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요즘 대화 중 많이 묻는 말은 ‘대통령 누구 뽑을 거야?’다. 어떤 이야기로 시작해도 이야기의 흐름은 대선으로 흘러간다. 물가가 많이 올랐어, 월급은 오르지 않고 세금만 올라, 내년에 우리 아이 고3이야, 어머니 요양병원 알아보아야 해, 라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언제나 나오는 말은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는 말이다. 맥락도 없이 왕따 이야기로 시작되었든, 직장 문제로 시작되었든, 시부모 사이의 갈등으로 시작되었든 모든 이야기가 대선으로 귀결되는 것은 대통령 선거가 우리 생활과 모두 연결되어 있고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 끝에 조심스럽게 묻는다. ‘대통령 누구 뽑을 거야?’

나와 생각이 같은지 다른지 확인하고 다르다면 그 사람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해 예열하기 시작한다. 나는 어쭙잖게 ‘중도’를 표방한 중간이지만 사람들은 회색분자라며 어디든 선택하라고 말하며 자신이 뽑을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한다. 계층에 따라 전개는 다르지만, 아직도 여전히 ‘빨갱이’란 단어를 입에 담으며 정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빨갱이’라고 악의에 가득 찬 기운으로 말을 뱉는 사람을 보면 섬뜩하다. 적의를 드러내며 ‘빨갱이’ 운운하는 말은 불쾌하게 만들고 결국 큰소리를 내며 그만하라고 말하게 된다.

국민의힘 '멸콩(멸공) 챌린지'. (왼쪽부터)윤석열 대선 후보, 나경원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진=국민의힘 선대본부, 나경원·최재형 개인 SNS)

아직도 대통령 선거를 하면서 ‘빨갱이’라는 단어를 되새김질해야 하는 퇴보를 걷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2022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정치 이야기만 하면 20세기로 시간을 되돌려 놓은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50년 전 사람들이 21세기로 미래 여행을 온 것 같다. 미래는 없고 과거만 존재하는 사람들 같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이 단어 하나가 모든 정책과 약속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칠십이 넘은 노년층에게 ‘빨갱이’라는 단어는 체화된 기억이면서 뼛속까지 각인된 지독한 적의다. ‘빨강’은 이들에게 두려움, 타도의 상징이다. 그런데 2002년 거리의 우린 붉은 옷을 입지 않은 사람들이 없었다.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붉은 수건을 손목에 묶고, 붉은 나팔을 들고 서울 광장을, 전국을 붉게 물들였다. 붉은 악마라고 불리는 응원단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전국을 붉은 물결로 물들였다. 당시 생각하면 붉은색, 빨강은 결의, 열정, 가슴 벅참이었다. 시대가 바뀌며 우리가 생각하는 ‘빨강’의 이미지도 바뀌어 갔다.

그런데도 여전히 ‘빨갱이’라는 목적성 단어를 쓰며 이쪽인지 저쪽인지를 결정하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앞에서 글쎄, 라는 대답은 안 된다. 중간은 있을 수 없다. 뭐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라는 교집합은 있을 수 없다. 왜 교집합은 있을 수 없는가, 의문이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어머니는 가끔 나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묻는다. 전쟁이 나는 게 아니냐고 불안해하며 묻는다. 사실인지 아닌지 밝혀지지 않은 글, 혹은 가짜뉴스를 읽고 이것을 진실이라고 믿는다. 불안과 두려움은 믿음을 만들기도 한다. 비슷한 내용을 찾아 매번 링크해 보내는 사람은 이것을 탐독하게 하고 현실처럼 믿게 만든다.

놀랍게도 가짜뉴스에 현혹되고 20세기적 생각을 담고 있는 층이 노년층만이 아니다. 10대, 20대 젊은 층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노년층의 체화된 정치 성향과 다르다. 전쟁도 겪지 않았고, 군사정권도 겪지 않았고,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피를 흘리며 거리로 나선 사실을 교과서와 영화로 본 세대다. 다 만들어진 세상에서 살았다. 더욱이 가난을 모른다. 노년층은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젊은 층은 힘들고 어려운 것은 싫다. 희생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희생을 요구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싫다.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건 분명 생각해볼 대목이다. 앞으로 정치와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주목할 부분이다.

그래서 이야기 끝에 조심스럽게 묻는다. ‘대통령 누구 뽑을 거야?’, ‘누가 대선에서 이길 것 같아?’

김은희,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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