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알고리즘 전문가'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용자’를 거듭 강조했다. 오 위원은 국회의 뉴스 알고리즘 입법과정, 포털의 알고리즘 정책에 이용자의 권익이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오 위원은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성되는 만큼, 알고리즘 자체를 죄악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오세욱 위원은 언론사·다음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언론학자로, 논문을 통해 알고리즘을 집중적으로 조명해왔다. 오 위원은 최근 알고리즘의 문제점을 분석한 저서 ‘알고리즘의 블랙박스’를 출간했다. 미디어스는 오 위원에게 뉴스 알고리즘 규제, MBC <스트레이트> 네이버 알고리즘 방송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아래는 오 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지난해 3월 방영된 MBC <스트레이트>의 뉴스 알고리즘 방송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MBC 방법론 자체는 문제가 없다. 네이버가 기초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언론사를 보수·진보 성향으로 구분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과연 성향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까. 보수·진보를 판단하는 것은 일종의 선입견이다. 보수적 언론사라고 할지라도 특정 사안에 대해선 진보적일 수 있다. 언론사의 성향을 종합적으로 판정하는 기준이 부족하다.

뉴스 배열도 마찬가지다. 과연 네이버의 뉴스 배열에 정치적 편향이 있다고 쉽게 간주할 수 있을까. 만약 한겨레·경향신문 기사만 노출한다면 또 다른 진보 측에서 반발할 것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인데, 정답이 있는 것처럼 한 것이 문제였다.

Q. 방송을 통해 중앙일보·조선일보 등 특정 언론사가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중앙일보가 알고리즘 요인을 가장 잘 활용한 것이다. 중앙일보가 이용자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고 해석해야 한다. 이는 중앙일보가 데이터를 잘 분석하고 파악한 것이지, ‘악용’했다고 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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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MBC 보도 이후 정치권은 뉴스 배열 알고리즘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기본적으로 알고리즘은 공정할 수 없다. 알고리즘은 데이터에 의해 추동된다. 그런데 데이터는 사람으로부터 나오고, 사람은 사회에 속해 있다. 이 사회가 공정할까. 알고리즘 설계자들은 불공정을 의도하지 않는다. 설계자들은 이용자를 우선할 뿐이고, 현재 알고리즘을 최선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알고리즘은 공정해야 한다’는 관점이 잘못된 것이다.

알고리즘이 법으로 통제된다면, 언론사는 피해갈 것이다.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는데, 알고리즘 공개는 정답이 없는 문제다.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법으로 규제할 순 없다.

(사진=픽사베이)

Q. 그렇다면 포털은 알고리즘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알고리즘이 적용되는 영역을 가시성 있게 알려야 한다. 어떤 부분에서 알고리즘이 적용됐는지 모두가 알 수 있게 고지해야 한다. 현재 네이버 뉴스 서비스에서 알고리즘 안내 문구를 찾긴 어렵다. 기자나 전문가들은 내용을 잘 알지만, 일반인들은 뉴스 배열 기준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용자 선택권도 강화돼야 한다. 이용자가 알고리즘 기사 배열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플랫폼 기업은 규제보단 이용자를 두려워한다. 이용자에게 알고리즘에 대한 권리를 알려준다면 플랫폼 기업은 변할 수밖에 없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Q. 알고리즘 작동 방식에 대한 공개는 어느 수준까지 이뤄져야 할까

이상적으로는, 가능한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정보가 충분히 제공된다면 학자나 언론이 일반인에게 쉽게 알려줄 수 있다. 또 공개하는 쪽(네이버)에서 스스로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가 알고리즘을 이용할 때 그 부분을 조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투명성 확보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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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재 입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치적 유불리는 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불리 대신, 알고리즘이 이용자에게 유익한지 불익한지를 봤으면 한다. 이용자 중심의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정치권과 포털, 언론이 상호 신뢰를 가져야 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상황을 더 좋게 만들고 싶어 한다. 신뢰를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서면 좋겠다.

Q. 해외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은 있는가

뉴스에 대한 규제는 한국이 가장 앞서있다. 해외에서 뉴스 알고리즘을 규제하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 결국 자율규제와 이용자 선택이 정답이다. 정치권은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을 때 나서야 한다. 해외에서 뉴스가 쟁점화된 경우는 저작권 위반뿐이다. 뉴스 배열 때문에 쟁점화가 이뤄지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Q. 그렇다면, 기사는 사람이 배열해야 하는가, 알고리즘이 배열해야 하는가

개인적으로 사람이 배열하는 것을 선호한다. 문제가 벌어지면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 기사배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책임을 물을 곳이 없다. 사람이 양심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지난해 12월 31일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의 네이버 구독 첫 화면 갈무리

Q. 하지만 언론사가 기사를 배열한 후 자극적인 기사가 늘었다

‘잘 쓴 기사’는 항상 많이 회자된다. 그러나 ‘잘 쓴 기사’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언론사들이 자신도 해석할 수 없는 ‘트래픽’에 매진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봤다고 좋은 기사는 아니다. 좋은 기사는 살아남는다는 생각을 갖고, 이에 가중치를 줬으면 좋겠다. 언론사가 통찰력을 갖고 데이터를 해석해야 한다. 독자들도 좋은 기사는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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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끝으로 이용자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뉴스 검색을 길게 해줬으면 좋겠다. 모든 이용자는 기본적으로 편리하고 싶어 하는데, 단어 하나만 더 입력한다면 좋은 검색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또 여러 설정을 통해 자신이 찾고자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조금 더 귀찮아져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자신의 패턴을 파악당하지 않을 수 있다. 주어진 대로 정보를 받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정보를 스스로 찾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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