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김인규), 2010년 3월(김재철), 2009년 8월(배석규)

방송3사의 연대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언론계 낙하산' BIG 3가 각 언론사들에 착지한 시점이다. 김인규, 김재철, 배석규 모두 해당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승승장구해온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제 이들은 자신들의 후배들로부터 이구동성으로 '공정보도 후퇴'의 주범으로 지목당하며 떠날 것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

▲ 왼쪽부터 김인규 KBS 사장, 김재철 MBC 사장, 배석규 YTN 사장

언론계 낙하산 BIG 3, 지난 3년간 어떤 '분탕질'을 쳤던 것일까? <미디어스>는 안팎으로 칼을 휘둘러온 3사 사장들의 닮은 꼴 행태를 요약한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착지한 낙하산들, 하는 행태 역시 비슷했다.

◇ 정치적 소신을 말하는 자, 나가라!

▲ 2월 15일 발행된 KBS 새 노조 노보 1면 캡처
MB정부 출범 이후 MBC, KBS, YTN 방송사 수장으로 임명된 이들의 공통점은 '정치적 소신'을 표현하는 방송 출연자들을 가만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피해를 당한 이가 바로 방송인 김미화 씨다.

지난해 4월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였던 방송인 김미화 씨는 '자진하차'라는 형식으로 물러났으나 배경에는 김재철 사장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꼽힌다. 지난해 가을 개편 때 MBC <두시의 데이트 윤도현 입니다> 진행자 가수 윤도현 씨와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 진행자인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 역시 하차한 바 있다. 당시 김어준 총수가 진행하던 프로가 없어진 후 <고전열전> 재방송이 나가는 등 특별한 대안이 없음에도 프로그램을 폐지시켜 논란이 일었다.

또, MBC는 일명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이라는 황당한 규정을 만들어 정치적 발언을 한 사람들이 고정 출연하지 못하도록 해 전사회적인 지탄을 받았다.

KBS에서도 김미화 씨 퇴출을 위해 윗선이 움직인 정황이 드러났다. 2010년 4월 KBS 임원회의가 김미화 씨의 <다큐멘터리 3일> 나레이션 진행에 대해 “일부 프로그램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가 잇따라 출연해 게이트 키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것. KBS 임원회의는 이 뿐만 아니라, <천안함 침몰, 국민의 마음을 모읍시다> 프로그램에 명진 스님이 잠깐 인터뷰이로 등장한 것조차 부적절다고 문제삼아 빈축을 샀다.

가장 최근 일로는 지난달 초 벌어진 방송인 김제동 씨의 KBS 울산홀 토크콘서트 불허 방침 논란이 있겠다. 김제동 씨의 토크 콘서트를 '정치적인 행사'로 규정한 KBS는 김제동 콘서트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대관을 취소했다.

YTN 역시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맡았던 지난해 1월 <정애숙의 공감 인터뷰>에 출연해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박원순 상임이사가 보수단체 대표로부터 탈세와 공금 횡령 의혹으로 고발됐다”며 방송보류 판정을 내렸다. 윤도현 씨와 김제동 씨 역시 지난해 섭외 과정에서 “윤도현은 노사모고 김제동은 나중에 정치를 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섭외가 불허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 반기를 든 후배들도 가만 안둬?

BIG 3는 내부에서도 무참히 칼을 휘둘렀다. BIG 3 가운데 '후배들 징계'에 가장 혁혁한 '업적'을 세운 이는 바로 김재철 사장이다.

김재철 사장은 2010년 MBC 파업을 이끈 이근행 PD를 해고하고, 41명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 2012년 파업에서도 박성호 기자와 이용마 기자를 '해고'하고 최일구 앵커와 김정근 아나운서 등 8명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등 초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배석규 YTN 사장은 전두환 정권 이후 유례없는 언론인 대량 해직 사태를 장기화한 주범으로 꼽힌다. MB특보 출신 구본홍 사장에 대한 반대 투쟁으로 2008년 10월 6명의 해직자가 발생한 YTN. YTN노사는 징계무효소송의 1심 판결을 앞두고 2009년 4월 1일 내부적 갈등을 봉합한다는 차원에서 법원 판결에 따르기로 전격 합의했었다.

