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그라운드를 놓고 3개 부분으로 나눴을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포수-2루수-유격수-중견수를 흔히들 '센터라인'으로 칭한다. 그라운드의 야전사령관이라 불리는 포수는 투수리드 및 볼배합을 이용한 수비위치 조정 등 투수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의 모든 움직임을 간파하고 있어야 한다. 내야의 중심축인 2루수와 유격수 키스톤 콤비는 원활한 호흡을 통해 한꺼번에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낼 수 있는 더블플레이 연출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중견수는 외야에서 가장 넓은 수비폭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팀의 득점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어야 함은 의무사항이다.

강력한 센터라인을 보유한 팀은 그만큼 상위권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 시즌 8개 구단의 센터라인은 과연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순서는 포수-2루수-유격수-중견수 순)

▲ 몸 날리는 손시헌 ⓒ연합뉴스
1. 삼성 라이온즈 : 진갑용-신명철-김상수-배영섭

99시즌 두산에서 트레이드되어 온 진갑용은 90년대 라이온즈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안방마님 부재를 일거에 해결해준다. 아마시절 부터 국가대표 주전포수로 명성을 떨치다가 OB베어스에 입단한 진갑용은 99시즌 입단한 홍성흔에게 주전자리를 내주고 라이온즈로 트레이드된다. 그러나 라이온즈와 진갑용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다. 진갑용이 가세한 이후 라이온즈는 2002년, 2005년, 2006년, 2011년 4차례나 한국시리즈를 거머쥐면서 팀의 숙원이었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냄과 동시에 2000년대 최고 강팀으로 부상하였다. 투수리드능력, 찬스에 해결할 수 있는 방망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74년생인 그의 체력적인 문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후임포수 양성이 시급하다.

라이온즈의 키스톤 콤비 신명철, 김상수는 눈에 드러난 가치보다 훨씬 알차고 영양가 높은 콤비라 할 수 있다. 아마시절 박한이와 더불어 대어급으로 평가받던 신명철은 롯데 자이언츠 입단 후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다가 2007시즌 라이온즈로 트레이드 된 이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비록 수비에서는 가끔씩 예기치 못한 실책으로 팀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찬스에 상당히 강한 면을 보이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2009년 입단 당시 KIA의 안치홍, LG의 오지환과 더불어 고교야구 내야수 BIG3로 각광받은 김상수는 지난 시즌 SK로 이적한 박진만의 뒤를 이어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게 된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송구능력, 빠른 발, 그리고 빠른 스윙스피드를 바탕에 둔 정교한 타격 등이 조화를 이뤄 향후 대형유격수로 성장이 기대된다.

지난 시즌 류중일 감독이 리드오프로 전격 발탁한 배영섭은 신들린 활약을 펼치면서 라이온즈의 톱타자 고민을 말끔하게 해결하였다. 빠른 발, 정교한 타격, 넓은 수비범위를 갖춘 배영섭은 앞으로 이용규, 전준우 못지않은 대형외야수로 성장이 예상된다.

강점 : 기동력, 넓은 수비범위, 뛰어난 컨택트 능력
약점 : 주전포수의 노쇠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2루의 수비안정성

2. SK 와이번스 : 정상호(조인성)-정근우-박진만(김연훈)-김강민

와이번스가 2000년대 후반 리그 최강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의 하나는 바로 국내 최고의 투수리드를 자랑하는 포수 박경완의 존재였다. 상대방 타자의 특성을 간파한 그만의 볼배합은 리그에서 가장 발군의 기량이라 할 수 있다. 박경완 외에도 와이번스에는 정상호라는 또 다른 대형포수가 대기하고 있다. 2009시즌과 지난 시즌 박경완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되었을 때 풀타임으로 마스크를 쓰면서 박경완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주었다.

그런데 와이번스는 LG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포수였던 조인성을 FA로 영입한다. 조인성의 영입을 통해 와이번스는 국가대표급 포수 3명을 한꺼번에 거느리게 되었다. 이만수 감독은 재활중인 박경완이 복귀하기 전까지 조인성과 정상호를 주전포수로 고루 기용할 전망이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이만수 감독은 정상호에게는 1루 수비훈련을 시키는 중이다. 사실상 등판하는 투수에 따라 주전포수를 달리 가져가는 플래툰 시스템을 도입할 전망인데 팀 전력에 긍정적인 전망을 끼칠지는 미지수이다.

