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공동대표와 손을 맞잡고 야권 단일화 확정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7년 대선, 블로고스피어의 사람들은 “내 주변에 이명박 지지자가 아무도 없는데 대체 왜 이명박이 당선된다는 거냐?!”라고 묻고 있었다. 몇몇 이들은 여론조사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은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인터넷 여론’과 현실 여론의 간극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 후 5년의 세월이 흘렀다. 뉴미디어의 측면에서만 단순화시켜, 2002년 노무현의 승리를 게시판의 승리로 볼 수 있다면, 2007년 정동영의 패배는 블로그의 패배였다. 지금까지 전적이 1승1패인 가운데 이번에 선수로 등판한 것은 트위터다. 과연 트위터 여론은 현실의 여론을 반영할까? 혹은 영향을 미칠까? 우리가 트위터에서 재잘대는 것, 혹은 리트윗을 하거나 그것을 당부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파급효과를 낳을까? 이번 야권연대 경선 결과를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트위터가 경선 결과를 좌우했을까

일단 자료를 보면 몇몇 지역구의 경우 트위터의 힘이 영향을 발휘했다고 믿을 수 있는 근거들이 있다. 트윗믹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경선이 종료된 3월 18일 사이에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이정희’란 키워드로 공유한 링크는 4,160건에 달한다. 링크가 공유된 숫자까지 보면 이정희 대표의 블로그 글과 그녀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는 민중의 소리 기사 몇 건이 1천회 안팎으로 트위터리안들의 압도적인 주목을 받았다. 같은 기간 동안 ‘김희철’이란 키워드로 공유된 링크는 773건이었고, 그나마 400회에서 800회까지 공유된 인기있는 링크는 대부분 ‘종북좌파 현수막’과 관련하여 김희철 후보를 질타하는 것이었다.

▲ 참고자료: 최근 2주 동안 이정희와 김희철이 트위터에서 언급된 횟수에 대한 단순비교 그래프. 막판에 김희철이 함께 상승한 것은 '종북좌파 현수막' 시비 때문이었다.

같은 식으로 통합진보당 후보가 승리한 지역구의 후보 이름을 키워드로 잡고 검색하면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 통합진보당 승리지역구 트위터 여론 분석. 안산 단원갑에서 승리한 조성찬 후보의 경우 민주통합당 백혜련 후보가 기소청탁 문제로 여론노출이 압도적이었기에 분석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괄호안 숫자는 링크 중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것의 공유숫자다. "노회찬 720(980)"은 "노회찬을 키워드로 한 링크가 720건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많이 공유된 것은 980회 공유되었다."란 의미다. ⓒ트윗믹스

한편 민주통합당이 승리한 지역구 중 관심이 쏠렸거나 박빙으로 분류된 지역구 후보 이름을 키워드로 잡고 돌린 결과는 다음과 같다.

▲ 민주통합당 승리 지역구 중 관심지역구 트위터 여론 분석. ⓒ트윗믹스

통합진보당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

이 결과들을 보면 몇 가지 경향성이 감지된다. 첫째는, 통합진보당의 수도권 4인방(이정희, 노회찬, 심상정, 천호선)이 트위터에서 뚜렷한 강세를 드러냈다는 것, 그중에서도 특히 이정희에 대한 관심의 집중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대부분 트위터에서 더 많이 이슈화된 사람이 경선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트위터가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트위터의 여론이 현실세계의 여론과 비슷하게 가는 면이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분명히 지적해야 할 또 하나의 경향성은 이 흐름에서 역행한 사례는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울산 북구에서 승리한 통합진보당 김창현 후보나 울산 남구에서 승리한 민주통합당 심규명 후보의 경우 상대방을 트위터 여론에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 참고자료: 최근 2주 동안 조승수와 심규명이 트위터에서 언급된 횟수를 단순비교한 그래프. 조승수가 막판에 급상승한 건 홍보 역량의 집중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과거 조승수가 민주노동당 인사들을 '종북주의'로 비판한 사실을 다시 환기한 변희재의 트윗 때문이었다.

이런 경향성을 조합해 보면, 트위터 여론이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판단한 수도권 지역에 통합진보당이 홍보역량의 총력을 기울였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기자의 추측을 확인해 주었다.

관계자는, “이정희 대표가 위험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비교적 승리 가능성이 높은 수도권 세 사람(노회찬, 심상정, 천호선)까지 묶어 수도권 4인방을 도와달라는 읍소를 했다.”고 설명했다. 지역에서 구청장을 지낸 재선의원 김희철과 맞붙은 이정희를 집중 지원하면서 다른 주자들도 함께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이정희는 일단 여론에서 상대방을 압도하게 되었고 ‘종북좌파 현수막’ 사건 이후엔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관계자는 “이정희 대 김희철은 트위터 점유율에서 85대 15 정도로 차이가 났다. 악플을 제외하고 생각한다면 90 대 10으로 여겨질만큼 일방적이었다.”라고 설명한다. 이는 기자가 트윗믹스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합치한다.

통합진보당 ‏공식계정인 @UPPdream 의 경우 어제만 해도 다음과 같은 트윗들을 올리고 있었다.

