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마지막 관문에서 최강희호 축구대표팀이 맞닥뜨릴 상대들이 결정됐습니다. 9일 오후(한국시각) 가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추첨에서 한국이 이란,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레바논 등과 함께 A조에 속해 오는 6월 8일부터 경기를 펼치게 됐습니다. 2월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에 따라 아시아 2위로, 톱시드를 배정받은 한국은 당초 만나기를 기대했던 일본 대신 이란과 한 조에 속했으며, 얼마 전 대결했던 레바논, 우즈베키스탄 등과도 만났습니다. 다양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지만 전력 면에서 봤을 때는 그리 나쁘지 않은 조편성 결과로 보입니다.

하지만 3차예선에서 드러났듯 워낙 많은 외부 변수들 때문에 이변이 속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A조나 B조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이 외부 변수들을 얼마만큼 잘 극복하느냐에 따라 한국 축구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실력 외의 다른 부분들을 얼마나 잘 컨트롤하느냐에 따라 월드컵 본선 진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겁니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진출을 좌절시키기 위한 상대국들의 '보이지 않는 텃세'들이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최강희호 대표팀 나아가 축구협회 전체가 총력을 기울이고 준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월드컵축구대표팀 ⓒ연합뉴스
일정 관리

일단 경기 일정이 톱시드 배정 받고 조편성된 결과치고는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먼저 일정을 살펴보면 한국은 오는 6월 8일 카타르와의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최종예선 스타트를 끊습니다. 이후 6월 12일 레바논과 홈경기를 가지며, 3개월 뒤인 9월 11일 우즈베키스탄, 10월 16일 이란과 원정 2연전이 치러집니다. 이어 내년 3월 26일 카타르와 홈경기를 가진 뒤, 6월 4일 레바논과 원정을 갖고, 6월 11일 우즈베키스탄, 6월 18일 이란과 홈 2연전을 치르면서 최종예선을 마치게 됩니다.

첫 경기를 원정으로 치르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습니다. 물론 역대 예선에서 첫 경기가 나빴다고 최종 결과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은 홈에서 1차전(쿠웨이트전)을 치러 스타트를 잘 끊었지만 사우디에 모두 패해 결국 조 2위로 힘겹게 본선 진출을 이뤘고, 조 본프레레 당시 감독은 경질됐습니다. 반면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은 사실상 원정(1차전 상대 북한의 요구로 중국에서 중립 경기)에서 1차전을 치러 1-1 무승부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후 쾌속 질주를 달리며 북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와 속했던 어려운 조에서 조 1위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본선 진출을 이뤄야 하는 목표를 갖고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첫 경기를 잘 치러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원정 장소가 중동 지역 카타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과는 다르게 시차나 현지 환경 적응 등 여러 가지 면을 잘 고려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상대 전력 분석 이상으로 이 부분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승점 관리가 중요한 시점인 예선 중반이 모두 원정에서 치러지는 것도 부담입니다. 그것도 원정팀에는 무덤과도 같은 이란, 우즈베키스탄에서 경기를 갖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 시점에서 승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최강희호의 1차 목표인 본선 진출 조기 확정(최종전을 앞두고 미리 본선 진출을 확정짓는 것)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일정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이에 따른 적극적인 관리, 대처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기장 적응

원정 경기에 대한 부담도 커졌습니다. 무엇보다 상대국 경기장의 환경 적응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체력 부담도 생기는 마당에 잔디, 현지 기상, 관중 분위기 등 모든 면이 원정팀에게는 악조건인 경기장에서 원정을 치러야 하는 최강희호입니다.

▲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이란 아자디 스타디움은 고지대에 위치해있는 경기장 환경과 10만 관중의 함성이 상대의 기를 꺾는 특징을 지닌 곳입니다. 이미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때도 한국은 이러한 요인 때문에 이란 원정에서 고전하다 1-1 무승부를 힘겹게 거둔 바 있습니다. 또 우즈베키스탄 역시 2005년 독일월드컵 최종예선 때 힘겹게 끌려가다 박주영의 극적인 동점골로 1-1로 겨우 비겼던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레바논은 많은 축구팬들이 알고 있는 대로 조광래 전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경질된 빌미가 됐던 원정 경험이 있습니다.

그나마 카타르가 아시안컵 경험도 있고, 최근 들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더불어 우리에게 익숙한 중동 경기장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2008년 가진 카타르 원정 친선경기에서는 1-1로 비겼고, 최근 올림픽팀 역시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에서 1-1로 비겨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습니다.

본래 원정은 까다롭기 마련입니다. 모든 악조건을 넘어서 어떤 상황에 아랑곳 않고 본 실력을 드러낼 때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 한국 축구 입장에서 저마다 아픈 기억이 있는 곳들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 만큼 경기장 적응에 대한 세심한 준비 역시 필요합니다.

침대 축구 그리고 편파 판정

일정, 경기장 등이야 매번 월드컵 예선 때마다 감내하고 극복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동의 비매너 축구, C급 축구로 실력이 아닌 '외부적인 요인'으로 상대를 넘어뜨리려 하는 부분이 극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이는 최강희호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 도전하는데 최대로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많은 축구팬들이 카타르를 '의외의 복병'으로 생각하는 데는 아무래도 지난해 카타르 알 사드가 보여준 '침대 축구' 때문일지 모릅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카타르를 대표해 나온 클럽이었지만 매너 없는 축구로 K리그 팀들을 무너트렸고, 이는 '카타르=비매너 축구'로 인식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 외에도 중동에서 치러지는 경기들은 대부분 이에 대한 부담을 안고 경기를 치러야 합니다. 시간 지연 행위, 특유의 헐리우드 액션 등 모든 부분들을 걱정해야 하는 판입니다. 여기에 알게 모르게 이어지는 중동 주심들의 편파 판정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잘못 휘말렸다가는 의외의 덫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원정임을 직시하고, 오로지 실력으로 초기에 승부를 걸어 이 같은 빌미를 제공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의 대비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종합해보면 상대국 원정 경기에 대한 부담을 얼마나 털어내느냐, 원정에서 얼마만큼 승점 관리를 잘 하느냐가 최강희호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운명을 결정짓는 열쇠가 될 전망입니다. 실력은 다른 팀에 비해 월등합니다. 게다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은 강팀의 지위를 갖고 임하는 경기입니다. 3차예선 때 무너질 뻔한 자존심을 세우는 데 어떻게 보면 이번 최종예선 조편성은 아주 좋은 계기가 됐다는 생각도 가져볼 만합니다. 단지 적(敵)은 순간적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어떤 외부 요인에 굴하지 않는 경기력으로, 당당한 자세로 화끈한 경기를 펼치는 최강희호 축구대표팀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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