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홍문기 교수 칼럼] 현재 정부광고는 위헌소송에 걸려 있다. 2018년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이하 정부광고법)이 제정된 지 수개월 만에 한국언론진흥재단 (이하 언론재단)의 정부광고 독점적 집행 관련 법정 징수 수수료 10% (동법 시행령 제7조) 문제로 한 민간 광고 대행사가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겉으로는 언론재단의 법정 수수료를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 보이지만 헌법재판소가 실제로 판단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것이 아니다.

헌법 재판소가 판단하고자 하는 것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언론재단으로 하여금 독점적으로 정부광고료의 10%를 수수료로 거두도록 한 것 (동법 제10조, 동법 시행령 제5조/제7조)이 헌법 제10조(행복추구권), 제11조(평등권), 제15조(직업수행의 자유/영업의 자유), 제119조(자유민주주의시장원리), 제37조 2항(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다. 렙사인지, 대행사인지, 제작사인지 모호한 언론재단에 대해 정부광고의 실질적 기획/제작/유통을 실행해온 광고PR 대행사들은 법정 수수료 10% 징수가 헌법 제15조가 보장하는 ‘직업수행/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 주장에 대해 헌법재판관들은 세 가지 헌법적 원칙에 근거해 살펴보고 있다.

우선, 정부광고법령에 따른 언론재단의 독점적 수수료 징수행위가 민간 대행사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헌법 제10조에서 명시된 것처럼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고, 국가는 개인이 갖는 이 기본적 인권을 확인/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행복추구권의 기본 원칙인 계약자유원칙 (89헌마 204결정)을 위한 직접적 계약체결을 정부광고법과 시행령이 제한하고 있지 않은지 검토해야 한다. 만약 민간 광고PR 대행사의 정부광고 직접 계약을 정부광고법과 동법 시행령이 막고 있다면 행복추구권의 핵심인 계약자유원칙을 침해함으로써 직업선택의 자유를 막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다음으로, 정부광고법이 평등권을 다루는 헌법 제11조를 침해하지 않는지가 중요하다. 헌법 제11조에서는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생활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정부광고법은 언론재단을 정부광고 영업에 있어 민간 대행사보다 차별적 지위에 두고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민간 광고PR 대행사들도 정부광고주(예: 정부부처/공공기관 등)를 대상으로 직접 대행 수주를 할 수 있는지, 언론재단을 거쳐야만 정부광고 영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광고법령에 의한 평등권 침해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자유민주주의 자율시장 경제원칙을 설명하는 헌법 제119조를 위배하지 않았는지 헌법재판관들은 고민해야 한다. 법119조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해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정부에 의한 독점 배제, 자유민주 기본질서, 경쟁의 법칙, 자유민주 기본 질서하의 시장자율 등을 의미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정부광고법령에서 언론재단의 수수료 징수를 명시한 것이 자유민주주의 자율시장 경제원칙에 어긋나는 독점적 행위를 법으로 정한 것이 아닌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헌법 제15조(직업수행, 영업의 자유) 위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헌법 제37조 2항에서 다루는 과잉금지의 원칙도 무시할 수 없다. 헌법 제37조 2항에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않아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 그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며 과잉금지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정부광고법에 명시된 언론재단의 위탁업무와 집행방식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그 위탁업무 수행이 법 제정 목적인 효율성과 공익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언론재단의 독점적 정부광고 위탁이 앞서 지적한 헌법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써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이 요구된다.

2021년도 언론재단이 밝힌 2020년 정부광고 매출액은 1조 608억 7천 800만원이고, 이에 따른 법정 수수료 수입은 1천 6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는 2020년 제일기획(4조 9천억 원), 이노션 (4조 5천억 원), HS애드(1조 4천 억 원)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이처럼 정부광고법 제정 이후 정부광고 매출이 계속 늘어 민간 대행사보다 훨씬 높은 매출을 기록하지만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상황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특히 수수료 수입은 사실상 국민의 세금인데 이 세금을 통해 국민은 어떤 혜택을 받는지 궁금해진다. 많은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가 언론재단 독점 규정을 위헌으로 판단한다면 정부광고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조직개편을 통해 언론재단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를 통합시키거나 민간 광고대행사가 정부광고 업무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독임제 미디어 부처 관할 (가칭)광고진흥원설립을 제안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의 GCS(Government Communication Service)와 같은 정부광고 및 정책 커뮤니케이션 담당 기구를 설립해 정부광고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인력양성과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정부광고 제도가 헌법소원까지 불러온 이유는 언론재단이 전문성 부족은 해결하지 못한 채 쌓여가는 수수료 수입의 효율적 활용에 대한 계획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여 명 안팎의 언론재단 직원은 20만 건에 달하는 정부광고에 시달리고, 정부광고주들은 통화가 되지 않는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대행사와 매체사들은 일은 자신들이 하고 수수료는 언론재단이 떼 간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있다. 돈은 쌓여 가는데 업무에는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헌재는 빠른 판결을, 전문가는 깊이 있는 연구를, 관련 정부 부처는 구체적인 합리적 대안을 시급히 추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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