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살인이 목적인 범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연속살인이 아닌 연쇄살인마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역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있다고 봐도 다르지 않을 듯하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전면에 깔고 연쇄살인범들이 연이어 나온 시대가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프로파일링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시대에 출발한 이들의 여정은 순탄할 수 없었다. 그저 현장에 나가 범인을 잡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인식만 있던 시절, 범죄자의 마음을 읽고 범인을 잡는 기술을 만드는 이들에 대한 시선이 차가운 것은 당연하다.

팀원들의 노력으로 1년마다 생존해가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정도다. 프로파일링은 복잡한 사회에서 더욱 절실한 기법이다. 과거처럼 직선적인 방식이 아닌, 왜라는 이유를 들 수밖에 없는 수많은 고민을 풀어줄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니 말이다.

악랄한 아동 토막살인사건 범인은 잡았지만 범죄행동분석팀의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가 왜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어느 환경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는 이를 분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범죄자가 되었다거나, 하필 그 아이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되었다는 식의 주관적 변명은 범죄자들의 일반적인 인식이기도 하다. 왜 하필 자신 앞에 나타나 범죄 표적이 되었냐며 억울한 피해자를 탓하는 범죄자의 행태는 분노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런 범죄자의 눈에 영수의 양복 입은 모습은 특별하게 다가온 듯하다. 결혼식에 참석하고 곧바로 교도소로 향하며 어쩔 수 없이 양복 상태로 면담을 진행했지만, 자신을 위해 그렇게 의상을 입었냐며 대접받는 느낌이라며 호의적으로 나오자 하영의 태도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는 상대가 원하는 방법으로 다가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양복이라는 보이는 의상을 통해 상대를 존중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편한 의상으로 다니던 하영이 양복을 맞춰 입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범인의 마음은 왜 우리와 다를까? 고민하는 이들의 교도소 방문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하게 이어졌다. 그건 다양한 범인 면담을 통해 많은 양의 자료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년마다 계약 연장하듯 범죄행동분석팀이 유지되던 2003년 9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강남 노인 살인사건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강남 일대 부촌에 숨어든 범인이 노인 등 노약자를 상대로 한 범죄는 끔찍하게 다가왔고, 그건 악랄한 연쇄살인마가 세상에 등장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이런 범죄와 함께 기수대에 환영받지 못하는 자도 복귀했다.

김봉식 계장은 경찰 입장에서는 가장 내치고 싶은 존재다. 돈 받고 사건을 위조하거나, 검찰이 던져주는 조작된 사건을 받는 식으로 자신의 실적 쌓기에만 집착하는 존재다. 기자에게 사건 정보를 넘기고 이익을 취하는 한심한 자는 하영과 태구와도 악연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태구로서는 자신의 상사로 김봉식이 왔다는 사실이 절망스러웠다. 신참이던 시절부터 봐왔던 김봉식 같은 자가 이렇게 위로 올라올 것이라 상상도 못 했으니 말이다. 하영에게도 김봉식은 악몽이다. 경찰이라 부르기도 싫은 자와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은 절망이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범죄행동분석팀의 일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폭행당해왔다고 한다. 반복적인 폭행과 옷을 벗기고 집 밖으로 쫓아낸 행동으로 인해 그 아이는 왕따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동물을 죽이기 시작했고, 그건 잔인한 살인마로 성장하는 과정이 되었다. 피해자 다리 부위까지 떼어가면서도 조금도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던 행태는 그 자체로 끔찍했다. 다만, 이 범죄자는 술의 힘을 빌렸다는 점이 다르지만 이는 분명 연쇄살인마의 유형이라고 이들은 판단했다.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96년 범죄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태구는 오히려 위기를 맞았다. 골목에서 갑자기 뛰쳐나온 범인에 의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태구를 구해준 것은 하영이었다. 하영이 범인과 격투 끝에 체포했고, 수갑을 채운 것은 태구였다.

팀원들이 오기 전 사라진 하영과 자신이 잡지 않았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던 태구는 이 사건 해결로 표창까지 받고 승진하게 되었다. 이 상황에 뱀 같은 김봉식은 하영이 잡아준 사실을 들어 마치 약점이라도 잡은 듯 행동하기 시작했다.

태구는 오해했을지도 모른다. 아무 내색도 하지 않던 하영이 사실은 뒤에서 자신이 범인을 잡았다고 떠벌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 말이다. 그래서 기수대에서 만났을 당시에도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못했을 수도 있다.

태구가 김봉식을 최악이라 여긴 것은 사건을 받는 조건으로 부장검사의 요구를 들어 태구를 룸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술접대를 하도록 하기 위한 김봉식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 형사들 사이에 태구가 검사에 술접대를 했다는 황당한 소문까지 났다. 김봉식이 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경찰이라는 허울을 쓴 쓰레기다. 이런 자가 서울지방청으로 올라왔다는 것은 또 다른 범죄에 준하는 짓들을 해왔다는 의미다. 이는 결국 잔잔해 보이던 이들 사이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역설적으로 하영과 태구가 가지고 있는 거리감을 풀어주는 이유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반복해서 부촌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은 많은 이들을 충격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금품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아 원한 범죄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사건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증거가 등장했다. 바로 족적이 서로 다른 사건을 연결했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마는 심리적 냉각기를 갖는다고 분석되었다. 그 기간 자신의 범죄에 대해 충족과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냉각기가 끝나면 다시 잔인한 범죄를 이어가게 된다는 점에서 이들이 마주한 연쇄살인은 끔찍하게 다가왔다.

최소 10년 후에나 나올 것으로 생각했던 살인이 목적인 범죄가 등장했다는 것은 범죄행동분석팀도 당황스럽게 할 정도였다. 미상의 흉기와 금품은 그대로 놔둔 연쇄살인의 시작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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