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이용마 홍보국장의 해고가 확정됐다. 김재철 MBC사장은 지난 20일, 인사위원회에서 결정된 이용마 홍보국장의 해고건에 대한 문서를 최종 결재처리했다.

1월30일 MBC 노조가 총파업을 시작한 이래 해고가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용마 국장은 노조 특보를 통해 "저에 대한 해고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피는 결국 언론의 자유라는 숭고한 가치를 위한 자양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하 노조 특보에 게재된 이용마 홍보국장의 편지를 전재한다.

너를 믿는다

15년 3개월 21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주식회사 문화 방송에 새겨진 저의 기록이 이 시간에서 멈추었습니다. “현애살수장부아(懸崖撒手丈夫牙), 낭떠러지에 매달려 손을 놓아야 진정한 장부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초 노동조합에 내려오면서 염두에 둔 말입니다. 이때부터 이미 이 순간을 예감했습니다. 하지만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운명”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오늘 경찰 출두를 앞두고 어제 홀로 사시는 노모를 찾아뵈었습니다. 더 이상 숨길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어머니와 밥상을 마주하는 순간, 마침 재심결과 해고 확정을 알리는 통보가 회사에서 왔습니다. 주류 언론에서 MBC 파업 소식을 잘 전달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머니는 아들의 해고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으셨습니다. 굳이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고, 굳이 묻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뭔가 짐작은 하고 계셨습니다. 에둘러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한마디 하셨습니다. “너를 믿는다.” 옳지 않은 것과 잘 타협하지 못하는 저의 성정은 사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어머니가 저에게 건 믿음, 이건 단순히 당신의 아들이기 때문에 갖는 믿음만은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믿음을 건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불공정 보도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다른 언론사가 아니라 유독 MBC를 향해 분노를 표출한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다른 언론사가 파업을 한다고 할 때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유독 MBC가 파업을 준비했을 때 냉소를 보였던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건 믿음 때문입니다. ‘마봉춘’을 향한 애틋한 믿음이 배신으로 변하는 순간, 그리고 그 ‘마봉춘’이 다시 당신들의 품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애증의 감정이 격하게 교차하면서 분노와 냉소로, 그리고 이제 다시 열렬한 지지로 표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이번 파업은 향후 MBC의 운명을 건 건곤일척의 싸움입니다. 우리가 승리할 경우 앞으로 최소 10년 동안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감히 ‘MBC장악’이라는 꿈을 꾸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실패하면 MBC는 영원히 정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괴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사정권이 물러나고 민주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말은 더 이상 의미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이 괴물은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고 어느덧 우리 일터에도 찾아왔습니다. 저에 대한 해고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피는 결국 언론의 자유라는 숭고한 가치를 위한 자양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분노를 승리로 승화시킵시다!

이용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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