2루수 정근우는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2루수 중의 한명이다. 공수주의 3박자를 갖췄고 근성이 워낙 뛰어난 정근우는 와이번스 내야의 핵심 전력이다. 박진만이 지키는 유격수 자리는 다소 불안하다. 올해로 36세가 되는 박진만은 노쇠화와 더불어 올 시즌 1차 전지훈련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충분한 훈련이 이루어졌는지도 미지수이다. 라이온즈에서 사실상 선수생명이 다할 것처럼 보이던 박진만은 지난 시즌 스프링캠프 기간 김성근 감독의 혹독한 조련 하에 예전의 기량을 상당부분 회복하였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는 지난 시즌에 비해서는 훈련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박진만을 대체할 자원으로는 김연훈 또는 최윤석이 대기하고 있다.

중견수 김강민은 수비력만 놓고 본다면 리그 1,2위를 다툴만하다. 넓은 수비범위와 강력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송구능력을 겸비한 강견이다. 타격에서도 장타력까지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팀 전력에 많은 보탬이 되는 선수이다.

강점 : 국내 최고의 포수라인업,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야수들
약점 : 포수 플래툰 시스템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 유격수 포지션의 노쇠화

3. 롯데 자이언츠 : 강민호-조성환-문규현-전준우

강민호는 차세대 포수 중 단연 최고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 화끈한 일발장타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불안요소로 지적되던 수비 및 투수리드도 해를 거듭할수록 업그레이드되는 중이다. 나이에 비해 많은 경험을 쌓은 것도 큰 장점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훌륭한 백업요원이었던 장성우가 경찰청에 입대하는 바람에 강민호 홀로 시즌을 이끌어야 한다. 가장 체력소모가 많이 되는 포수 포지션에서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올 시즌을 위해 절치부심 중인 조성환은 올 시즌에는 1루수 자리에도 박종윤과 번갈아 기용될 횟수가 많아질 전망이다. 조성환이 1루수로 이동할 경우 손용석이나 양종민 등의 백업멤버들이 조성환의 공백을 메울 준비가 되어 있다.

지난 시즌부터 풀타임으로 활동한 문규현은 그 동안 뛰어난 수비능력에 비해 방망이가 빈약한 것이 옥에 티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찬스에 강한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하위타선의 이대호'로 꼽히기도 하였다.

야구센스, 공격, 주루, 수비 등 다방면에 강점을 보이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전준우의 비중은 올 시즌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대호가 중심타선에서 이탈한 만큼 공격력 및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난 전준우의 활용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다.

강점 : 강력한 포수, 중견수
약점 : 백업포수의 부재, 2루수의 노쇠화

4. KIA 타이거즈 : 차일목(김상훈) - 안치홍 - 김선빈 - 이용규

주전포수 김상훈의 공백을 잘 메운 차일목이 올 시즌에도 주전으로 중용될 전망이다. 백업요원에 머물러 있다가 한 단계 더 도약한 차일목이 과연 올 시즌에도 지난 시즌의 활약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치홍은 지난 시즌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면서 정상급 2루수로 도약 중이고, 김선빈 또한 부상만 없었다면 훨씬 더 빛날 수 있는 커리어시즌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용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대표 중견수이자 리드 오프이다. 지난 시즌 전반기만 해도 타격왕 타이틀이 유력해 보일 만큼 최고의 페이스를 보였으나 후반기에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진 바 있다.

타이거즈의 센터라인은 포수 부문을 제외하곤 2루수,유격수,중견수 모두 부상이란 변수만 없다면 리그에서 첫 손가락에 들 만할 전력이다.

강점 : 향후 최소 5년은 거뜬히 정상권에 군림할 수 있는 키스톤 콤비와 중견수
약점 : 내야수, 외야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포수라인

5. 두산 베어스 : 양의지 - 오재원(고영민) - 손시헌 – 이종욱

포수, 야수 부문에 걸쳐 가장 안정적이고 약점이 보이지 않는 탄탄한 센터라인이다. 지난 시즌 투타에 걸쳐 무기력증이 번지는 바람에 예상치 못한 추락을 거듭했지만, 정상전력만 유지한다면 가장 짜임새 있는 전력이다. 또한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 감독을 역임한 이토 쓰토무 수석코치가 포수 양의지의 기량에 얼마나 긍정적인 플러스 효과를 가져왔는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고영민이 부상으로 전지훈련에서 중도 귀국한 2루수 자리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오재원이 주전자리를 맡을 전망이다. 투지 넘치는 허슬플레이가 인상적인 오재원은 지난 시즌 생애 첫 도루왕을 따냈는데, 올 시즌에는 김진욱 감독이 오재원의 포지션을 2루에 고정하기로 공언함에 따라 한층 더 안정적인 플레이가 기대된다. 유격수 손시헌은 현재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유하고 있다. 야구센스가 뛰어난 오재원-손시헌 키스톤 콤비는 수비, 공격, 주루플레이 모든 부문에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중견수 이종욱 또한 지난 시즌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올 시즌에는 기동력을 재충전하여 허슬플레이에 시동을 걸 전망이다. 베어스의 센터라인은 양의지의 투수리드 성장여부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강점 : 최고의 야구센스를 보유한 야수라인
약점(?) : 지난 시즌 같은 집단 무기력증만 조심하면 됨

