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선거는 구도 인물 바람이라고들 한다. 이번 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할 만큼 논란이 많다. 바람은 꺼졌고, 인물 그저 그렇고 결국 구도인데, 구도를 흔들 마지막 카드인 ‘단일화’가 이제 테이블 위에 올랐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의 룰로 야권 후보끼리 단일화 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재보궐선거 당시 룰은 무선100%, 역선택 방지 조항 없이 적합도와 경쟁력을 2개 여론조사를 통해 모두 물은 후 합산하는 방식이었다. 지금 이 룰을 적용한다면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 중 누가 단일후보가 될지 알 수 없다.

안철수 후보는 이 제안을 내놓고 “아무리 완주한다고 그렇게 얘길 해도 집요하게 단일화 꼬리만 붙이려 한다”, “차라리 선제적으로 제안해서 국민의 판단과 평가에 맡기겠다”고 했는데, 표면적으로만 놓고 보면 완주를 위한 ‘알리바이’를 꺼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가 일단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이 제안이 앞으로 유효한 협상으로 이어질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지난주 두 후보 간 ‘조건없는 단일화’가 큰 틀에서 합의되는 과정에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 보도는 윤석열 후보 측 주장을 반영한 걸로 보인다. 그러나 ‘조건없는 단일화’라도 권력분점 또는 당권 및 공천권을 둘러싼 지분협상이라는 ‘거래’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안철수 후보가 ‘조건없는 단일화’에 응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책임총리를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국회 의석 분포 상 쉽지 않다. 당권 및 공천권도 이준석 대표가 있는 한 협상 대상이 되긴 어렵다. 결국 이른바 ‘열린우리당 모델’이란 방식의 정계개편이 전제돼야 하는데, 윤석열 후보 집권에 회의적인 인사들이 ‘2년 식물 대통령’을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모두 쪼개 폭넓은 스펙트럼의 여당을 구성하겠다는 전망은 실현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까 국민의힘이 주장해온 ‘조건없는 단일화’는 안철수 후보로선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안철수 후보의 제안은 국민의힘의 ‘조건없는 단일화’ 주장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면 양 후보 사이에 단일화와 관련한 진전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상황에서 단일화 협상이 합의에 이를 가장 간단한 방법은 윤석열 후보가 대승적으로 안철수 후보의 제안을 수용하는 것이다. 정말 ‘야권 단일화’가 절실하다고 하면 이 선택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최근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는 윤석열 후보가 ‘백중우세’에 있다는 점을 가리킨다. 자력으로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나름의 확신이 있기 때문에 단일화 협상에 전향적으로 응할 동력도 떨어진다. 따라서 이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인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이다보니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면서도 표정관리를 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도 단일화 관련 접촉을 해온 걸 알고 있는데 협상이 깨진 이후 여론조사 단일화를 제안한 것은 진정성이 없다는 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애초에 이재명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국민의힘 측의 앞서와 같은 반응은 더불어민주당이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이슈를 띄우면서 부수적으로 기대한 효과 중 하나였을 거다. 이재명 안철수 두 후보 간 단일화가 됐다면 더 좋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쉽지 않게 됐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여론조사상 ‘백중열세’에 놓여있다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재명 후보는 주말 동안 윤석열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지지층 결집을 노린 행보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까지 악순환에 빠진 상태였다. 대장동 개발 의혹, 김혜경 씨 관련 의혹 등으로 지지층 결집이 이완되고 이 때문에 중도층 공략도 어려워지면서 당선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다시 지지층 결집의 이완이 이어지는 상태였던 거다. 문재인 대통령의 윤석열 후보에 대한 사과 요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뭐든지 과하면 아니하는 것만 못하다.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고리로 한 ‘검찰반대’ 프레임은 두 가지 점에서 한계가 될 수 밖에 없다. 첫 번째는 정권교체 여론이 큰 상황에서 ‘검찰반대’ 프레임은 과거 ‘추윤갈등’ 등의 시기를 떠올리게 해 더불어민주당이 변화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바로 이러한 효과의 연장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이재명 리더십’으로 집권여당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대통령 후보가 선거를 책임있게 치르는 방식은 과거와 싸우는 게 아닌 미래를 겨냥한 생산적 경쟁을 추동하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에 대한 공세가 장기화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지지층 유실을 막고 결집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면 이제는 다시 중도공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윤석열 후보 역시 안철수 후보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할 게 아니면 단일화 이슈는 조기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권교체 지지층이 단일화 관련 이슈에만 집중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단일화가 무산됐을 때의 실망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향하는 가치와 정책적 철학의 일치가 전제되지 않는 단일화는 소모적인 정치공학에 지나지 않는다. TV토론을 돌이켜보면 두 후보 간에는 그런 차원의 공통분모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이제 곧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다. 모든 후보가 ‘최선의 경쟁’을 하기 위한 승부에 나설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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