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찬 사장 연임 반대’를 내건 연합뉴스 기자들이 거리로 나설 채비를 갖췄다. 지난 3년 동안 노골화된 연합뉴스의 친정부성향 및 불공정 보도에 대한 구성원들의 각성과 반성이 결국 ‘총파업’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국가기간통신사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매년 수백억의 지원을 받고 있는 연합뉴스 기자들의 투쟁은 사실 좀 낯설다. 총파업은 더욱 낯설다. 현재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KBS, MBC, YTN 과는 달리, 연합뉴스 구성원들은 ‘투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했다. 실제 연합뉴스 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한 것은 지난 1989년 편집국장 복수추전제 등을 놓고 파업한 이후 23년만일 정도이니, 그 동안 나름 순탄한 길을 걸었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사장 연임에 대한 구성원들의 태도는 결연하다. 지난 2008년, YTN 구성원들이 ‘대통령 후보의 특보 출신은 언론사 사장이 돼서는 안 된다’는 소박한 상식에서 시작했듯, 연합 구성원들은 ‘연합뉴스의 공정성 훼손의 책임이 있는 이는 연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작은 상식 하나를 안고 출발선에 서서 싸움을 준비하려 한다.

연합뉴스의 투쟁은 젊은 기자들로부터 시작됐다. 2007년 이후에 입사한 젊은 기자들은 지난해 12월, 이름을 밝힌 채 “바른언론이 무너지는 것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현 연합뉴스 체제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후, 젊은 기자들의 성명은 중견 기자, 데스크급 기자들까지 확산됐다.

12일 오후,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연합뉴스 사옥 부근에서 만난 권영전 연합뉴스 기자는 2008년 12월에 입사한 젊은 기자다. 그는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왜 지금 연합뉴스 구성원들이 ‘총파업’을 내걸고 나설 수밖에 없는지 그 상세한 내막을 밝혔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 지부가 2월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정찬 사장의 연임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디어스
다음은 권영전 기자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연합뉴스 구성원들조차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짐작했던 사람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 예전에 비해서 노조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거 같다. 그래서 동력이 되는 거 같고. 맞물린 것인데 공정보도 부분과 함께 보도전문채널이 생기면서 업무 강도가 강화됐고 이런 부분이 쌓인 느낌이다. 그래서 사실은 아래 기수부터 성명을 발표한 게 분수령이 됐다. 아래 기수가 먼저 나섰기에 선배들도 가만히 있는 것에 미안함이 있는 것 같다.

지금 연합뉴스 구성원들이 왜 나서게 되었는지 독자들에게 직접 설명한다면?

=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그동안 정부 비판하는 기사들이 적게 나갔던 게 사실이고 정부의 치적을 과장한다든지 부풀린다든지 그런 게 있었다는 의혹들이 많이 제기되었는데 경영진이 명확히 해답을 못 내놨다. 이런 경우가 있었다. 장관 후보자 국회 청문회에서 야당이 의혹이 있다고 주장을 했는데도 (이러한 주장을 담은) 의혹 기사가 처리가 안 되는 거다. 나중에 부처에서 의혹에 대한 해명을 내놓으면 해명 기사 나가고…. 잘못된 것이다. 기사가 안 나가는 것이니 관점을 떠나 공정보도가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통신사로서의 역할을 잘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 책임이 누구한테 있느냐를 따지면 결국 경영진이 책임져야 하지 않냐는 것이고, 그래서 기자들이 일어선 것이다.

다른 목소리도 있다. ‘기사를 쓴 것은 너희들이 아니냐. '사장만 책임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 말도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둘 다 책임이니 그냥 넘어가자는 게 말이 안 된다. 분명히 뭔가 쇄신이 필요하다. 마침 우리들의 주장이 현 사장에 대한 연임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는 게 아니지만, 연임은 두고 볼 수 없다.

연합뉴스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 따갑다. 친정부성향의 보도 등이 주요 이유인데. 알고 있나?

= 주장에 다 동의할 수는 없지만 연합뉴스 자체에 대한 시선 곱지 않다는 것, 가능하다고 본다. 투쟁에 나선 것을 두고도 ‘정권 말기니까 보험 들어두는거냐’ 말하는데 그런 시선도 가능하다고는 본다. 다만 노조 집행부가 1인 시위했을 때 손팻말에 ‘국민 여러분께 사죄합니다’라고 밝히며 나섰다. 우리도 책임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나서는 것이다. 선배들도 (구성원들이 들고 일어선 게) 기적적이라고 말한다. 어쨌든 일어났으니 앞으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중추 역할을 하게 될 젊은 사람들이 먼저 들고 일어났다. 이런 점을 생각해서, 연합을 비판하는 분들 또는 투쟁에 대해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분들,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지켜봐는 달라고 말하고 싶다.

