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이소연씨를 태운 러시아 소유즈호가 우주로 출발했다. 언론들은 일제히 "한국 최초로 우주인이 탄생했다"고 보도했으며, 이번 사업의 주관 방송사인 SBS는 메인뉴스인 <8뉴스>를 통해 이소연씨의 우주 생활상 등을 연일 자세히 보도해 시청자들의 각종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한국 최초 우주인 탄생은 곧 우주시대 개막?

▲ 4월8일 SBS <8뉴스>.

하지만 SBS는 우주기술 분야의 첫 걸음에 불과한 이번 사업을 '우주시대 개막'으로 곧바로 연결하는 등 이번 방문의 의미를 현실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주과학기술 분야에서 후발주자에 속하는 우리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해야할 일을 냉정하게 짚기보다는 쇼와 이벤트 뉴스가 넘쳐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SBS는 이번 사업에 대해 "대한민국 우주 개발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가 열렸다"(4월8일 '한국 첫 우주인 탄생') "세계에서 11번째로 우주에서 과학실험을 수행한 나라로 위상이 높아진다"(4월 8일 '18개 과학실험 수행')고 평가했다.

우주정거장 도킹과 이소연씨의 기자회견 장면도 생방송으로 전달함으로써 이벤트 효과를 극대화했다.

전적으로 다른 나라의 기술에 의존한 이번 사업은 우주 기술 분야에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딛는 수준에 불과하다. 우주과학기술 발전의 전기를 마련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나 이번 사업이 곧 '우주시대의 개막'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이씨가 우주에서 하는 과학실험이 우주과학기술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SBS가 이러한 점은 짚지 않은 채 이번 사업을 곧 '우주시대 개막'과 연결한 것은 '과대 포장'이자 '환상 부추기기'는 아닐까.

성한표 SBS 사외이사 "우주인 탄생 자체가 우주기술 도약은 아니다"

이는 SBS 사외이사인 성한표씨가 지적한 내용이기도 하다. 성 이사는 지난 12일 SBS 옴부즈맨 프로그램 <열린 TV 시청자 세상>에 출연해 "우주인 탄생은 중요한 이벤트인 것은 분명하나 SBS 뉴스가 전망하듯 우주인 탄생 자체가 우주기술의 도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성 이사는 이어 "뉴스는 우리나라가 이번 우주인 탄생을 계기로 앞으로 미국, 러시아, 일본 등과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공동연구작업을 적극 수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지만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지 보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공동연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SBS뉴스로는 알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SBS 최금락 보도국장 "주관방송사로서 당연히 적극 보도"

하지만 SBS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내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인 최초 우주인 사업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SBS가 '우주인 보도'에서 일방적으로 열광하진 않았다"며 "과대 평가를 제어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객관적 의의 자체를 폄훼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과대포장'을 전면 부인했다.

최금락 SBS 보도국장도 "SBS의 우주인 보도를 비판하는 이들은 타사에 비해 SBS가 적극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SBS는 주관방송사"라며 "이소연씨의 생활 자체는 하나의 실험으로서 이번 사업은 우주에 대한 국민 일반의 관심, 우주과학기술·이공계 홀대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노래하는 소연씨' '성격미인' 등 연성뉴스 치우쳐

▲ 4월13일 SBS <8뉴스>.

또 SBS는 '플라이 미 투 더 문' '"완벽한 팀워크"'(4월13일) '우주정거장 첫 발' '"우리 딸 장하다"'(4월11일) 등의 꼭지를 통해 이씨의 성격과 우주에서의 이벤트 등을 강조했다.

이러한 '연성 아이템'은 그 자체로 부정적이진 않다. 다만 이번 사업의 현실적 의미에 대해 냉정하게 따지지 않고 쇼나 이벤트 등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SBS 내부 관계자 역시 "딱딱한 뉴스가 상대적으로 적긴 하다. '노래하는 이소연' 처럼 쇼나 이벤트를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것은 메인뉴스인 <8뉴스> 말고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SBS 최금락 보도국장은 "일반적 뉴스 기준으로 볼 때 전혀 문제가 없다" "뉴스란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다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청률을 의식해 흥미 위주로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는 오는 19일 귀환한다. 이번 사업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주관방송사인 SBS는 후속보도를 통해 이번 우주정거장 방문과 과학실험의 의미,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해야 할 일 등을 냉정하게 따져 시청자들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4월 8일 19꼭지
<한국 첫 우주인 탄생>
<지구 궤도 안착>
<지구 중력의 4배 압력>
<18개 과학실험 수행>
<긴박했던 하루>
<소유즈 우주선은 지금>
<발사 후 일정은?>
<모두 첫 비행>
<역사적 순간 축하>
<온 국민이 환호>
<"드디어 해냈다">
<"우주강국 꿈 이루자">
<눈으로 관측 가능>
<1분 단위 바쁜 일정>
<생생한 우주 생방송>
<공익 위한 선택>
<우주개발 전초기지>
<우주 선진국 '초석'>
<우주로 간 동물들>

4월 9일 4꼭지
<소유즈 우주선 순항중>
<90분마다 교신>
<내일밤 도킹>
<ISS, 새손님 맞을 준비>

4월 10일 5꼭지
<잠시 후 도킹>
<고도의 정확성 요구>
<긴장 속 도킹 준비>
<"소연씨 환영해요">
<거대한 우주 실험실>

4월 11일 5꼭지
<과학 실험 착수>
<우주정거장 첫 발>
<"우리 딸 장하다">
<숨막히는 3시간>
<사상 첫 우주 생방송>

4월 12일 7꼭지
<우주실험 임무수행>
<"퉁퉁 부었어요">
<"눈부시게 아름답다">
<여기가 우주정거장>
<하루 만에 3cm 컸다>
<빡빡한 우주생활>
<무사 귀환 당부>

4월 13일 3꼭지
<플라이 미 투 더 문>
<교육실험 착수>
<"완벽한 팀워크">

4월 14일 4꼭지
<곧 우주생방송>
<이소연과 우주생방송>
<"한식 만찬 좋아요!">
<양치질도 실험>

4월 15일 3꼭지
<"과학실험 차질 없다">
<우주생활 적응 끝>
<'우주'가 뜬다>

▲ SBS <8뉴스>의 우주인 사업 관련 보도(8일~15일, 전체 50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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