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제안을 철회했다. 언론은 선거판이 요동친다고 쓴다. 그러나 지금 구도가 유지될지, 다른 추가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안철수 후보의 주장은 예상가능 범주 안이다. 윤석열 후보 측과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단일화를 거부하며 사실상 안철수 후보에게 조건없는 양보를 강요해왔다. 물론 ‘조건없는’이란 수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책임총리, 공동정부, DJP연합 심지어는 경기지사 출마까지 언론을 통해 온갖 ‘제안’을 던지는 제스쳐를 취했는데, 이게 과연 실효적인 것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윤석열 정권’이 탄생하더라도 초기 2년은 여소야대 정국일 수밖에 없어 정계개편 없이는 책임총리 등의 인사가 어려운 데다 공동정부라 해도 다급해지면 자기 살 길 찾아 흩어진다는 게 DJP연합 때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의 결렬 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이미 ‘단일화 효과’를 윤석열 후보가 일부 누리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걸로 보인다. 지난주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윤석열 후보 지지율 상승세가 눈에 띄는데, ‘단일화 문항’에 대한 여당 지지층의 응답 여부를 고려하더라도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정권교체 기대감이 커진 것의 영향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윤석열 후보로의 단일화 가능성을 높게 본 유권자층 일부가 미리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덕에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단일화에 더 적극적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이 유권자층은 안철수 후보가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만으로는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윤석열 후보 지지 바깥으로 다시 나오려면 단일화 무산의 책임론이 윤석열 후보 쪽으로 쏠려야 한다. 이준석 대표의 ‘유서’ 발언 등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지만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 전반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론이 전면적으로 제기될 만한 지형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안철수 후보의 유세버스 사고가 동정론으로 이어졌다면 또 다른 여론 지형의 형성을 기대해볼 수 있었겠으나 중대재해법 적용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이 역시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보수 유권자층의 윤석열 후보 쏠림은 대체적으로 유지될 걸로 보는 게 타당하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더 나은 정권교체’ 이상의 비전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상황에서 ‘정권교체’는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인식틀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난 10년간 따라다닌 ‘비전이 모호하다’는 꼬리표를 이번에는 떼야 한다. 완주를 한다면 안철수 후보는 어찌됐든 제3세력의 기반을 넓히는 걸 목표로 할 수밖에 없고, 이번 대선의 성과를 기반으로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까지 염두에 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양당으로부터 구별된 어떤 현실정치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이번에 유권자들에게 제시하고 이 비전에 ‘투자’해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0일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 대응하는 이재명 후보의 전략은 무엇일까? 지난 한 주는 길을 잃은 듯한 분위기였다. 윤석열 후보가 “공산주의자”, “파시스트”, “철 지난 좌파 혁명이론”, “비즈니스 공동체”를 말할 때, 이재명 후보는 여당의 후보로서 민생과 미래에 중심을 뒀어야 한다. 윤석열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면서 슬쩍 빠져나갔다면,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도 정치보복 공세는 지지층 결집용 메시지로 활용하는 정도로 조기에 정리하고 명동 기자회견에서 예고한 대로 국민통합과 ‘정치교체’, 민생을 앞세웠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 한 주간 이재명 후보 관련 뉴스는 정치보복과 검찰공화국, 대장동 개발 의혹 등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뤘다. 코로나 국면에서 ‘민생’의 핵심에 해당할 방역정책에 대한 언급은 영업시간 제한을 위반하더라도 “집권하면 사면해주겠다”는 식의 불안정한 메시지로만 기억될 상황이다. 유권자들이 기대한 것은 집권당 후보다운, 경기도지사로서 방역 정책을 실제로 다뤄본 경험을 갖춘 후보다운 메시지였을 것이다. 예를 들면 무조건 ‘풀자’는 식이 아닌, 밀접접촉자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다 세세한 가이드라인 등을 요구하거나 제안하는 것 등을 생각해볼만 한데, 이재명 후보의 태도는 이런 진중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당은 ‘김만배 녹취록’ 등을 근거로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 공세를 강화하는 모양새인데,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이런 전략으로는 확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고들 하는 상황에선 네거티브 경쟁은 해봐야 큰 효과가 없다. ‘대장동 윤석열 원죄론’이 ‘이재명 후보 책임론’의 면죄부가 되지는 못하는 데다 ‘본부장 리스크’ 역시 ‘초밥, 샌드위치, 옆집 의혹’으로 상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두 후보 모두가 도긴개긴이라는 평가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면 유권자의 마지막 판단 기준은 정권교체냐 연장이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지형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와 같이 이재명 후보가 불리하다. 이재명 후보가 정권교체 여론에 대응하는 방법은 단지 현 정권을 비판 비난하는 게 아니라 이제까지와는 ‘다른 정치’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그러나 투표일을 2주 정도 남긴 시점인 지금까지 이재명 후보가 그걸 제대로 보여줬는지는 의문이다.

어찌됐든 남은 기간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각 후보들의 소모적인 입씨름이나 어퍼컷 펀치 킥과 같은 퍼포먼스에 눈길을 빼앗길 때가 아니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실제로 대통령이 됐을 때 어떤 통치를 하겠는가를 눈여겨봐야 하고, 후보들도 이런 의문에 답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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