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리그 개막을 앞두고 가장 많은 감독들이 우승 후보로 꼽은 팀은 바로 수원 삼성 블루윙즈였습니다. 전력이 한층 강화된데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출전을 하지 않아 다른 우승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K리그, FA컵 등 주요 대회에서 모두 우승 문턱까지 올라가고도 아무런 타이틀을 따내지 못한 한을 풀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개막전에서 이기고도 '2% 부족한' 경기력을 보였던 수원.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예상한대로 서서히 나아지는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1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 FC와의 경기에서 라돈치치의 2골, 하태균의 쐐기골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두면서 3연승을 달렸습니다. 그것도 모두 무실점 경기(1라운드 부산전 1-0, 2라운드 인천전 2-0)였습니다. 초반 상승세에 수원 구단과 팬들의 분위기는 고조됐습니다.

▲ 강원 FC 전에서 자신의 골을 도와준 조동건에게 축구화 닦아주는 세레모니를 펼치는 라돈치치ⓒ김지한
'해결사 본능' 과시한 공격진, 돋보였다

사실 강원 FC전은 수원 입장에서 자칫 부담스러운 경기가 될 뻔 했습니다. 강원이 겨우내 리빌딩을 잘한데다 대구 FC 홈경기에서 완승을 거둬 선수들의 자신감이 한껏 높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원 역시 2연승을 달리기는 했지만 기대됐던 공격력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은 '옥의 티'였습니다. 분명 이전 경기에 비해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했습니다.

강원전에서도 수원은 전반 내내 썩 마음에 드는 경기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미드필드 진영에서 짧게 이어지는 패싱플레이가 자주 끊어지면서 오히려 강원에 역습을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강원은 꾸준하게 공격 기회를 엿봤고, 득점 기회도 만들어갔습니다. 전반 29분에 터진 라돈치치의 선제골이 아니었으면 사실 강원이 경기를 주도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선제골을 넣은 라돈치치의 해결사 본능이 적재적소에 발휘했던 것이 돋보였습니다. 라돈치치는 후반 30분, 조동건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쐐기골을 터트렸습니다. 성남 시절부터 함께 호흡했던 조동건과의 조화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어 교체 출장한 하태균이 들어가자마자 후반 33분 조동건의 패스를 받아서 골로 연결시키면서 승부를 갈랐습니다. 터져줘야 했던 공격력이 제대로 터지는 순간이었습니다.

▲ 라돈치치를 업고 있는 하태균. 왼쪽은 서정진. 이적생과 기존 선수의 조화가 돋보이는 수원 블루윙즈다.ⓒ김지한
효과 톡톡히 보고 있는 전력 보강

지난해 수원은 허약한 공격력 때문에 시즌 막판 애를 먹었습니다. 결정적인 시기에 골 넣을 선수가 없어 우승 문턱에 잇따라 좌절했습니다. 결국 수원이 새 시즌을 앞두고 선택한 것은 공격력 강화를 위해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청으로 입대한 염기훈을 대신해 에벨톤C를 영입했고, 성남 일화로부터 라돈치치, 조동건을 데려와 기존의 스테보, 하태균과 호흡을 맞추도록 했습니다. 또 측면 공격으로 대성할 선수인 서정진을 시즌 개막 직전 전북 현대에서 데려와 막강 공격 진영 퍼즐을 완성했습니다.

수원의 기대는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라돈치치는 2경기 연속 골에 3골을 터트렸고, 조동건은 수원 이적 후 첫 선발 출전에서 2도움을 기록했습니다. 또 에벨톤C는 개막전 선제골을 넣으며 팀승리에 기여했고, 서정진 역시 위치에 구애받지 않는 활발한 공격력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여기에 기존 자원인 하태균이 여러 선수들의 활약에 자극 받고 강원전에서 시즌 첫 골을 터트렸습니다. 공격진들의 막강 활약 속에 수원은 매 경기마다 점점 나아지는 경기력을 펼쳤습니다.

여기에 3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탄탄한 수비도 돋보였습니다. 수원은 '통곡의 벽'으로 이름을 날렸던 마토를 보낸 대신 호주 출신 보스나를 영입하고, 겨우내 전지훈련을 하면서 강점을 보인 수비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곽희주, 오장은, 양상민 등 주축 멤버들이 잇따라 부상을 당하며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히도 이들의 공백을 측면 자원인 오범석의 리드를 앞세워 잘 메웠고, 골키퍼 정성룡 역시 안정감 있는 선방 능력으로 힘을 보태며 연속 경기 무실점의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 기념촬영하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김지한
전체적인 조화, 잘 이뤄지면 'AGAIN 1999' 가능하다

윤성효 수원 감독은 강원전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음 경기부터 스테보가 나서면 공격력이 더 강해진다"면서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지금까지 선보인 공격진 활약이 좋은데 스테보까지 복귀하면 어떤 선수를 내보낼 지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여기에 수비진 역시 주축 멤버들이 모두 복귀하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수비를 과시할 수 있습니다. 박현범, 이용래의 미드필드 조합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되고, 공격진의 득점력, 수비진의 수비력이 조화를 이룬다면 수원은 그야말로 최상의 전력을 과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존 선수와 이적생과의 조합도 물오르면 더욱 기대감은 커질 것입니다. 지난해에 이루지 못했던 우승 한, 더 나아가 2008년 이후 4년간 차지하지 못했던 K리그 우승 타이틀을 이번에 도전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수원의 현재 분위기는 우승을 차지했던 2008년을 연상케 합니다. 당시 수원은 개막 후 오랜 경기동안 무패 행진을 달렸고, 특히 막강한 수비력이 빛을 발하면서 초반 선두 질주를 이뤘습니다. 아직 3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전력이 서서히 보강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실점 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 눈에 띕니다. 3관왕을 차지했던 1999년의 영광을 떠올리며 'AGAIN 1999'를 올 시즌 컨셉으로 잡은 수원 삼성 블루윙즈. 매 라운드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레이스가 펼쳐질 가운데서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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