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의 종영이 늦춰졌다. 아마 많은 시청자들이 이를 아쉬워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옳은 일을 위해 방송이 중단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삼키며 종영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공백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그동안의 '해를 품은 달'을 돌아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해를 품은 달 성공의 이유 1. 아역

- 아역들의 훌륭한 연기

20부작 드라마에서 무려 6회를 아역이 끌고나갔다는 것은 그만큼 이 작품 안에서 아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청자들이 아역 시절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지 못했다면, 뒤에 이어지는 내용들이 큰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아역시절의 애절함이 있었기 때문에, 훤이 밤마다 운동을 하며 남성의 본능을 이겨나갔던,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그런 시기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아역들이 만약 제대로 연기를 해내지 못했다면 이 작품 망했을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첫사랑을 못 잊어서 밤마다 운동을 하고, 그 여자가 액받이 무녀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에 빠지고, 자기가 가진 것을 모두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 여자만 보는 한 왕(한 명 더 추가하여, 미안하다 양명. 여기서도 훤에 밀렸다.)의 사랑 얘기가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대박을 친 거다.

'훤'역의 여진구는 천진난만함과 똘똘함 그러면서도 애절함을 완벽하게 그려냈으며, '연우'역으로 나온 '김유정'은 현명한 연우를 잘 연기해 주었다. 사실 '연우'는 나이에 비해 총명하고 성숙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잘못하면 어른인 척 하는 듯한 징그러운 연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훤'을 넋 놓게 만들기에 충분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양명'으로 나온 이민호군은 정배야! '맙소사' 정배였다. 정배는 잘 컸고 그걸로 됐다. 녀석 훈훈하게 컸다. 그냥 잘 커서 미소 한 번 지으니 연기고 뭐고 다 해결됐다. 시티헌터의 이민호도 맙소사의 이민호도 이민호는 다 훈훈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민화공주'로 나온 '진지희' 또한 아주 기가 막힌 연기를 보여준다. 철없이 '허염'만을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 그리고 왕에게 애교부리는 모습은 딱 '막내공주' 그 자체였다. 어찌 보면 아주 미운 역할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연기가 훌륭했던 탓에 오히려 순수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었고, 마냥 미운 캐릭터가 아닌 연민이 가고 불쌍한 캐릭터로 캐릭터 자체가 풍성해지는 역할을 해 냈다.

물론 그 외에도 '허염'으로 분한 임시완, '운'을 연기한 '이원근' 등도 충분히 제 몫을 해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아역 연기자들의 훌륭한 연기는 단순히 캐릭터를 그려낸 것을 넘어 캐릭터의 성격을 넓게 그려내면서, '해를 품은 달'자체가 담고 있는 단순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보인다.

- 성인연기자와의 기막힌 조화

또한 이들이 자연스럽게 성인이 되었을 때, 이미지 캐스팅을 한 것이 분명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모든 배역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유일하게 '허염' 정도가 약간의 이질감이 있을 뿐, 그 외 거의 모든 아역과 성인연기자는 기가 막히게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곧 연출자가 아역과 성인연기자의 조화가 작품 안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사랑얘기에 시청자들이 빠져들기 위해서는 아역에게 감정이입을 해야 하고, 그렇게 이입된 감정이 무리 없이 성인으로 넘어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아역과 성인연기자가 외모부터 유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를 품은 달은 기가 막히게 이 작업을 해 냈고, 이것이 아역연기자가 빠지고 나서도 극을 탄탄하고 몰입도 있게 만들어 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이렇듯 해를 품은 달의 성공에는 '아역연기자'들과 아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사전에 꿰뚫어 보았던 '제작진'의 혜안이 있었다. 이 작품을 통해 드라마에서 '아역'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어쨌든, 아역연기자들의 기막힌 연기는 계속 칭찬해도 좋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들에게 연말에 상 한번 바라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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