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9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B조 6차전 한국-쿠웨이트 경기에서 이근호가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완전히 물이 올랐습니다. 적어도 2010년 월드컵 전후 있었던 슬럼프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본래 보여줘야 했던 모습 그대로 돌아왔고, 오히려 그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버페이스가 아니라면 올 시즌 최고 활약이 기대될 정도입니다.

'태양의 아들' 이근호(울산 현대)가 최고의 모습으로 K리그에서 불을 뿜었습니다. 국가대표팀 A매치를 통해 예열을 마쳤던 이근호는 시즌 개막하자마자 불붙은 공격력으로 골문을 정조준하더니 16일 열린 K리그 3라운드 성남 일화전에서 생애 첫 해트트릭이자 리그 전체 시즌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습니다. 이근호의 활약에 울산은 3-0 완승을 거뒀고, 개막 후 3연승,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을 포함해 4연승을 달렸습니다. '이근호 효과'를 기대했던 것 그대로였습니다.

확실히 두드러진 이근호의 초반 활약상

개막 후 3라운드만에 골이 터지기는 했지만 이근호의 공격력은 이미 시즌 개막 직후부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빠른 스피드와 유연한 몸놀림 뿐 아니라 폭넓어진 움직임을 통한 공간 창출이 이전보다 한층 더 돋보여졌습니다. 여기에 파워풀한 경기력, 지칠 줄 모르는 플레이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이 골고루 어우러져 울산의 공격력을 살리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골을 넣지 못했어도 김호곤 울산 감독이 흐뭇하게 생각했던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과 파트너를 이뤄 '빅-스몰 조합'을 통해 '철퇴 축구'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김호곤 감독의 의도대로 맞는 플레이를 펼친 것이 돋보였습니다. 본래 2008년 국가대표를 뛰면서 당시 장신 스트라이커였던 정성훈(현 전북 현대)과 절정의 호흡을 과시하며 맹활약한 바 있던 이근호 입장에서는 이 '빅-스몰 조합'이 자신의 장기도 살리고, 공격할 때 편한 측면이 있습니다. 자신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전술 아래서 제 플레이가 나오니 자신감도 넘치고 경기력도 오르고 팀 성적도 올리는 '1석 3조'의 효과를 냈습니다.

넘치는 자신감, 이근호를 돋보이게 하다

무엇보다 요즘 이근호의 플레이를 보면 '가벼워 보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만큼 자신감에 차 있다는 겁니다. 남아공월드컵 본선 출전 실패의 아픔을 딛고 지난해 일본 J리그 무대에서 조금씩 감을 끌어올린 상태에서 K리그로 복귀한 이근호의 새 시즌 의지는 남다르고 강했습니다. 그 의지가 겨우내 몸을 완벽하게 만든 계기로 이어졌고, 플레이가 한층 더 성숙해지는 힘이 됐습니다.

이는 곧바로 지난달 말에 열린 A매치 2연전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 함께 출연한 선배 이동국과 호흡을 과시한 이근호는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3차예선에서 최종예선행을 결정짓는 쐐기골을 터트리며 팬들을 열광케 했습니다. 확실히 올해는 뭔가 다르겠다는 느낌을 갖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곧바로 리그로 이어졌고, 결국 개막 후 3경기 만에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쾌거까지 이뤄냈습니다.

슬럼프는 잊어라...이제 쭉 올라갈 일만 남았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K리그 16개 팀 대표 선수들이 생각한 득점왕 후보로 이근호를 꼽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데얀, 이동국 등이 여전히 건재했음에도 이근호를 득점왕 후보 1순위로 꼽은 것은 그만큼 이근호의 장점, 플레이가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대대로 이근호는 좋은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고, 매 경기마다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쾌활한 모습을 사실은 2008년 하반기 있었던 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한창 물올랐을 때 이후에도 꾸준히 보여줬어야 했던 모습이었습니다. 유럽 진출 실패로 인한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감각이 떨어지고, 자신감마저 결여되면서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이끌고도 본선에 나서지 못하는 아픔을 맛봤습니다. 이에 대한 후유증이 커서 우려가 많았고, 실제 경기력에 영향을 주면서 점점 잊혀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컸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마음을 추스른 뒤 지난해부터 조금씩 극복해냈고, 예전에 기대했던 모습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K리그에 복귀한 올 시즌 맹활약을 기점으로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기를 꿈꾸고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근호가 보여줄 것은 아직 한참 더 남아 있습니다. 다른 선수들의 생각대로, 자신의 기대대로 득점왕에 욕심을 낼 것입니다. 그러면서 팀 승리를 이끈다면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그런 만큼 더 의욕적인 플레이를 펼칠 것이고, 더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줄 것입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굴곡진 축구 인생을 살았던 아쉬움, 한을 풀고, 더 완전하게 거듭나려는 이근호의 활기찬 변화, 많은 이들은 꾸준하게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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