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참 끈질기다. 끈질긴 근성을 발휘하는 건 좋은데 ‘유치하게’ 끈질기다.

지난달 30일자 1면에 ‘인터넷 사이트 친북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으면 형사고발 하겠다’는 정보통신부 입장을 난데없이(?) 큼지막하게 보도하더니 오늘자(1일)에선 삭제요구 뒤 친북게시물이 525건이 더 늘었다고 ‘난리’다.

동아일보는 ‘북한 관련 게시물’이 두려운 것인가

▲ 동아일보 10월1일자 1면.
핵심을 추리면 크게 두 가지다. △경찰이 8월 정보통신부에 국내 시민사회단체 웹 사이트에 올라 있는 ‘친북 게시물’ 1660건의 삭제를 요구한 이후에도 추가로 525건의 친북 게시물이 각종 국내 사이트에 게재됐고 △추가로 발견된 게시물에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선군정치를 찬양하는 글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이틀에 걸쳐 1면에 배치하는 동아일보의 유치한 전략이 참 ‘돋보인다’. 전략의 배경을 짚는 일은 어렵지 않다. 2일부터 4일까지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어떤 식으로든’ 태클을 걸겠다는 심산 아닌가. ‘보수 정론지’로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가지는 불편한 심기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태클’을 걸려면 제대로 걸어야 한다. ‘친북 사이트’니 어쩌니 하는 유치한 수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조선 중앙에 비해 ‘한 차원’ 떨어지는 동아의 ‘태클’

동아의 수법이 얼마나 유치한 지는 같은 ‘보수 정론지’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조선 중앙일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오늘자(1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남북정상회담 관련 소식을 1면에 배치하지 않은 곳은 동아와 조선일보 뿐이다. 나름대로 불편한 심기를 ‘그런 식으로’ 드러낸 것인데 방식에 있어 차이가 난다.

동아일보가 ‘친북사이트’가 활개를 친다면서 1면에서 ‘오버’를 하고 있다면 조선의 경우 1면에서는 정상회담 소식을 생략한 채 ‘관련 내용’을 3면에 ‘드라이하게’ 걸쳤다. 그러면서 4면에서는 탈북됐다 북송된 국군포로 한만택씨의 조카가 청와대에 보내는 편지를 주요하게 실었다. 나름대로 보수지로서 ‘깔끔한’ 편집을 선보인 셈이다.

▲ 중앙일보 10월1일자 1면.
동아 조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북 문제에 있어 유연성을 보여 왔던 중앙일보는 1면에 경의선 기차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합의문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국정원 출신 김달술씨의 ‘조언’을 실었다. 갑자기 친북사이트 문제를 1면에 들고 나온 동아일보와는 참 ‘격’이 다른 셈이다.

대체 ‘친북’과 ‘선군정치’에 호의적인 시민이 얼마나 될까

동아일보의 ‘격 떨어지는 오버’는 기사 내용에서도 발견된다. 기사 내용 가운데 일부를 인용해보자.

▲ 동아일보 10월1일자 4면.
“친북 게시물이 가장 많이 올라와 있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홈페이지에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일 위원장 바로알기’ 시리즈를 게재하고 있다. 명목은 김 위원장에 대해 제대로 알자는 취지지만 “김 위원장 출생은 러시아가 아니라 북한이 주장하는 ‘백두산 밀영’이 맞으며, 김 위원장의 자리는 아버지에게서 세습된 것이 아니라 원로들에 의해 추대된 것”이라는 등 김 위원장에 대한 북한의 주장이 맞다는 취지의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동아는 이 같은 내용이 과연 일반 시민들에게 전해졌을 때 어떤 반응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김 위원장의 자리는 아버지에게서 세습된 것이 아니라 원로들에 의해 추대된 것”이라는 게시물의 내용이 과연 시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을 한 것일까. 동아의 오버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김정일장군연구서울시민위원회’의 명의로 올라오고 있는 ‘천출명장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리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백두의 담력으로 세계를 뒤흔드는 용장 중의 용장이며 청년시절에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다재다능한 사상이론가, 군사지략가가 되었다’는 등 김 위원장을 신격화하고 있다.”

웃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백두의 담력으로 세계를 뒤흔드는 용장 중의 용장이며 청년시절에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다재다능한 사상이론가, 군사지략가가 되었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아마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쪽은 동아일보가 아닌가 싶다. 일반 시민들이 보면 MBC 코미디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비해 한참 격이 떨어지는 ‘저급 코미디’ 수준의 내용을 가지고 화들짝 놀라 1면과 4면에 관련기사를 배치하는 걸 보면 틀림없다. 그러고 보니 동아일보의 ‘사상적 배경’이 좀 의심스럽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친북게시물’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 침해 논쟁

▲ 한겨레 10월1일자 10면.
정리하자. 이번 사건의 본질은 ‘친북게시물’이 아니라 정보통신부가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데에 있다.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 국가보안법상의 유·무죄를 사법부가 아닌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한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주의와 적법절차의 원리 및 무죄 추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반발한 것도 이 같은 점 때문이다.

이들 단체들은 정보통신망법 44조 7항과 64조 4항이 위헌적 내용을 담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인데 동아일보는 이 같은 점엔 주목하지 않고 ‘친북사이트’라는 단어에만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다.

동아 조선이 같은 보수정론지라도 최소한의 '시대의 흐름'을 감안하면서 색깔을 드러낸 반면 동아는 시대적 변화는 아랑곳 없이 예전 버릇(?) 그대로 '질러댄' 셈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국가보안법상의 유, 무죄를 결정하고 형사 처벌하겠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사법권에 대한 침해이며, 북한 관련 게시물 삭제 요구는 위헌”이라는 이들의 주장을 동아는 과연 제대로 '이해'나 하고 있을까.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