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의 선거 여론조사가 투표자를 예측하려는 노력 없이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어 정확하지 않다는 전문가 비판이 제기된다. 구조적 원인으로 값싼 조사와 당파적 언론이 꼽힌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14일 경향신문 칼럼 <여론조사, 누구를 대상으로 삼나>에서 "여론조사를 보며 울고 웃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 여론조사 결과로는 도저히 누가 대통령이 될지 예단하기 어려우니 힘 빼지 마시라"며 "우리나라 선거 여론조사는 일단 모집단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사진=pixabay)

이 교수는 "유권자를 모집단으로 간주하는 오래된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당연하지만 유권자의 일부만 실제 투표장에 나와 주권을 행사할 뿐이며, 따라서 제대로 선거예측을 하겠다면 유권자가 아니라 투표자를 모집단으로 간주해서 분석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대통령 선거결과를 놓고 조사를 하면서 투표자에 대한 고려가 없다니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찬반이나 대통령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긍·부정 평가 등은 유권자를 모집단으로 간주하고, 교육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미성년 학생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모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의 경우 주요 선거를 앞두고 후보 지지율을 확인하기 위해 투표자 등록을 마친 유권자를 모집단으로 삼아 조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선거에 임박해 등록한 유권자 중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중에서 무응답을 분류해 득표율을 산출하고 있다.

이 교수는 "유권자로부터 예상 투표자 집단을 분리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여론조사 요청을 거절하는 '조사거절자'의 성향을 추론하거나, 여론조사에 응답했지만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는 '응답유보자'의 성향을 예측하기보다 더 어렵다"면서 "그래서 선진 여론조사 전문기관은 투표행위를 설명하기 위해 연구한다. 여론조사 응답자의 특성을 보정하는 방법론을 개발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2월 14일 <[미디어세상] 여론조사, 누구를 대상으로 삼나> 갈무리

이 교수는 선거 여론조사가 부실한 원인 중 하나로 언론을 꼽았다. 그는 "싸구려 조사와 부실한 보도가 넘치는 현실에서 최소한의 방법론적 충실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며 "자기 편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만을 활용하려는 당파적인 언론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조사비용을 후려치려는 인색한 의뢰자에게 시달리다 보면, 투표자 예측모형을 도입하자는 게 웬 말이냐 싶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유권자들이 지난 선거에서 투표를 했는지부터 확인할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또 사전투표를 한다면 어떻게 할지, 투표한 사람들 중 여론조사에 참여한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파악하자고 했다. 이 교수는 "이 바닥에 사짜가 판친다. 다행히 선거 여론조사는 사후 결과를 놓고 평가하고 설명할 수 있다"며 "누가 진정한 여론의 전문가인지 이제부터라도 이론과 방법론을 꺼내놓고 이야기해 보자"고 썼다.

이 교수는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 예측 조사의 문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우리의 조사 수준이 아직 선거예측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경험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권자의 정치적 행동에 대한 예측력이 있는 모형을 개발하고 이에 근거해 조사 설계와 실행의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이론적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적정 조사비용과 조사 효율성 평가 모형 개발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모형 개발(확률적 표집방법에 대한 재검토, 조사거절자·응답회피자 속성 파악 등) ▲유권자의 정치적 이념·태도·행동 등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작업 선행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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