6. LG 트윈스 : 심광호(나성용) - 서동욱(김일경) - 오지환 - 이대형

8개 구단 센터라인 중 가장 변수가 많고 불안정하다. 10여년 가까이 트윈스 안방을 지키던 조인성이 와이번스로 이적하면서 졸지에 새로운 주전포수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러 후보군 중에 심광호와 이글스에서 보상선수로 영입한 나성용의 중용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내야라인 또한 지난 시즌 숱한 포지션 변경과 실험이 반복되는 바람에 헐거워 보인다. 올 시즌은 김기태 감독이 내야 포지션 고정체제를 선언했지만 주전으로 내세울 카드가 빈약하다. 그나마 2루 자리를 지키던 박경수마저 군입대하는 바람에 주전 2루수 자리도 불안정하다. 서동욱 또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에서 영입한 김일경이 나설 것으로 예상되나 다른 구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인다.

오지환은 공격력에서는 어느 정도 활약이 기대되지만 문제는 수비력이다. 돌덩이같은 글러브가 어느 정도 길들여졌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중견수 이대형은 올 시즌 도루왕 탈환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찬스에서 별다른 클러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물방망이를 어느 정도 개선하느냐에 따라 트윈스 센터라인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예상치도 못한 포텐셜의 폭발을 기대해야 하는 트윈스의 센터라인이다.

강점(?) : 혹시 알아? 나성용이 90년대 김동수처럼 빵 터져줄지도...
약점 : 모든 게 불확실 투성이

7. 한화 이글스 : 신경현(최승환) - 한상훈 - 이대수 - 강동우

올 시즌을 앞두고 스토브리그에서 많은 전력보강을 이룬 팀 중의 하나다. 김태균, 박찬호, 송신영 등 굵직굵직한 선수들 외에도 2차 트레이드를 통해 베어스의 최승환을 영입한 것도 수확중의 하나이다. 신경현 외에 확실한 포수자원을 확보함에 따라 배터리가 한층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시즌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발돋움한 이대수는 올 시즌에도 이글스의 수비와 하위타선의 핵이 될 전망이다. 지난 시즌 제대 후 2루수 자리에 중용되었던 한상훈도 한층 나아진 경기력이 기대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회춘모드로 돌변하고 있는 강동우가 과연 올 시즌에도 지난 시즌 같은 활약을 펼쳐줄지 미지수이다. 외야에서 가장 수비범위가 넓은 중견수인 만큼 체력소모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올해 그의 나이 39살이다. 올 시즌에는 강동우의 뒤를 이을 리드오프 및 중견수 자원을 발굴하는 것도 이글스 코칭스태프에게 주어진 과제가 될 것이다.

강점 : 포수자원의 보강 및 키스톤 콤비의 업그레이드 기대
약점 : 강동우의 후계자 발굴 시급

8. 넥센 히어로즈 : 허도환(강귀태) - 김민성 -강정호 - 장기영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사실상 주전포수로 자리를 굳힌 허도환이 올 시즌에도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될 전망이다. 명포수 출신인 김동수 배터리 코치의 노하우를 어느 정도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는지도 관심거리이다. 자이언츠 시절 공필성의 대를 이을만한 허슬 내야수로 기대를 모은 김민성이 지난 시즌에는 기대만큼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올 시즌 더욱 발전이 기대된다. 향후 리그의 최고의 대형 내야수로 기대를 모으는 강정호도 지난 시즌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2010시즌 혜성처럼 등장하여 히어로즈의 톱타자로 자리를 굳혔으나, 지난 시즌에는 부상으로 인해 기대에 못 미쳤던 장기영도 컨디션을 회복하여 연습경기에서 맹타를 날리고 있다. 4개 포지션의 모두 발전가능성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이들의 잠재력이 만개하는 날이 빨리 올수록 히어로즈의 순위상승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이다.

강점 :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
약점 : 경험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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