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국내 언론의 관심이 ‘김건희 7시간 통화 녹음’에 쏠려, 정작 ‘통가 해저화산 폭발’과 같은 전세계적인 재난에 대한 보도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4일 남태평양에 위치한 통가의 훙가 하파이 해저화산이 폭발했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약 8만 명의 통가 주민들이 피해를 겪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번 해저화산 폭발은 통가의 수도 누쿠알로파에서 북쪽으로 65km 떨어진 해역에서 약 8분 동안 분화했다.

이번 폭발로 누쿠알로파는 1.2m 높이의 쓰나미에 휩쓸렸고, 화산재와 가스 등 분출물이 상공 20㎞ 높이까지 치솟았다. 이번 폭발의 영향으로 통가와 1만 km 이상 떨어진 페루에서 높아진 파도로 2명이 사망했고, 일본의 일부 지역에 쓰나미 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통가 인근 해저 화산 분화 위성사진 (사진=연합뉴스)

언론인권센터는 18일 <통가 화산폭발·일본 쓰나미 보도량,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언론인권센터는 “10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규모의 화산 폭발로 인해 일본에까지 쓰나미 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모든 언론사의 관심이 김건희 씨 7시간 통화 녹음에 쏠려,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안인 통가 화산 폭발과 일본 쓰나미 발생에는 언론사의 관심이 닿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지도 모르는 자연재해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 취재 및 보도하고 있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재난의 심각성과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보도의 신속성은 매우 떨어졌다”며 “CNN에 따르면, 화산의 첫 분화는 현지 시각으로 1월 14일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하루가 지난 15일 오후 11시 34분에서야 YTN의 첫 보도가 나왔고, 공영방송인 KBS는 이틀이 지난 1월 16일 뉴스9에서 이 사실을 보도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의 양도 적었다. 언론인권센터가 지난 10~17일까지 뉴스 검색·분석 사이트 빅카인즈에 보도량을 분석한 결과 ‘통가 화산’을 검색해 나온 보도 건수는 143건에 그쳤다. 같은 기간 ‘김건희 7시간’으로 검색해 나온 기사수는 873건이었다. 언론인권센터는 “법원에서 인정한 공인인 김건희 씨의 입장을 국민이 아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전 세계 공통 문제인 자연재해에 대해 이토록 언론이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이번 통가 화산 폭발은 멀리 떨어져 있는 여러 국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재난”이라며 “특히 일본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에도 화산 대폭발이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당시 한국은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언론인권센터는 “국내 언론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뉴스에만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다”며 "언론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뉴스와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뉴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나가면서 다양한 의제를 발굴하고 보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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