니다.

대중문화와 스포츠는 늙지 않습니다(不老). 대중문화와 스포츠를 맛깔나게 버무린 이야기들(句), 언제나 끄집어내도 풋풋한 추억들(不老句)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나루세의 不老句 http://blog.naver.com/yhj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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