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를 이뤄 함께 국제무대에 나선 지도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국제 대회에서 꾸준하게 정상을 차지한 경험은 있지만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직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습니다. 두 선수 가운데 형은 이제 곧 은퇴를 바라봐야 하는 나이. 하지만 둘은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이를 악물고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앞두고 가진 세계 최고 권위의 배드민턴 국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습니다. 7년이라는 시간동안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이 복식 조는 앞으로 맞이할 그 짜릿한 순간을 위해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기대가 큽니다.

한국 배드민턴 환상의 복식 조, 남자 복식 이용대-정재성(이상 삼성전기) 조가 12일 끝난 요넥스 전영오픈 배드민턴 수퍼시리즈 프리미어 대회 남자복식 결승에서 랭킹 1위인 차이윈-푸하이펑(중국)조에 세트 스코어 2-1 승리를 거두고 4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올랐습니다. 2달 전, 코리아오픈 결승에서 패해 아쉬움을 남겼던 이-정 조는 끈질긴 승부를 펼친 끝에 승리를 거두며 지난 패배를 설욕했고, 113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대회에서의 우승으로 자신감도 쌓을 수 있게 됐습니다.

▲ 런던올림픽 비상을 꿈꾸는 이용대-정재성 (사진: 김지한)
어려움 딛고 이뤄낸 값진 승리, 그리고 정상

사실 이-정 조가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까지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코리아오픈 직후, 정재성이 그동안 쌓인 어깨 부상 때문에 재활 프로그램에 전념해 호흡을 제대로 맞출 시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7년 동안 쌓은 호흡이 이 한 달이라는 시간을 어느 정도 커버해주었습니다. 정재성이 어느 정도 회복을 하고 곧바로 출전한 독일 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감각을 끌어올린 이-정 조는 마침내 복귀 후 두 번째 대회였던 전영 오픈에서 최고의 실력으로 정상에 올랐습니다.

차이윈-후하이펑은 주요 대회마다 결승 무대 또는 결승 문턱에서 자주 만나는 사이이고, 세계 1,2위를 나란히 달리고 있어서 거의 실력 차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당일 컨디션, 경기 흐름에 따라 결과가 갈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정 조의 끈질긴 수비와 날카로운 공격이 조화를 이루면서 차이윈-후하이펑 조를 꺾을 수 있었습니다. 코리아오픈 때 결정적인 순간에 잇따라 공격을 허용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7년 동안 유지한 꾸준함

나이 차이가 있기는 해도(정재성 1982년생, 이용대 1988년생) 둘은 막역한 형, 동생 사이로 지내왔습니다. 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다보니 많은 일도 서로 챙겨주었습니다. 정재성이 결혼할 때 이용대가 사회를 봤을 정도니 이만하면 얼마나 친한 지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엇갈린 적도 있었습니다. 이-정 조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이용대가 이효정과 짝을 이룬 혼합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엇갈린 길을 걸었습니다. 정재성이 군입대를 하고, 이 여파로 이용대는 다른 파트너와 복식 조를 이뤄 대회에 출전해야 했습니다. 국제 대회에는 짝지어 나섰지만 군인 신분인 정재성 때문에 서로 팀이 달라 국내 대회에서는 호흡을 맞출 기회가 전에 비해 줄었습니다.

부상 악재도 제법 있었습니다. 이용대의 팔꿈치 부상 때문에 잠시 위기가 있었고, 이번에도 역시 정재성의 어깨 부상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잇따른 부상에 잠시 주춤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다른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이 조는 서로 뭉치기만 하면, 절정의 컨디션을 유지하면, 국제 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냈습니다.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까지 5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각종 큰 대회에서 상위권 성적을 꾸준하게 냈습니다. 그 덕에 세계 랭킹도 꾸준하게 1,2위를 유지했습니다. 10위권 바깥으로 나간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빠른 회복과 그대로 유지하는 성적이 이용대-정재성 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가 됐습니다.

강한 의지 갖고 도전할 올림픽, 기대해본다

이들이 목표하는 것은 오직 하나, 바로 런던올림픽 금메달입니다. 여러 대회 우승을 차지하고도 올림픽 금메달이 없다면 뭔가 허전한 구석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둘입니다. 지난 1월 열린 코리아오픈에서도 둘은 이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꼭 따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유력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가 불의의 일격을 당하고 고개를 떨궜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정 조는 조심스레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4개월동안 몸관리를 어떻게 잘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이-정 조라면 믿음이 갑니다. 맏형처럼 끌어주는 정재성, 동생처럼 뒤에서 밀어주는 이용대의 오묘하고 완벽한 조화는 런던올림픽을 충분히 뒤흔들 수 있습니다. 목표가 있고, 꾸준함이 돋보이는 이용대-정재성 조.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이 환상의 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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