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언론 탓'을 비판했다. 배우자 김건희 씨 문제와 잇단 무속·실언 논란은 윤 후보 본인의 '자업자득'이란 지적이다.

강 교수는 24일 한겨레 칼럼 <‘언론 운동장’은 누구에게 기울었나?>에서 "'김건희 뉴스'의 폭증은 윤석열의 자업자득이었다"고 했다. 강 교수는 "김건희는 왜 자꾸 기자들과 통화를 해서 자신에게 부정적인 기사를 양산해냈을까? 자신이 언론 상대를 잘할 수 있다고 착각한 걸까?"라며 "왜 윤석열은 그런 김건희를 말리지 못했을까? 왜 김건희의 허위 경력 의혹 제기에 대한 윤석열의 초기 대응은 그 자체로 주요 뉴스가 될 만큼 어리석고 오만했을까?"라고 비판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사진=인물과사상사)

이어 강 교수는 "끊임없는 '무속 논란'도 윤석열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지 언론이 만든 게 아니잖은가. 윤석열의 실언들도 마찬가지"라며 "윤석열은 공개석상에서 사랑방 잡담회에서나 쓸 법한 화법으로 말을 해대는 바람에 즉각 수많은 실언 논란에 휩싸였다. 취지를 무시하고 말꼬투리나 잡는 언론이 원망스러운가? 그 전에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잡담회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어떤 정치인이 아무리 모순된 발언을 자주 한다 해도 수개월 또는 수십일의 시차를 두고 하면, 이런 '모순 실언'은 언론의 보도 그물망에 잘 걸리지 않는다"며 "언론은 수십일만 지나면 과거를 까맣게 잊고 '오직 현재'의 발언에만 집착해 문제를 삼는 체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만큼 윤 후보가 짧은 시일 안에 실언을 쏟아냈다는 얘기다.

강 교수는 언론의 시장 논리에 따르더라도 윤 후보의 언론 탓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건희 뉴스'의 성격과 변화된 언론 소비환경에 비춰볼 때 '왜 언론이 대장동 의혹은 놔두고 김건희 문제만 집중 보도하느냐'는 윤 후보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뉴스에도 정파성이 스며들긴 하지만, 뉴스 의제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세상이 아닌가"라며 "뉴스는 소비자들의 흥미성이나 호기심 충족을 기준으로 선택된다.(중략) 김건희 관련 이야기는 '흥미성·호기심'에서 단연 최고의 '예능 뉴스'였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또 '김건희 뉴스'는 '저비용 고효율' 기사인 반면 대장동 의혹은 이미 3개월이 지난 사건인데다 수사기관이 '태업'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고비용 저효율' 기사라고 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6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선택할 자유 ▲대구 민란 ▲건강하지 못한 페미니즘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부정 ▲고발사주 의혹·인터넷 매체 비하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손바닥 왕(王)자 해명 ▲전두환 옹호·개 사과 ▲저소득·저학력 계층 비하 ▲ 일자리 앱 발언 ▲ 김건희 허위경력 의혹 늦장 사과 ▲ "같잖다" "확정적 범죄자" "미친사람들" 등 막말 ▲선거대책본부 무속인 관여 의혹 등의 논란을 빚어왔다.

한겨레 1월 24일 <[강준만 칼럼] ‘언론 운동장’은 누구에게 기울었나>

강 교수는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이라는 말이 종이신문 구독 시절에는 유효했지만 디지털 미디어가 신문을 소멸의 위기로 내몰기 시작한 시점부터는 쓸 필요가 없게 됐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이 말이 여전히 쓰이는 이유는 '언론 보도에서 우리 편이 부당하게 당하고 있다'는 걸 강조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정략적 용법'이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은 '언론 환경이 매우 나빠서 우린 잘못한 게 없어도 잘못한 게 있을 수 있다는 소문으로 도배가 된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 쪽은 '언론 환경이 (윤 후보에게) 너무 적대적'이라고 주장했다"며 "둘 다 믿을 필요 없다. 인터넷·소셜미디어·유튜브 등 뉴미디어가 기성 언론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 형성 권력은 언론에서 소비자들에게로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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