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드라마 <태종 이방원>과 관련해 동물 학대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KBS가 “촬영 후 일주일 뒤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KBS는 20일 “지난해 11월 2일 7회에서 방영된 이성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실제 촬영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가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태종 이방원' 촬영 장면. 말 다리에 줄을 묶어놓고 넘어지게 만드는 낙마 장면을 촬영했다. 이에 말의 뒷다리가 90도로 들린채 앞으로 넘어졌다. (자료제공=동물자유연대)

이어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상태를 확인했더니 촬영 후 1주일 뒤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KBS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KBS는 이번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해당 드라마 연재를 중지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고꾸라져 땅에 처박힌 말은 한참 동안 홀로 쓰러져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그 말의 상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단 1초 컷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드라마 연재를 중지하고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17일 KBS에 ‘이성계 낙마씬 말 살아있나요’라는 시청자청원이 제기됐으며 20일 현재 8,168명의 동의를 받았다. 20일 ‘이방원 낙마씬 말 괜찮나요?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인가요?’라는 시청자 청원은 2,911명의 동의를 얻었다.

19일 동물자유연대, 동물권 행동 카라 등은 SNS에 “극 중 이성계 역할을 맡은 배우가 말에서 낙마하면서 말의 몸이 90도 가까이 들리며 머리가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스턴트맨을 태운 말이 앞 발목에 밧줄이 묶인 상태로 뛰어오다가 앞으로 쳐박혔다. 말은 몸체가 뒤집혀 쳐박혀 한동안 뒷발을 허우적대고 움직이지 못했다.

동물자유연대가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의 윤리강령을 살펴본 결과 촬영 시 동물 안전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방송 촬영 과정에서 동물의 안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공영방송 KBS의 시대 역행적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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