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서울대 교수가 13일 트위터에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이 이어도로 선거용 안보 장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글을 올렸다. 하루 전인 12일엔 민주당 박영선 최고위원이 "제주 구럼비 바위의 급작스런 폭파와 오바마 미 대통령 DMZ 방문 등 이명박 정권이 총선 쟁점을 이명박 정권 심판론에서 옮기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조선일보 사설, 14일자)

▲ 14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사설이 대표적인 진보지식인 중 하나로 평가받는 조국 서울대 법대교수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비판대상으로 삼았다. 언론사가 유명인의 트윗은 기명으로, 일반시민의 트윗은 아이디만 밝히고 가져가 인용하는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인용과 동시에 신문사 사설에서 비판한 것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명인의 트윗을 가지고 기사를 쓰는 언론보도의 문제에 대해 짚어 보고자 사건 당사자인 조국 교수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 2011년 4월 울산에서 대담하는 조국 서울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합뉴스

"조선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국 교수는 “조선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주로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 매체에서 트윗을 가져가는데, 일련의 트윗 중에서 보고 싶은 것 하나만 잘라서 가져가 비판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런 경우엔 본래의 맥락이 증발하고 문제가 침소봉대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수언론들이 조국 교수를 ‘노년층 투표를 막으려는 진보지식인’으로 몰아서 비판했던 일이다. 당시 조국 교수는 트위터에서 투표 독려 캠페인을 하면서 투표결심을 밝히거나 남의 투표를 설득해 냈다는 팔로워 수백 명들에게 일일이 격려 멘션을 넣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서 한나라당지지 성향의 부모님과 협의하여 투표기간에 여행을 보내드리기로 했다는 한 팔로워의 트윗에 “효자이십니다”라고 멘션을 보낸 것이 문제가 되었다. 조국 교수에게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이 멘션을 널리 RT했고 보수언론을 이를 보도해서 ‘노인 비하’ 이슈로 점화했다. 대한노인회에서 규탄성명을 내고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조국 교수와 설전을 벌일 정도로 크게 논란이 된 사건이었다.

조국 교수는 “사실 부모님의 정치성향이 불만스럽다는 이들에게 ‘그래도 투표는 하시게 하고 잘 설득해보라’라는 식으로 답을 남긴 멘션도 많았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발언을 가져가서 논란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내가 낚인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웃는 그에게 북한계정 ‘우리민족끼리’를 RT한 혐의로 구속되었고 현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박정근씨 사례와의 유사점을 물어보았다. 그는 “(검찰과 언론이란 주체의) 차이는 있지만 방식은 유사한 것 같다. 박정근씨 트윗을 보지 못했는데, 사회당원이란 점에서 평소 북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 사람을 기소하기 위해선 여러 트윗 중에서 문제가 될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추려냈어야 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문제가 된 트윗에 대해 묻자, 그는 “안보 장사라는 표현은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맥락을 거두절미해서 인용한 것이 문제였단 것이다. 조국의 이어도 관련 트윗은 다섯 개이며, 다음과 같다.

1. MB정부와 조중동 등이 '이어도'로 선거용 안보장사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어도'가 '수중암초'라고 하면 '매국노'가 되며, '이어도'는 한국의 '영토'라고 해야 '애국자'가 된다.

2. 역대 한중 정부는 '이어도'가 '영토'가 아니라는 점에 동의해왔다. 단, '이어도'가 자신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속한다고 주장해왔다. 즉, 이 분쟁은 영토 분쟁이 아니라 EEZ 경계획정 사안이다.

3. '이어도'를 둘러싼 EEZ 획정분쟁은 해양법협약과 판례에 따라 외교적으로 처리해야할 문제이지, 반중감정을 부추기며 영토분쟁화할 사안이 아니다.

