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최근 여론조사 결과의 흐름을 보면 윤석열 후보는 ‘폭망’의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이제 이재명 후보가 위기다. 최근 1~2주 간의 흐름은 상당히 좋지 않다. 언론을 보면 내부에선 “그래도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는 모양인데, 안일하게 대응할 때가 아니다.

이재명 후보의 위기는 후보 자신이 갖고 있는 한계로부터 왔다. 이재명 후보는 그 이유가 뭐든 ‘비호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따라서 그동안은 ‘유능함’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을 취해왔다. 후보가 흠이 있는 사람일 순 있으나 유능함을 고려해 찍어달라는 논리다.

그러나 ‘흠’은 커보이고 ‘유능함’은 안 보이는 국면이 지속되면서 이러한 전략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관계자가 연이어 사망한 데다 ‘형수 욕설’ 녹음 파일까지 재등장한 것은 비호감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이슈다. 반면 여러 정책 공약 등을 통해 보여주려고 한 ‘유능함’은 상대 진영의 내홍이나 김건희 씨 관련 녹취록 등의 이슈로 관심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중앙어울림센터 앞 광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화성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평가하면 다시 숨을 고르며 기회를 노리다가 ‘유능함’을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을 찾는 것이 해법일 것이다. 그런데 그 전에, 윤석열 후보 쪽에서 불거진 이슈가 없었다면 과연 이재명 후보의 ‘유능함’이 부각될 수 있었을 것인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후보는 다양한 기회를 통해 공약을 그야말로 쏟아내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이게 유권자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말은 부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약을 유권자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표를 얻기 위한 술수’ 정도로나 보고 있다는 거다.

두 후보 공약이 유사하다든가 철학과 가치가 실려있지 않다든가 하는 비판도 있지만 이재명 후보의 ‘비호감’이 주는 영향도 분명 있다. 국민의힘은 영화 ‘아수라’의 악역에 빗대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고 있는데, 그런 시도가 먹히는 거다. 악당과 같은 사람이 약속하는 바를 어떻게 믿겠는가?

가령 이재명 후보는 수도권 주택 공급 311만호를 약속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공급을 늘린다고 부동산 가격이 반드시 떨어지리라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난개발을 초래해 부동산 가격에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언론의 우려도 있다. 그러면 이재명 후보가 이런 현실성이 없는 공약을 내놓은 이유는 뭘까? 물론 표를 얻기 위해서이다. 다수의 유권자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수도권의 부동산 여론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공약이라지만, 이렇게 돼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나 언론의 지적이 언제나 맞다고 할 순 없다. 유권자들도 이를 알고 있다. 그러니 부정적 평가가 나오더라도, 적어도 이재명 후보 자신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진실로 믿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정말 수도권에 311만호를 공급하면 집값이 떨어지고 무주택자가 집 주인이 된다는 확신을 후보 본인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311만호라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집값 안정과 무주택자들의 주거 불안 해결을 위해서라면 울고, 무릎 꿇고, 누구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매달릴 준비가 돼야 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악당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다면, 이재명 후보 자신의 목표가 유권자들의 바람과 일치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속는 셈 치고…’ 라는 명분이라도 작동을 하게 된다.

위기의 신호가 분명해지다 보니 문재인 정권과의 차별화를 더 강화해야 한다거나 86세대의 용퇴가 필요하다거나 하는 주장도 나오는 모양이다. 물론 그런 카드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효과다. 무언가 극약처방을 썼는데도 선거 캠페인 전반과 후보의 대응이 바뀌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 카드는 쓰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극약처방에 앞서 전략을 가다듬는 게 우선이고, 이게 ‘이재명 정치’가 무엇인지 맥락을 잡아주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자체장직 수행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인상을 남긴 ’이재명 리더십’은 직접 행동에 나서 성과를 만들어 낸다는 게 핵심이다. 유권자들은 여기에서 문재인 정권과의 차별화된 모습을 기대해왔는데, 이재명 후보는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대선후보라는 입장과 대선 국면이라는 특성상 어떤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성과를 내야 한다고 하니 여당이 주요 법안을 일방처리 하라는 말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외 유권자들에게 그건 ‘문재인 정권’과 마찬가지인 모습이다. 그런 것으로는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설득이 안 되면 일방처리 하겠다는 게 아니라, 설득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게 필요한 거다.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특검이나 35조원의 추경 규모 등 야당의 주장을 수용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런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상대 당과 후보가 협의에 응하지 않는다고 하면 모든 게 흐지부지가 된다. 대장동 특검도, 추경의 재원 마련을 위한 협의 요구도 마찬가지 결과가 되고 있다. 하지만 민생을 위해 정말 협의가 필요하다고 하면 윤석열 후보의 집 앞으로 찾아가는 일을 못할 게 무엇이겠는가?

유권자들로부터 “심지어 저렇게까지 하는구나”란 반응이 나와야 한다. 절박함을 보여줘야 한다. 성과를 당장 내지 못하더라도, 저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국민의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정말 저렇게까지 하겠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상대당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며, 무속이니 검찰공화국이니 지지자들끼리만 만족하는 네거티브 공방에만 몰두할 일이 아니다. 완벽한 전략을 펴더라도 선거는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게임이다. 적어도 유권자들 앞에서 최선의 승부를 보여주기 위한 최대의 노력은 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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