“국민일보가 파업 중임에도 정상 발행되는 이유는? 연합 때문!”

▲ 권영전 연합뉴스 기자 ⓒ미디어스
직접 경험했던 불공정 보도 사례가 있나?

= 친정부 성향 기사는 아니지만, 학술 문화제를 담당할 때였는데 2010년 8월15일 6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대통령이 나와서 축사를 했다. 정치부에서 이 기사를 처리했지만 나는 식전 행사로 진행된 광화문 현판 제막식·개문식 기사를 송고했는데 나중에 전화가 왔다. 당초 기사에 광화문 사진을 갖다 붙여 메인으로 걸었는데, 나중에 사진이 대통령이 나온 사진으로 바뀌었다. 메인 기사도 아닌 별 거 아닌 사소한 기사이고 대통령이 전면에 나오지 않을 법한 이야기인데도 대통령 사진을 전면에 내걸었다. 경영진이 이렇게 세세한 곳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굵직한 사안에는 더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이 된다. 그래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청와대가 그런 사소한 부분까지 알겠냐만은 경영진이 그런 것까지 신경쓴다는 게 놀라웠다.

보도전문채널이 출범한 이후 연합뉴스 내부는 어떻게 변했나. 통신 기능 소홀해 졌다고 보는 기자들이 많은가?

= 내부에서도 통신 기능이 소홀해졌다고 보는 기자들이 많다. 출입처에서 만나는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사실 연합뉴스의 고객들인데, ‘왜 이렇게 연합 기사가 없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많다. 지역의 조직에서도 (불만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지역에서는 기존 통신 역할을 하던 기자들이 VJ와 함께 방송을 찍고 있는데, 안 그래도 인력 없다고 불만이 많던 차에 방송까지 하려니까 불만이 더 많은 것이다. 연합뉴스는 서울에 있는 부처, 기업 뉴스 보다는 어쩌면 지역 관련 기사와 해외 국제 기사 등을 보도하는 것이 통신사로서 의무에 더 부합할 수도 있다. 중앙 일간지가 대도시 마다 기자를 두고 조직을 운영한다는 것은 예산 문제 등으로 할 수 없기에 연합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연합뉴스의 지역 관련 보도가 약화되면 사실 중앙 언론사들의 지역 기사들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현재 파업 중인 다른 언론사 구성원들이 연합뉴스의 파업을 기대하고 있다. 알고 있나?

= 국민일보 동기들하고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지금 국민일보가 파업 중인데 신문이 겉으로는 잘 나오고 있으니까 ‘왜 파업 중인데 신문이 나오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버럭 화를 내면서 ‘연합 때문이다’라고 하더라. 데스크나 윗쪽에서 연합 기사를 살짝 고쳐서 기사를 낸다고 하더라.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파업에 들어가면 단순히 저희만 파업을 하고 마는 상황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여러 미디어 간 연대가 마련될 것이라 생각한다. KBS, MBC, YTN은 공영의 성격을 띠는 언론사다. 맞물려서 돌아갈 수 있을 거 같다.

방송사들이 제일 큰 문제일 텐데, 방송사들은 물론 단독보도 등 직접 취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연합의 기사를 보고 취재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 들었다. KBS 작가에게 듣기로는, 교양 프로그램 같은 경우 연합 기사를 보고 아이템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연합 기사 없으면 그런 역할을 하는 아이템을 잡을 수 없기에 불만 아닌 불만들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주변에 연합뉴스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에게 ‘우리회사 굉장히 좋은 회사야’라고 이야기 하고 싶은데 그렇게 이야기 못한 부분이 있다. 주변에 지인들이 자기 동생, 후배가 지원한다고 할 때 ‘연합, 정말 좋은 회사다. 꼭 와라’ 이야기 하고 싶지만 지금은 그렇게 말하기 애매하다.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하면 자부심이 있다. 물론 자괴감도 있지만 연합뉴스 기자로서 자부심이 있다. 그런 것을 지켜나가고 싶다. 연합뉴스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연합뉴스는 당신이 싫어해도 포기할 수 있는 언론사가 아니다. 더욱이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이기에 이 회사를 더 좋은 회사로, 공정하고 믿을 수 있는 언론으로 만드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이런 얘기를 해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박정찬 사장에게 한 마디 해달라.

=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부드럽게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 물러나시는 게 사장한테도 좋고 연합뉴스에도 좋고 후배들에게도 좋고 전체 언론에게도 좋고…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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