4. 영토의 중간선으로 경계를 짓는 방법을 택하면 '이어도'는 한국 EEZ 안에 있다. 그런데 해양법재판소 판례로는 다른 기준도 있다. 국제분쟁화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는 얘기다. 조용히 '이어도' 기지를 유지 관리하는게 옳다.

5. '이어도' 문제로 한중 정부는 오랫동안 교섭해왔다. 그런데 MB정부와 조중동는 갑작스럽게 이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왜? MB 임기 내에 제주 해군기지를 관철시키고 총선에서도 재미를 보기 위함이다.

'이어도 트윗'을 축약 인용한 이유?

주요 매체 중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에서도 이 트윗 내용을 기사화했으나, 이들 기사의 경우 조국 교수 트윗의 대부분의 내용이 실려 있었다. 이 내용을 모두 소개할 경우 조선일보 사설의 방식으로 비판하기가 어렵다. 사설은 “대한민국 해군(海軍)을 해적(海賊)이라고 비하하는 발언에 뒤이어 튀어나온 '안보(安保) 장사'라는 단어는 야권 인사들이 안보를 얼마만큼 저차원(低次元)에서 생각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로 끝맺음된다. 상대방의 인식을 확인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단어를 사용했으니 인식이 저차원일 거라 추정한 후 비난하는 방식이다. 스스로 ‘안보 장사’를 하면서도 “안보는 신성한 것이라 뒤에 장사라는 단어를 붙이면 안 된다.”는 자기모순적인 인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조국 교수는 사설의 의도에 대해 “독자들에게 저란 사람을 친중주의자·반안보주의자라고 소개하고 이어도를 중국에 팔아먹을 놈이라고 낙인찍는 효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설은 사실 조국의 발언이 없어도 성립하는데 공당의 최고위원(박영선)과 함께 묶어 정당 내외의 구별없이 저쪽 진영에 오류가 있음을 한 번에 보여주려는 의도”를 느꼈다면서 통합진보당 김지윤 당원의 ‘해적기지’ 피켓을 계기로 심상정, 조국, 박영선 등에 대한 조선일보의 이어지는 공세가 해군기지 문제와 이어도 문제를 엮으려는 집요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조국 교수는 매체에서 트위터를 인용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트위터는 수다를 떠는 곳인데, 그 수다엔 개인적인 수다와 사회적인 수다가 있고, 정치적인 발언 역시 자연스러우며 그것이 인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국 교수는 트위터에서 프로야구 얘기나 음악 얘기도 자유롭게 한다. 부산 출신으로 롯데팬인지라 시즌 중엔 롯데 자이언츠 얘기를 많이 하고, 클래식엔 큰 취미가 없어 음악 중에선 주로 팝음악 얘기를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동시에 트위터를 공적인 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작년 1월에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당시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의 아들이 서울대 로스쿨에 부정입학했다고 폭로했을 때, 서울대측에서 공식 해명자료를 내기 전에 조국 교수가 트위터에서 사태를 해명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조국 교수는 트위터가 이처럼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매체가 트윗을 인용하는 것 자체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용할 땐 맥락을 살려야 마땅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조선일보에서 취재 요청을 했다면…

만일 조선일보에서 트위터만 인용하지 않고 취재를 통해 그의 견해를 제대로 확인하려고 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상황이라면 취재에 응했겠느냐고 물었더니 조국 교수는 “특별히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던 기억은 없다. 하지만 견해를 확인하려고 한다면 (전화취재)답변은 충분히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견해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견해를 비판하려는 언론이라면, 맥락을 함부로 줄일 바에야 당사자에게 물어 좀 더 정확한 견해가 무엇인지를 확인받는 것이 마땅한 일이 아닐까. 선거의 해인 올해, SNS의 논란에서부터 시작되는 많은 정치적 논쟁이 보도될 것이다. SNS의 최대의 강점은 신속성과 투명성이다. 그러나 이 속도에 취한 언론이 SNS를 그대로 받아쓸 경우 투명성은 훼손될 수 있고, 그 결과 언론의 공신력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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