그러나 배석규 사장이 취임한 이후 '4.1 합의'에 나오는 '법원 판결'이 '대법원 판결'이라고 맞서면서 해직 사태는 해결되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해직자가 발생하지 않은 KBS는 MBC, YTN과 비교하면 그나마 '양반'에 속한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2010년 7월 단체협상 결렬에 따라 진행된 새 노조의 합법 파업에 대해 1년 6개월이 지난 2012년 1월 생뚱맞게 정직6개월 등의 대거 중징계 내린 행태 역시 상식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자신이 KBS 공채 1기 출신임을 누누이 강조해 왔던 김인규 사장은 이 징계로 인해 후배 기자들이 주축이 된 '퇴진 투쟁'이라는 거센 역풍을 마주하고 있다.

◇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대략난감' 낙하산 감각

▲ 2012년 2월 13일 파업중인 MBC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서래마을 자택을 찾아가 주민들에게 배포한 '김재철 수배 전단지'. ⓒ이승욱
일반인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황당한 행각'들도 BIG 3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김재철 사장의 황당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다.

회사 법인카드로 무려 188차례(1억 5천만원)에 걸쳐 특급호텔을 이용했으며, 귀금속과 명품가방, 중년 여성 화장품 등을 구매하고 여성 전용 마사지 업소까지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 '김재철 남장 여자설'까지 불거진 것이다.

또, '충북MBC'라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충북MBC 김훈 국장'이라는 가명을 이용해 법인카드를 사용한 내역이 드러나 '김재철 기행'에 또 한 사례를 추가했다.

공영방송사 수장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에 MBC노조원 외의 일반 시민들까지 '사장 퇴진'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은 지난 7일 임원회의에서 "관에 들어가지 않는 한 물러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는 상황. 이에 몇몇 시민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직접 관까지 구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재철', 이래저래 언론사에 길이남을 고유명사가 될 전망이다.

최근 <나꼼수> '우리 사장이 더 바보' 배틀에서 당당히 1등을 거머쥔 김인규 사장도 김재철 사장에 못지 않다.

KBS 국회 출입기자가 민주당 비공개 회의를 불법 도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8월, KBS 임원회의에서는 한가하게도 '경영진 생일파티'가 열린 사실이 알려져 시민들을 황당하게 하고 있다. 김인규 체제의 최강 실세로 꼽히는 모 본부장이 생일파티의 주인공. 이 본부장은 "(나의) 생일을 축하합니까?" "사랑하는 ㅇㅇㅇ의 생일을 축하합니까?"라고 외쳤고, 김 사장을 비롯한 KBS 경영진들은 일제히 "네"라고 대답하며 박수치고 케이크까지 자르며 화기애애하게 생일파티를 마무리했다는 후문이다.

공영방송이 불법도청 의혹을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던 당시, KBS 임원회의에서 벌어진 '황당한 생파'는 정말 '대략난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무단으로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해 직원들을 감시했다가 YTN노조로부터 고발당한 배석규 사장의 경우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2~10월 YTN에서는 CCTV와 웹카메라 등이 무단으로 설치돼 직원들의 일상이 촬영됐는데 배 사장은 이 같은 불법을 인지하고도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CCTV를 통해 감시, 통제를 당한 직원들은 휴식이나 대화도 나누지 못한 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는데 언론사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 힘든 사건이다.

배 사장은 지난해 여름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평일에 골프를 쳐 '황제 골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사건에서도 배 사장을 비롯한 YTN 경영진은 노조의 문제제기에 '고소, 고발'로 응대했는데 이 역시 언론사 경영진이 할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