남은 한시간여, #통합진보당 이정희.심상정.노회찬.천호선에게 마지막 힘을 불어넣어주십시오! 네군데 모두 초박빙 상황입니다. 관악.덕양.상계동.은평에 사는 지인들께, 비록 밤 늦은 시각이지만 문자 한통씩만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도움 없이는 모두 패배!

후보단일화 전화 여론조사는 두곳의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하기 때문에 한번 응답해도 또다른 여론조사 전화가 한번 더 올 수 있습니다. 착신해제 하지마시고 두번째 전화를 기다려 이정희.심상정.노회찬.천호선 등 #통합진보당 후보들을 확실히 지켜주십시오!

그러나 이 네 사람만을 집중조명 했기에 재선의원인 울산 남구의 조승수 후보 같은 이가 패배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아무래도 선택과 집중을 했다. 네 사람 중 두 명은 공동대표고 두 명은 공동대변인이다. 당의 간판들에 집중을 했다. 그 결과 조승수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소외된 측면이 없지 않다. 또한 트위터 여론이 수도권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조승수가 수도권 이외 지역이라 소외된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트위터 여론에 민감한 건 수도권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수도권 중심으로 홍보를 했다는 것이다.

또한 홍보가 실제적인 성과를 얻어내게 된 데에도 통합진보당의 노림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통합진보당의 트위터 홍보는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관계자는 “집전화 여론조사였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착신전화를 돌리는 방법을 일목요연하게 적은 파일을 리트윗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저 지지여론을 리트윗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행동방안이 리트윗된 것이 이번에 효과로 나타났다 생각한다. ‘나는 관악구 안 살지만 고교동창 다섯 명이 그 동네에 살아서 전화 걸어서 지지를 부탁했다.’ 같은 멘션들이 수도 없이 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관계자는 야권연대 경선 결과를 보고 “트위터 여론이 현실세계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는지에 대해서 유보적이었는데, 이번에 조금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라고 밝힌다.

▲ 이정희와 노회찬을 도와주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 그림파일. 통합진보당 각 후보가 이와 비슷한 형식의 그림파일을 공유하는 홍보전을 펼쳤다.

트위터가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들도 주목해야

그러나 이정희 등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선전의 원인을 트위터에서만 찾으려는 분석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먼저 이정희의 경우가 특수한 사례이며, 다른 세 지역구의 경우엔 처음부터 통합진보당 후보가 유리했다는 지적이 있다. 또 이정희의 승리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교수는 “야권연대라는 제한적인 판에서 일어난 일로 해석해야 한다. 트위터 여론이 세상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범야권의 지지자들이 트위터를 많이 한다. 그래서 이 영역 안에서 나온 결과를 가지고 확대해석하면 오히려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트위터에 만연한 새누리당 비판이 새누리당 지지자나 부동층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전략적 투표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보수성향 유권자들과는 또 달라서, 언제나 새누리당의 세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지지를 표출했다. 야권연대라는 판이 깨지면 민주당의 우위도 안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 야권연대의 상징적인 인물인 이정희 등에게 민주당 지지자들도 충분히 표를 줬을 수 있다.”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유권자들은 다양한 동기로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에, 그것을 트위터라는 매체로만 환원하는 것은 곤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경선에서 야권 지지자들은 전략적 선택을 해야한다. 이정희, 심상정, 노회찬, 천호선 등이 탈락할 경우 야권연대의 효과를 반감되고 이는 민주통합당에게도 타격이 될 것이다. 정당의 이해관계를 넘어 야권 전체를 보아야 한다”라는 당부를 트윗으로 남긴 바 있고 이는 282회 리트윗 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도 이러한 우려들에 대해선 동감을 표한다. 관계자는 “우리도 트위터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단 식의 ‘자뻑’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트위터 여론이 언제나 오프라인에 반영되는 게 아니고,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 내려면 언제나 섬세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위한 행동지침을 그림파일로 만들어 돌린 것이 효과를 본 상황이라면, 이번에 트위터 여론을 행동으로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해서 다음에도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여론과 행동의 접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홍보담당자들이 꾸준히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통합진보당이 얻어낸 성과 자체가 보도되는 것만큼 크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민주당 쪽에 불출마 양보를 받을 수도 있었던 ‘네임드’ 네 명이 경선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면 다른 박빙지역에서 승리했어야 했는데 경기도에서 세 곳을 더 이긴 것 이상의 효과는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은 협상과정에서 16개 지역구에 대한 민주당의 불출마 양보를 얻어냈고 이제 경선에서 12개 지역구를 얻은 만큼 28개 지역구에서 ‘야권단일후보’라는 명함을 내걸고 선거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정치공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진보신당 측도 이런 상황을 반기고 있다. 진보신당 쪽 관계자는 “(수도권 4인방) 네 사람 중에 한 명이라도 떨어졌다면 ‘지못미’ 열풍으로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 지지 성향 유권자의) 정당투표를 잠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부터는 (해당 성향 유권자의) 정당투표를 둘러싼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간의) 싸움이다.”라고 밝혔다. 진보신당은 경남지역 야권연대 경선 결과 거제 지역에서 김한주 후보를 야권단일후보로 만들어낸 상황이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트위터 여론을 조직하고 활용하기 위한 야권의 경쟁이 더 뜨거울 것이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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