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자정을 기점으로 한미 FTA가 발효됐다. 한미 FTA는 작년 11월 당시 한나라당의 날치기로 국회 비준 동의안이 통과 됐으며, 이 후 한미 FTA에 대한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과의 통상조약이 날치기로 통과된 것은 한일협정(196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한미FTA 발효를 하루 앞둔, 14일 저녁 방송3사의 메인뉴스는 모두 한미FTA를 톱으로 다뤘으나 유독 MBC <뉴스데스크>가 한미FTA로 인한 '장밋빛 미래'를 선전하는 데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MBC노동조합이 '공정방송 쟁취'와 '김재철 퇴진'을 내걸고 총파업에 돌입한 지 45일째인 14일, <뉴스데스크>는 'MBC의 공정보도'를 위한 파업의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 14일 한미FTA 발효로 인해 수출 업체의 매출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홍보한 MBC <뉴스데스크> 화면캡쳐

14일 <MBC 뉴스데스크>는 한미 FTA가 발효됨에 따라 관세가 인하돼 싸게 살수 있는 품목들에 대한 소개와 수출 업체의 매출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점들만 홍보하고 나섰다.

MBC는 대형마트를 찾아가 “한미 FTA 발효되면 관세가 인하되는 품목들을 대상으로 할인 판촉 행사를 하고 있다. 또 미국산 수입 자동차가 차종에 따라 5~7% 가격을 내리고 공산품들은 앞으로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가 없어진다“고 전했다.

한미FTA로 인해 한국이 입을 부정적 영향과 관련해서는, 한미FTA 발효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다룬 두 번째 꼭지 말미에서 “미국의 언론들은 미국보다 더 높은 관세를 유지했던 한국이 FTA로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대미 무역흑자 규모도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한 문장으로 언급하는 데 그쳤다.

KBS, SBS 뉴스도 기본적으로 한미 FTA가 발효되면 싸게 살수 있는 물건이 늘어나고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프레임이지만, 한미FTA 반대 집회와 피해 분야에 대한 사례도 동시에 전달했다.

14일 SBS <8뉴스>는 "한미 FTA 발효를 하루 앞두고 찬반 시위가 하루 종일 잇따랐다"며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한미FTA 찬반 집회를 동일하게 다루며 기계적 중립에 충실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SBS는 같은 꼭지에서 한미FTA 발효를 환영하는 새누리당과 이를 반대하는 야당의 주장을 병렬 배치하기도 했다.

▲14일 열린 한미FTA 반대 집회는 SBS <8뉴스>를 통해서만 방송됐다.

14일 KBS <뉴스9>는 한미FTA의 발효로 피해를 입게되는 제약업계나 농어업 분야에 대한 사례를 한 꼭지로 묶어 보도했다.

KBS <뉴스9>는 “정부 추산으로도 국내 복제의약품 생산은 10년간 연평균 천억원 정도 감소할 것”이며, “미국산 수입 증가에 따른 쇠고기값 하락 등 농어업분야 피해도 연간 8천억 원이 넘을 전망”이라고 방송했다.

노무현 정부 때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후부터 이 조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며, 이명박 정부 동안 진행된 재협상 과정에서 우리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수정되었다는 비판이 수 차례 제기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비롯한 12개의 독소조항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 한미 FTA가 다가올 총선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임에도 MBC의 메인 뉴스만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성'조차 지키지 않고 일방적 보도 태도를 보인 것이다.

FTA에 대한 뉴스데스크의 보도 태도는 PD수첩 불방 사태에서 보여준 현 MBC 경영진의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방송 태도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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