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탁종열 칼럼] 지난 8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지난해 공기업 35곳의 일반 정규직 신규 채용 인원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약 47%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리더스인덱스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 공기업 채용이 증가하다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연속 급감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2월 9일 기사에서 “일각에서는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총대를 맨 후유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면서 ‘코로나19’ 자리에 ‘비정규직 제로’를 슬쩍 집어넣었다.

다음날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일제히 사설을 통해 “‘비정규직 제로’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일부 비정규직에는 로또가 됐겠지만,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증발시켰다”면서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후유증은 대선을 한 달 앞둔 여야 후보들에게도 반면교사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협박(!)했다. “비정규직을 구제한다는 명분을 앞세웠지, 결국 공공기관 취업을 목표로 준비해 온 수많은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2월 10일자 오피니언

하지만 이들 언론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다. 고용노동부는 2월 10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청년 일자리가 줄었다”는 중앙일보의 사설과 관련해 “2021년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인원은 27,034명(출처:알리오)으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시행된 2017년 이전(2016년 20,954명, 2017년 22,536명)과 비교하여 감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언론이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하는 한국마사회는 2019년 7조4752억 원의 수입을 올렸으나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경마가 중단되면서 1조905억 원으로 1/7 수준으로 수입이 급감했다. 반면에 2019년 인건비는 1516억 원이었으나 2020년은 1355억 원으로 감소했다. 언론은 한국마사회의 5,000여 명의 비정규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돼 경영이 악화됐다고 하지만, 일반 정규직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이 8,913만 원인 것에 비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단시간노동자 4,057명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은 822만4천 원(2021년 결산 기준)으로 1/10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마사회가 2020, 2021년 신규 채용을 하지 못한 것은 다름 아닌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이다. 그동안 언론은 공기업의 경영 악화에도 불구하고 ‘세금 일자리’를 늘렸다고 비난해왔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으로 청년의 일자리가 줄었다는
이들 신문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해 “정규직 공채를 준비해 온 수험생들이 채용 기회를 잃었다”며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고 주장했다. 공기업 직원 수와 총액 인건비는 한정돼 있는데. 비정규직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다보니 정규직 신규 채용이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거짓말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직원(임원 제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되며 정규직은 일반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으로 구성되고 비정규직은 기간제와 ‘소속 외 인력’으로 구성된다. 중앙일보를 비롯한 이들 신문이 언급하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여전히 인천국제공항공사 소속이 아닌 ‘소속 외 인력’으로 분류되며 민간 용역회사에서 자회사로 이동되었을 뿐이다. 2021년 4/4분기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는 9,071명이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1월 21일 <인기 좋던 인천공항 자회사의 추락… 직원들 줄사표 던진다, 왜> 기사에서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돼도 월급은 세전은 270만~280만 원, 세후 230만~240만 원 정도로 용역업체 때보다 약 10만 원 정도 올랐다”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인 인천국제공항보안에서 줄사표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기사에서 “공항 본사는 취업하고 싶은 공공기관 1위”이지만 “보안·경비 자회사도 초반엔 비슷했는데, 현재는 본사와 정반대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오히려 ‘다른 공공기관, 공기업 경비직으로 이직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전환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신의 직장’인 정규직 공채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이들 신문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10일 발표한 언론 보도 설명 자료에서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와 관련해서도 기존 사업비에 포함된 용역비 등을 활용함으로써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추가적인 비용부담을 최소화했다”고 해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문제는 ‘형식만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 됐을 뿐, 임금과 복지는 개선되지 않은 채 차별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이다.

기업신문들은 지난 2년 동안 수시로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비정규직 제로 정책으로 공공기관의 인건비가 상승했고, 이로 인해 공공기관의 부채가 급증했으며, 이 때문에 채용이 줄어 청년들의 취업 기회가 박탈됐다고 보도했다. 언론이 거짓으로 만든 ‘공정 프레임’은 연대 의식을 파괴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여론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대한민국이 망하면 가장 큰 책임은 언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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